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인서울’인데, 수강료 왜 안 줘요?”…환급 약속 어긴 업체, 대학생들 뿔났다

입력 2019.10.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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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지거국·교대 합격 시 100% 환급." "의치한 합격 시 300% 환급."

대학 입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 유명 온라인 강의 업체가 수학능력시험일까지 전 과목·전 강좌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프리패스'란 상품을 판매하면서 내건 조건입니다. 서울의 주요 대학(인서울)·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교대에 합격하면 수강료 전액을, 의대·치대·한의대(의치한)에 합격하면 수강료의 3배를 되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20살 이태하 씨는 예비 고3이던 2017년 말, 40만 원가량을 내고 이 상품을 수강했습니다. 이 씨는 "조건을 달성해서 수강료를 돌려받으면 내 생활비에 보태쓸 수 있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인서울 합격'하고 수강료 환급 신청했는데

그리고 이 씨는 올해 서울의 한 주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수강료 100% 환급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 씨를 포함해 각자의 조건을 달성한 수험생은 업체에 따르면 4천여 명. 이들은 업체의 안내에 따라 올해 1~3월 일제히 환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신청이 마감된 뒤인 지난 4월 중순, 업체는 환급 대상자들에게 단체 문자 공지를 했습니다. "환급액은 9월까지 순차적으로 지급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강료를 환급받기까지 경우에 따라선 신청 시점으로부터 반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다소 의아했습니다. 같은 조건을 내건 다른 대형 온라인 강의 업체가 환급 신청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수강료를 일괄적으로 되돌려준 것과 대비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9월까지'라는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학생들은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흘러갔고, 어느새 업체가 수강료 환급을 약속한 9월이 됐습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습니다. 수험생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아직도 수강료 환급을 못 받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환급 신청 마감 반년이 되도록 환급을 못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씨는 "업체는 그사이 환급에 대한 안내를 한 번도 안 했다. 여러 학생이 고객센터에 문의했음에도 '9월 안까지는 모두 지급이 될 예정'이라는 상투적인 답변만 반복했다"면서 "그래서 수험생들은 9월 30일에는 모두 환급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무너진 예상…"길게는 내년 2월까지 기다리래요."

그런데 예상은 또 무너졌습니다. 업체는 환급 시한으로 제시한 9월 30일, 상담 업무가 마감돼 문의 전화도 할 수 없는 저녁 6시 30분에 '환급 지연' 안내 공지 문자를 뿌렸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환급 검수 절차가 더욱 철저해져서 일일이 검수하는 과정이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업체는 '예상되는 환급금 지급 일정'이라면서 학생별로 빠르게는 10월, 늦게는 내년 2월 말을 환급 예정 일정으로 제시했습니다. 연초에 신청한 환급금을 길게는 무려 1년이나 늦춰서 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씨는 "개인정보 검수를 하는 것과 수강료 환급이 늦어지는 게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반년 가까이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지연 사실을 환급 시한 당일에야 알려줬는지도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수험생 카페들에선 이 씨처럼 업체의 일방적인 지연 통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성토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도 업체의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올해 초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개인정보 검수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기 때문"이란 말만 반복했습니다.

■학생들 "사회초년생이라고 기만하는 느낌"

하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환급 지연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는 게 가장 화가 난다고 합니다.

업체는 개인정보 검수 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학생들이 상담센터에 전화해 보면 "개인정보 검수는 사실 이미 끝났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현재까지 환급이 이뤄진 규모와 관련해서도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업체 관계자는 "50% 수준"이라고 한 반면, 학생들이 문의를 한 상담센터 측은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씨는 "사회초년생이라고 기만하는 것 같고, 지쳐서 그냥 제풀에 떨어지길 바라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토로합니다.

학생들은 대규모 환급 지연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업체가 문자 공지만 할 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건을 달성해서 환급을 신청했는데도 업체가 이행을 미루면 지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민사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안준영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런 판촉의 취지가 애초에 학생들의 학업 의지를 고취하고 경제적 도움도 주려는 것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업체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

올해 1월 중순 수강료 환급 신청을 한 뒤 8개월 넘게 기다렸던 이 씨. '2019년 12월 27일'에 환급이 예상된다는 지연 통보 문자 외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또다시 속절없이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사이 몇몇 학생이 마침내 환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당초 약속 자체가 일방적으로 깨진 상황에서 마음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이 씨는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이 40만 원 정도다. 돌려받아야 할 수강료는 저에겐 큰돈"이라면서 "저는 그나마 석 달가량 더 기다리는 건데, 어떤 분들은 환급 예상일이 내년 2월 말이라는 통보를 받고는 무슨 환급금을 신청한 지 1년 넘어서 주느냐고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무리 물어봐도 누구 하나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문자 메시지로 말고, 책임 있는 사람이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제대로 된 해명과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학 합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약속을 안 지키는 세상에 속이 터지는 1학년생의 외침. <못참겠다> 취재진이 만나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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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참겠다] “‘인서울’인데, 수강료 왜 안 줘요?”…환급 약속 어긴 업체, 대학생들 뿔났다
    • 입력 2019-10-13 07: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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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지거국·교대 합격 시 100% 환급." "의치한 합격 시 300% 환급."

