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미 추가 협상 안갯속…자력갱생 강조

입력 2019.10.12 (07:49) 수정 2019.10.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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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대미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새로 만든 기록영화에선 김정은 시대 신무기들을 대거 노출하는가 하면, 최근 안보리 대북 규탄 성명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ICBM 발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언급을 삼간 채 신중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 배경과 후속 협상 전망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벼 이삭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당 간부들과 함께 수확 철이 다가오는 농장을 직접 찾아 현지 지도 활동을 펼친 겁니다.

비핵화나 미국에 대한 언급 없이 농업 분야 발전을 위해선 과학 기술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세계적 수준의 우량품종들을 더 많이 육종 개발함으로써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푸는 데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조선중앙TV는 3대를 이어온 자력갱생의 역사를 정리한 새 기록영화를 내놨습니다.

[조선중앙TV : "적들이 제재를 해제하든 안 하든 우리에게는 자력갱생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영화 후반부 국방 분야 자력갱생을 소개한 부분입니다.

북극성-1형과 2형, 화성-12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김정은 위원장 집권 기간 시험 발사한 무기를 모두 담았습니다.

특히 부각된 것은 북한의 마지막 ICBM 발사였던 2017년 화성-15형 발사 모습.

이 장면에 맞춰선 11월 대사변이란 자막도 달았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은 최강의 국가 방위력을 가진 불패의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ICBM을 노출한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 : "북극성과 같은 위력한 최강의 무기를 가진 우리 힘을 당할 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한 대사변으로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이후 거의 한 달 만입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로는 첫 공개 활동인데, 북미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는데요.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가 회동을 갖고, 북한의 SL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회의도 열렸지만, 미국은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귀국길에 오른 김명길 순회대사는 이번 회담을 역스럽다, 즉 역겹다고 표현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7일 : "우리로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서 매우 역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이 협상에서 이른바 ‘새로운 제안’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협상 결렬 성명에서 미국이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창의적 아이디어,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결렬로 끝난 스톡홀름 협상에서 나온 북한의 요구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로 요약됩니다.

김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이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했으며, 한반도에 첨단 전쟁 장비를 끌어들여 북한의 생존권을 위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주장은 미국이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며, 한국에 첨단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승찬/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완화, 일부 완화더라도 초기적인 조치를 취해달라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체제안전보장과 관련돼서는 한미군사훈련이라든지 전략자산전개의 중지 그담에 경제제재와 관련돼서는 2016년 이후로 민생경제에 대한 차원의 제재가 상당히 심각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거에 대한 일부 해제를 요구한 게 아닌가 보여집니다."]

자신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의무가 부과되는 기존 협상 틀을 새로 짜자는 입장으로,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에 걸맞는 행동을 미국도 이행해야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북한 입장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방법, 일정표에 대한 논의는 거부한 채 선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후 비핵화 협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을 중심에 두고 일부 제재 완화와 같은 유화적인 입장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연락대표부 설치 문제 가능성을 열어놨을 가능성이 있고요. 그리고 또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 비핵화 진전이 되면 같이 어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석탄 수출이라든가 다른 수출을 일정 기간 그런 수출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그런 방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측의 협상 조건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강경해진 이유는 하노이 노딜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재현되지 않기 위해 보다 수세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신들이 원하는 가장 큰 부분을 내놓고 미국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겠다는 협상 전략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부승찬/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북한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로 돌아갑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한테 약속했던 것들 핵실험이라든지 ICBM이라든지 그다음에 북부 핵실험장 폐기라든지 유해 송환이라든지 이런 걸 봤던 거고요.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이걸 했기 때문에 너네는 이걸 해줘야 된다는 그런 논리였다면 미국의 비핵화의 출발점은 어디냐, 하노이죠. 영변 플러스알파를 하면 우리는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걸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출발점에 있어서의 간극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계속 비난을 했습니다. 지역 안보와 안정성을 훼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유럽 6개 나라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최근 SLBM 발사가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규탄 성명을 냈지만, 미국은 성명에서 빠졌습니다.

안보리 회의가 열리던 비슷한 시각,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실무협상을 되살릴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표명은 극도로 자제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비치면서 추가적인 협상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미국은 당장 2주 안에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북한의 강경한 입장을 보면 수 주 내에 다시 만나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무협상은 결렬됐지만, 북미 모두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습니다.

회담 장소를 제공한 스웨덴이 2주 뒤에 추가 협상을 다시 열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스웨덴의 초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 "미국에서 판문점 수뇌 상봉 이후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일 동안에 만들어 낼 것 같습니까?"]

북한이 미국에 좀 더 숙고해 보라며 협상 시한으로 제안한 것은 올해 연말.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재선 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부터 본격적인 대선 일정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핵화 성과를 내는 데 조급할 수 있다고 보고 연말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정해놓은 북한이 오히려 마음이 더 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과 다시 전면 대립하는 이른바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에는 안팎으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스톡홀름 협상은 북한이 선언한 대로 결렬이라기보다는 기 싸움일 개연성이 높고, 2주는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다만 북미가 연말까지 만족할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신주의에 젖은 북한 외무성보다는 북한 내 2인자인 최룡해를 대미 특사로 파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최룡해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맡아서 군부 개혁을 지도했던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비핵화에 대한 군부의 저항을 억누를 수 있는 그런 파워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군부의 이익보다 북한 전체의 이익, 김정은의 이익을 가지고 어떤 빅딜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 결렬은 양국의 비핵화 입장 차이 좁히기가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위기와 진통 없이 70년 적대 관계가 풀리길 기대하는 것은 과욕인 만큼, 두 나라 모두 한발씩 양보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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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08:09:27
    • 수정2019-10-12 08: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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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대미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새로 만든 기록영화에선 김정은 시대 신무기들을 대거 노출하는가 하면, 최근 안보리 대북 규탄 성명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ICBM 발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언급을 삼간 채 신중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 배경과 후속 협상 전망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벼 이삭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당 간부들과 함께 수확 철이 다가오는 농장을 직접 찾아 현지 지도 활동을 펼친 겁니다.

