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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창] 南이효리-北조명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50돌 만수대예술단과 공연 정치
입력 2019.10.11 (17:39) 취재K
삼성 애니콜 광고의 이효리와 조명애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도 잘하고, 같은 또래고 같은 여자다 보니까 잘 통하고..." (이효리)
"남쪽 배우 이효리를 만나보니 같은 민족으로서 정말 반갑습니다." (조명애)

지난 2005년 상하이. 남한의 톱스타와 북한의 대표 무용배우가 만납니다. 삼성 애니콜의 15초짜리 TV 광고와 128초짜리 인터넷용 영상을 제작하는 자리였죠. 귀순하지 않은 북한의 유명인사가 처음으로 한국의 상업광고에 출연한 사례였고, 세계 45개 나라에 보도될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이 장면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공작’을 통해 재연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사육신’에 출연한 북한 배우 조명애드라마 ‘사육신’에 출연한 북한 배우 조명애

조명애는 '만수대 예술단' 소속 무용배우였습니다.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고, 고운 한복 차림으로 공연을 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조명애 팬클럽'이란 카페가 개설되고, 1만 7천여 명이 가입했을 정도입니다. 2007년엔 KBS와 조선중앙방송이 기획·제작한 드라마 <사육신>에도 출연했습니다.

만수대 예술단의 혁명 가극 ‘꽃 파는 처녀’만수대 예술단의 혁명 가극 ‘꽃 파는 처녀’

창립 50돌 '만수대 정신'

조명애의 만수대 예술단은 지난 1969년 만들어진 북한의 역사 깊은 예술단체입니다. 1960년대, 김일성 주석을 중심으로 유일사상체계를 확립시켜야 했던 북한은 당과 주민들의 결속을 위해 예술을 적극 활용했죠. 김일성 주석을 소재로 하거나, 그가 창작했다고 전해지는 예술작품들을 '혁명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악독한 지주와 일제 순사에게 핍박받던 꽃분이 일가를 통해 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꽃파는 처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을 형상화한 무용 <조국의 진달래>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지난달 창립 50돌을 맞은 만수대예술단 단원들은 북한 매체에 등장해 "만수대 정신의 계승자답게 자력갱생 대진군 길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들을 고무 추동하는 예술창작 활동을 힘있게 벌여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만수대 예술단’의 노동당 창건 70년 1만 명 대공연(2015년)‘만수대 예술단’의 노동당 창건 70년 1만 명 대공연(2015년)

탱크톱에 미니스커트...北 예술단의 파격 변신

세월이 흐르면서 예술단도 다양해지고, 북한 공연 정치의 색깔도 달라졌습니다. 80년대에는 전자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보천보 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이 등장했습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도 왕재산 경음악단의 대표 가수 출신이죠. 이 악단들은 비장한 혁명가요 대신,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같은 생활가요를 유행시켰습니다.
2012년에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창단된 '모란봉 악단'이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의 디즈니 만화 캐릭터들이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할리우드 영화 <록키> 의 주제곡을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건 2015년과 2017년 '왕재산예술단'의 무용수들이 선보인 과감한 의상과 화려한 공연입니다. 탱크톱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훌라후프를 이용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의 공연 정치도 세계적인 추세를 많이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 '세계적'이라는 것 자체도 북한이 얘기하는 사회주의적인 미적 기준에 맞는 것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형식은 획기적으로 변해도,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이라는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서울 공연(2018년 2월)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서울 공연(2018년 2월)

'사랑의 미로'에서 '다시 만나요'까지

지난해 2월,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클래식과 북한 가요뿐 아니라, '사랑의 미로', '사랑' 같은 한국의 대중가요도 선보였죠. 북한의 공연은 정치적 목적이 명확하지만, 남과 북 교류의 무대에선 체제 선전이 아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 남과 북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또 한 번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이효리와 조명애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내일(12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는 북한의 공연 정치 50년을 짚어봅니다.
  • [남북의 창] 南이효리-北조명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50돌 만수대예술단과 공연 정치
    • 입력 2019-10-11 17:39:47
    취재K
삼성 애니콜 광고의 이효리와 조명애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도 잘하고, 같은 또래고 같은 여자다 보니까 잘 통하고..." (이효리)
"남쪽 배우 이효리를 만나보니 같은 민족으로서 정말 반갑습니다." (조명애)

