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수첩] ‘끝나지 않는 전쟁’ 악성 댓글에 신음하는 연예계

입력 2019.10.17 (08:25) 수정 2019.10.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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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월요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소식이 있었죠.

가수 겸 배우 설리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따로 마련된 조문 장소에는 팬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故 설리 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 안팎에서는 '악플'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고조된 상황인데요.

끝나지 않는 악성 댓글과의 전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스타들의 이야기 모아봤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러운 故 설리 씨의 죽음 이후 무차별적 악성 댓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인은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수차례 토로하다 2014년, 연예계 활동을 중단키도 했는데요.

[설리 : "저랑은 (‘연예인’이라는) 그 옷이 안 맞았던 것 같고. 무섭고 앞날이 안 보이니까,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진짜 힘들다고 얘기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여러 논란 속에서도 故 설리 씨는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당당한 행보를 이어왔죠.

때문에 그녀의 죽음은 모두에게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는데요.

BBC 등 주요 외신들 역시 故 설리 씨가 ‘끔찍한 온라인상 괴롭힘을 당했다’며 충격적인 사망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소속사가 아티스트 관리에 부실한 게 아니냔 지적도 나왔는데요.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 "이 악성 댓글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고 해칠 수 있으면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것이 전반적인 연예 기획사들의 방침입니다. 그런데 설리 같은 경우에는 그런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또 (악플러를) 선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설리는 좀 예외적이구나’라고 해서 오히려 악플에 시달린 감이 있거든요."]

이렇게 악성 댓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인과 한때 공개 연애를 했던 가수 최자 씨의 애도 글에 댓글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동료 연예인들이 올린 추모 글에도 수십 개의 악성댓글이 달리고 있어 또 다른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글과 함께 악플에 대한 법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뿐만 아니라 고인의 본명을 딴 ‘최진리법’을 만들어 무책임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에게 제재를 가하자는 청원 또한 등장했습니다.

연예인들을 향한 도 넘은 악성 댓글, 사실 어제 오늘일은 아닌데요.

배우 최진실 씨와 가수 유니 등 수많은 스타들이 지나친 악플에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했고요.

방송을 통해 악성 댓글로 마음 고생했다고 밝힌 스타들 또한 여럿입니다.

[강예빈 : "‘사인 해달라’ 그래서 사인 해주면 그 앞에서 찢어버리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교통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 했던 분은 남편분이나 남자친구가 (저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강예빈 씨는 대인기피증까지 겪게 됐다는데요.

[강예빈 : "너무 무섭고 그래서 제가 대인기피증이 굉장히 심해서 그냥 집밖을 거의 1년간 못 나갔어요. 그래서 집에 분리수거하는 박스가 이렇게 쌓이고 그랬어요. 근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가 없는 게 정말로 딱 나가면 계단에 (누군가) 있을 것 같아가지고 (외출을) 못하겠는 거예요."]

원로 배우 김수미 씨는 예능 프로 ‘나를 돌아봐’ 출연 당시 뜻하지 않게 누리꾼들의 표적이 되었는데요.

[김수미 : "‘김수미, 네가 박명수와 같은 고향이라고 (프로그램에) 꽂았냐?’, ‘시청률 3% 나와라’ 이렇게 무서운 댓글은 처음 받았어요."]

이 같은 악성 댓글을 본 김수미 씨, 속상한 마음에 충동적인 행동까지 했다고 합니다.

[김수미 : "이거 내가 머리 다 가위로 잘랐어, 어저께. 너무 억울해서. 나 아직 마음은 여자야. 나 한 시간도 못 잤어."]

이처럼 악성 댓글은 당사자에게 평생 가는 상처를 안겨주는데요.

그러나 막상 검거된 악플러의 실체를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합니다.

[엄태섭/변호사 : "(실제 악플러들을 만나보면) 50대 가정주부 혹은 대학생 또는 고등학생 이런 분들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가해자는 40대 대기업 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자신의 범죄 행위가) 사내에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했으니 합의해 달라’ 혹은 ‘선처해 달라’고 수차례 메일과 이런 전화를 반복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가도 마음이 약해져 선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과거 故 설리 씨도 동갑내기 악플러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하다며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타들은 강경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는 추세인데요.

송혜교 씨는 자신의 이혼에 관한 악성 댓글 및 루머를 유포한 누리꾼 2명을 고소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지난 월요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요.

강다니엘, 이승기, 김가연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에게 강경 대응할 뜻을 전했습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어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손성민/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 : "가수 겸 배우인 설리 씨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좀 강력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고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건 저희가 (악플러들을) 찾아내기도 할 것이고 정부에 질의를 하든 청원을 해서 (악성 댓글과의 전쟁에) 앞장서려고 하는 겁니다."]