비핵화나 미국에 대한 언급 없이 농업 분야 발전을 위해선 과학 기술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세계적 수준의 우량품종들을 더 많이 육종 개발함으로써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푸는 데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조선중앙TV는 3대를 이어온 자력갱생의 역사를 정리한 새 기록영화를 내놨습니다.

[조선중앙TV : "적들이 제재를 해제하든 안 하든 우리에게는 자력갱생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영화 후반부 국방 분야 자력갱생을 소개한 부분입니다.

북극성-1형과 2형, 화성-12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김정은 위원장 집권 기간 시험 발사한 무기를 모두 담았습니다.

특히 부각된 것은 북한의 마지막 ICBM 발사였던 2017년 화성-15형 발사 모습.

이 장면에 맞춰선 11월 대사변이란 자막도 달았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은 최강의 국가 방위력을 가진 불패의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ICBM을 노출한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 : "북극성과 같은 위력한 최강의 무기를 가진 우리 힘을 당할 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한 대사변으로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이후 거의 한 달 만입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로는 첫 공개 활동인데, 북미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는데요.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가 회동을 갖고, 북한의 SL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회의도 열렸지만, 미국은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귀국길에 오른 김명길 순회대사는 이번 회담을 역스럽다, 즉 역겹다고 표현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7일 : "우리로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서 매우 역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이 협상에서 이른바 ‘새로운 제안’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협상 결렬 성명에서 미국이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창의적 아이디어,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결렬로 끝난 스톡홀름 협상에서 나온 북한의 요구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로 요약됩니다.

김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이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했으며, 한반도에 첨단 전쟁 장비를 끌어들여 북한의 생존권을 위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주장은 미국이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며, 한국에 첨단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승찬/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완화, 일부 완화더라도 초기적인 조치를 취해달라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체제안전보장과 관련돼서는 한미군사훈련이라든지 전략자산전개의 중지 그담에 경제제재와 관련돼서는 2016년 이후로 민생경제에 대한 차원의 제재가 상당히 심각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거에 대한 일부 해제를 요구한 게 아닌가 보여집니다."]

자신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의무가 부과되는 기존 협상 틀을 새로 짜자는 입장으로,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에 걸맞는 행동을 미국도 이행해야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북한 입장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방법, 일정표에 대한 논의는 거부한 채 선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후 비핵화 협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을 중심에 두고 일부 제재 완화와 같은 유화적인 입장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연락대표부 설치 문제 가능성을 열어놨을 가능성이 있고요. 그리고 또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 비핵화 진전이 되면 같이 어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석탄 수출이라든가 다른 수출을 일정 기간 그런 수출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그런 방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측의 협상 조건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강경해진 이유는 하노이 노딜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재현되지 않기 위해 보다 수세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신들이 원하는 가장 큰 부분을 내놓고 미국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겠다는 협상 전략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부승찬/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북한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로 돌아갑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한테 약속했던 것들 핵실험이라든지 ICBM이라든지 그다음에 북부 핵실험장 폐기라든지 유해 송환이라든지 이런 걸 봤던 거고요.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이걸 했기 때문에 너네는 이걸 해줘야 된다는 그런 논리였다면 미국의 비핵화의 출발점은 어디냐, 하노이죠. 영변 플러스알파를 하면 우리는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걸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출발점에 있어서의 간극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 "우리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계속 비난을 했습니다. 지역 안보와 안정성을 훼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유럽 6개 나라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최근 SLBM 발사가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규탄 성명을 냈지만, 미국은 성명에서 빠졌습니다.

안보리 회의가 열리던 비슷한 시각,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실무협상을 되살릴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표명은 극도로 자제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비치면서 추가적인 협상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미국은 당장 2주 안에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북한의 강경한 입장을 보면 수 주 내에 다시 만나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무협상은 결렬됐지만, 북미 모두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습니다.

회담 장소를 제공한 스웨덴이 2주 뒤에 추가 협상을 다시 열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스웨덴의 초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 "미국에서 판문점 수뇌 상봉 이후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일 동안에 만들어 낼 것 같습니까?"]

북한이 미국에 좀 더 숙고해 보라며 협상 시한으로 제안한 것은 올해 연말.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재선 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부터 본격적인 대선 일정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핵화 성과를 내는 데 조급할 수 있다고 보고 연말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정해놓은 북한이 오히려 마음이 더 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과 다시 전면 대립하는 이른바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에는 안팎으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스톡홀름 협상은 북한이 선언한 대로 결렬이라기보다는 기 싸움일 개연성이 높고, 2주는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다만 북미가 연말까지 만족할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신주의에 젖은 북한 외무성보다는 북한 내 2인자인 최룡해를 대미 특사로 파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최룡해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맡아서 군부 개혁을 지도했던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비핵화에 대한 군부의 저항을 억누를 수 있는 그런 파워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군부의 이익보다 북한 전체의 이익, 김정은의 이익을 가지고 어떤 빅딜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 결렬은 양국의 비핵화 입장 차이 좁히기가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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