지난 2005년 상하이. 남한의 톱스타와 북한의 대표 무용배우가 만납니다. 삼성 애니콜의 15초짜리 TV 광고와 128초짜리 인터넷용 영상을 제작하는 자리였죠. 귀순하지 않은 북한의 유명인사가 처음으로 한국의 상업광고에 출연한 사례였고, 세계 45개 나라에 보도될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이 장면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공작’을 통해 재연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사육신’에 출연한 북한 배우 조명애드라마 ‘사육신’에 출연한 북한 배우 조명애

조명애는 '만수대 예술단' 소속 무용배우였습니다.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고, 고운 한복 차림으로 공연을 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조명애 팬클럽'이란 카페가 개설되고, 1만 7천여 명이 가입했을 정도입니다. 2007년엔 KBS와 조선중앙방송이 기획·제작한 드라마 <사육신>에도 출연했습니다.

만수대 예술단의 혁명 가극 ‘꽃 파는 처녀’만수대 예술단의 혁명 가극 ‘꽃 파는 처녀’

창립 50돌 '만수대 정신'

조명애의 만수대 예술단은 지난 1969년 만들어진 북한의 역사 깊은 예술단체입니다. 1960년대, 김일성 주석을 중심으로 유일사상체계를 확립시켜야 했던 북한은 당과 주민들의 결속을 위해 예술을 적극 활용했죠. 김일성 주석을 소재로 하거나, 그가 창작했다고 전해지는 예술작품들을 '혁명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악독한 지주와 일제 순사에게 핍박받던 꽃분이 일가를 통해 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꽃파는 처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을 형상화한 무용 <조국의 진달래>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지난달 창립 50돌을 맞은 만수대예술단 단원들은 북한 매체에 등장해 "만수대 정신의 계승자답게 자력갱생 대진군 길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들을 고무 추동하는 예술창작 활동을 힘있게 벌여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만수대 예술단’의 노동당 창건 70년 1만 명 대공연(2015년)‘만수대 예술단’의 노동당 창건 70년 1만 명 대공연(2015년)

탱크톱에 미니스커트...北 예술단의 파격 변신

세월이 흐르면서 예술단도 다양해지고, 북한 공연 정치의 색깔도 달라졌습니다. 80년대에는 전자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보천보 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이 등장했습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도 왕재산 경음악단의 대표 가수 출신이죠. 이 악단들은 비장한 혁명가요 대신,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같은 생활가요를 유행시켰습니다.
2012년에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창단된 '모란봉 악단'이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의 디즈니 만화 캐릭터들이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할리우드 영화 <록키> 의 주제곡을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건 2015년과 2017년 '왕재산예술단'의 무용수들이 선보인 과감한 의상과 화려한 공연입니다. 탱크톱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훌라후프를 이용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의 공연 정치도 세계적인 추세를 많이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 '세계적'이라는 것 자체도 북한이 얘기하는 사회주의적인 미적 기준에 맞는 것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형식은 획기적으로 변해도,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이라는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서울 공연(2018년 2월)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서울 공연(2018년 2월)

'사랑의 미로'에서 '다시 만나요'까지

지난해 2월,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클래식과 북한 가요뿐 아니라, '사랑의 미로', '사랑' 같은 한국의 대중가요도 선보였죠. 북한의 공연은 정치적 목적이 명확하지만, 남과 북 교류의 무대에선 체제 선전이 아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 남과 북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또 한 번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이효리와 조명애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내일(12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는 북한의 공연 정치 50년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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