故 설리 씨의 죽음으로 온라인상에 만연한 악성 댓글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는데요.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윤리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남현종의 연예수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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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수첩] ‘끝나지 않는 전쟁’ 악성 댓글에 신음하는 연예계
    • 입력 2019-10-17 08:26:58
    • 수정2019-10-17 09: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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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월요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소식이 있었죠.

가수 겸 배우 설리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따로 마련된 조문 장소에는 팬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故 설리 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 안팎에서는 '악플'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고조된 상황인데요.

끝나지 않는 악성 댓글과의 전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스타들의 이야기 모아봤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러운 故 설리 씨의 죽음 이후 무차별적 악성 댓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인은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수차례 토로하다 2014년, 연예계 활동을 중단키도 했는데요.

[설리 : "저랑은 (‘연예인’이라는) 그 옷이 안 맞았던 것 같고. 무섭고 앞날이 안 보이니까,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진짜 힘들다고 얘기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여러 논란 속에서도 故 설리 씨는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당당한 행보를 이어왔죠.

때문에 그녀의 죽음은 모두에게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는데요.

BBC 등 주요 외신들 역시 故 설리 씨가 ‘끔찍한 온라인상 괴롭힘을 당했다’며 충격적인 사망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소속사가 아티스트 관리에 부실한 게 아니냔 지적도 나왔는데요.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 "이 악성 댓글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고 해칠 수 있으면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것이 전반적인 연예 기획사들의 방침입니다. 그런데 설리 같은 경우에는 그런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또 (악플러를) 선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설리는 좀 예외적이구나’라고 해서 오히려 악플에 시달린 감이 있거든요."]

이렇게 악성 댓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인과 한때 공개 연애를 했던 가수 최자 씨의 애도 글에 댓글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동료 연예인들이 올린 추모 글에도 수십 개의 악성댓글이 달리고 있어 또 다른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글과 함께 악플에 대한 법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뿐만 아니라 고인의 본명을 딴 ‘최진리법’을 만들어 무책임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에게 제재를 가하자는 청원 또한 등장했습니다.

연예인들을 향한 도 넘은 악성 댓글, 사실 어제 오늘일은 아닌데요.

배우 최진실 씨와 가수 유니 등 수많은 스타들이 지나친 악플에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했고요.

방송을 통해 악성 댓글로 마음 고생했다고 밝힌 스타들 또한 여럿입니다.

[강예빈 : "‘사인 해달라’ 그래서 사인 해주면 그 앞에서 찢어버리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교통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 했던 분은 남편분이나 남자친구가 (저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강예빈 씨는 대인기피증까지 겪게 됐다는데요.

[강예빈 : "너무 무섭고 그래서 제가 대인기피증이 굉장히 심해서 그냥 집밖을 거의 1년간 못 나갔어요. 그래서 집에 분리수거하는 박스가 이렇게 쌓이고 그랬어요. 근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가 없는 게 정말로 딱 나가면 계단에 (누군가) 있을 것 같아가지고 (외출을) 못하겠는 거예요."]

원로 배우 김수미 씨는 예능 프로 ‘나를 돌아봐’ 출연 당시 뜻하지 않게 누리꾼들의 표적이 되었는데요.

[김수미 : "‘김수미, 네가 박명수와 같은 고향이라고 (프로그램에) 꽂았냐?’, ‘시청률 3% 나와라’ 이렇게 무서운 댓글은 처음 받았어요."]

이 같은 악성 댓글을 본 김수미 씨, 속상한 마음에 충동적인 행동까지 했다고 합니다.

[김수미 : "이거 내가 머리 다 가위로 잘랐어, 어저께. 너무 억울해서. 나 아직 마음은 여자야. 나 한 시간도 못 잤어."]

이처럼 악성 댓글은 당사자에게 평생 가는 상처를 안겨주는데요.

그러나 막상 검거된 악플러의 실체를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합니다.

[엄태섭/변호사 : "(실제 악플러들을 만나보면) 50대 가정주부 혹은 대학생 또는 고등학생 이런 분들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가해자는 40대 대기업 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자신의 범죄 행위가) 사내에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했으니 합의해 달라’ 혹은 ‘선처해 달라’고 수차례 메일과 이런 전화를 반복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가도 마음이 약해져 선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과거 故 설리 씨도 동갑내기 악플러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하다며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타들은 강경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는 추세인데요.

송혜교 씨는 자신의 이혼에 관한 악성 댓글 및 루머를 유포한 누리꾼 2명을 고소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지난 월요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요.

강다니엘, 이승기, 김가연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에게 강경 대응할 뜻을 전했습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어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손성민/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 : "가수 겸 배우인 설리 씨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좀 강력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고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건 저희가 (악플러들을) 찾아내기도 할 것이고 정부에 질의를 하든 청원을 해서 (악성 댓글과의 전쟁에) 앞장서려고 하는 겁니다."]

故 설리 씨의 죽음으로 온라인상에 만연한 악성 댓글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는데요.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윤리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남현종의 연예수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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