대학 입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 유명 온라인 강의 업체가 수학능력시험일까지 전 과목·전 강좌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프리패스'란 상품을 판매하면서 내건 조건입니다. 서울의 주요 대학(인서울)·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교대에 합격하면 수강료 전액을, 의대·치대·한의대(의치한)에 합격하면 수강료의 3배를 되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20살 이태하 씨는 예비 고3이던 2017년 말, 40만 원가량을 내고 이 상품을 수강했습니다. 이 씨는 "조건을 달성해서 수강료를 돌려받으면 내 생활비에 보태쓸 수 있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인서울 합격'하고 수강료 환급 신청했는데

그리고 이 씨는 올해 서울의 한 주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수강료 100% 환급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 씨를 포함해 각자의 조건을 달성한 수험생은 업체에 따르면 4천여 명. 이들은 업체의 안내에 따라 올해 1~3월 일제히 환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신청이 마감된 뒤인 지난 4월 중순, 업체는 환급 대상자들에게 단체 문자 공지를 했습니다. "환급액은 9월까지 순차적으로 지급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강료를 환급받기까지 경우에 따라선 신청 시점으로부터 반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다소 의아했습니다. 같은 조건을 내건 다른 대형 온라인 강의 업체가 환급 신청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수강료를 일괄적으로 되돌려준 것과 대비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9월까지'라는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학생들은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흘러갔고, 어느새 업체가 수강료 환급을 약속한 9월이 됐습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습니다. 수험생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아직도 수강료 환급을 못 받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환급 신청 마감 반년이 되도록 환급을 못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씨는 "업체는 그사이 환급에 대한 안내를 한 번도 안 했다. 여러 학생이 고객센터에 문의했음에도 '9월 안까지는 모두 지급이 될 예정'이라는 상투적인 답변만 반복했다"면서 "그래서 수험생들은 9월 30일에는 모두 환급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무너진 예상…"길게는 내년 2월까지 기다리래요."

그런데 예상은 또 무너졌습니다. 업체는 환급 시한으로 제시한 9월 30일, 상담 업무가 마감돼 문의 전화도 할 수 없는 저녁 6시 30분에 '환급 지연' 안내 공지 문자를 뿌렸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환급 검수 절차가 더욱 철저해져서 일일이 검수하는 과정이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업체는 '예상되는 환급금 지급 일정'이라면서 학생별로 빠르게는 10월, 늦게는 내년 2월 말을 환급 예정 일정으로 제시했습니다. 연초에 신청한 환급금을 길게는 무려 1년이나 늦춰서 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씨는 "개인정보 검수를 하는 것과 수강료 환급이 늦어지는 게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반년 가까이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지연 사실을 환급 시한 당일에야 알려줬는지도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수험생 카페들에선 이 씨처럼 업체의 일방적인 지연 통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성토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도 업체의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올해 초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개인정보 검수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기 때문"이란 말만 반복했습니다.

■학생들 "사회초년생이라고 기만하는 느낌"

하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환급 지연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는 게 가장 화가 난다고 합니다.

업체는 개인정보 검수 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학생들이 상담센터에 전화해 보면 "개인정보 검수는 사실 이미 끝났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현재까지 환급이 이뤄진 규모와 관련해서도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업체 관계자는 "50% 수준"이라고 한 반면, 학생들이 문의를 한 상담센터 측은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씨는 "사회초년생이라고 기만하는 것 같고, 지쳐서 그냥 제풀에 떨어지길 바라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토로합니다.

학생들은 대규모 환급 지연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업체가 문자 공지만 할 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건을 달성해서 환급을 신청했는데도 업체가 이행을 미루면 지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민사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안준영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런 판촉의 취지가 애초에 학생들의 학업 의지를 고취하고 경제적 도움도 주려는 것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업체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

올해 1월 중순 수강료 환급 신청을 한 뒤 8개월 넘게 기다렸던 이 씨. '2019년 12월 27일'에 환급이 예상된다는 지연 통보 문자 외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또다시 속절없이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사이 몇몇 학생이 마침내 환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당초 약속 자체가 일방적으로 깨진 상황에서 마음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이 씨는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이 40만 원 정도다. 돌려받아야 할 수강료는 저에겐 큰돈"이라면서 "저는 그나마 석 달가량 더 기다리는 건데, 어떤 분들은 환급 예상일이 내년 2월 말이라는 통보를 받고는 무슨 환급금을 신청한 지 1년 넘어서 주느냐고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무리 물어봐도 누구 하나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문자 메시지로 말고, 책임 있는 사람이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제대로 된 해명과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학 합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약속을 안 지키는 세상에 속이 터지는 1학년생의 외침. <못참겠다> 취재진이 만나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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