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홍콩 시위’ 촉발 여자친구 살해범 살인죄 기소 제안

지난 6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여자친구 살인 용의자의 석방 가능성이 전해지자 타이완 당국이 그를 살인죄로 기소할 것을 제안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8일 보도했습니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전날 타이완 법무부는 여자친구 살해 혐의를 받는 홍콩인 찬퉁카이가 이달 말 석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홍콩 당국에 살인죄로 기소하는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찬 씨의 범죄가 세계 각국에서 반인권적 범죄로 처벌하는 중대 형사사건이라며 홍콩의 검찰과 경찰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용의자 찬 씨가 홍콩에서 사전에 범죄를 모의했는지 등 타이완 당국에 제공하지 않은 홍콩 내 증거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찬 씨는 지난 2018년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여자 친구 판샤오잉과 함께 타이완에 여행 왔다가 판 씨가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자 격분해 숙소에서 그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찬 씨는 분홍색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타이완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 버리고 홍콩으로 도망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에 홍콩 경찰은 찬 씨를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타이완 당국은 2차례에 걸쳐 찬 씨의 대만 송환을 요청했지만,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타이완,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