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숨진 흰고래 벨루가…“이명·우울증 등 가능성”

입력 2019.10.19 (09:23) 수정 2019.10.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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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머금은 듯한 귀여운 외모로 수족관 동물 가운데서도 매우 인기가 높은 흰고래 벨루가.

지난 17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이 귀여운 생명체가 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년 전인 2016년 4월 같은 곳에서 패혈증으로 벨루가 한 마리가 죽은데 이어 두 번째다.

벨루가는 야생에서 평균 30~35년, 최장 50년 정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죽은 벨루가들은 각각 12살(2019년)과 5살(2016년)이었다.

이제 이곳에는 ‘벨라’라는 10살짜리 암컷 벨루가만 남았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폐사한 12살 수컷 흰고래 ‘벨리’의 생전 모습(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2018년 4월 촬영)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폐사한 12살 수컷 흰고래 ‘벨리’의 생전 모습(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2018년 4월 촬영)

고래목 일각과의 포유류인 벨루가는 원래 북극해와 베링해, 그린란드와 러시아, 캐나다 북부해 등 여름에도 최고 수온이 섭씨 14도씨 이상을 넘지 않는 극지방의 추운 바다가 고향이다.

그렇게 깊고 넓고 차가운 바다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그러나 숨진 벨루가들은 지난 2013년 5월 러시아에서 국내로 반입돼 강원도 강릉의 적응장에서 지내다 이듬해인 2014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이송된 후 수심 7미터, 부피1,200톤의 수조에서 지내왔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http://hotpinkdolphins.org/ 대표: 황현진)에 따르면 이들이 살던 수조는 자연광이 완전히 차단돼 햇빛을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벨루가들은 관람객들이 내는 소음에 그대로 노출된 채 제대로 몸을 숨기거나 쉴 수도 없이 지내왔다고 핫핑크돌핀스는 밝혔다.


원래 벨루가는 야생에서 내는 소리가 아름다워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무리와 소통하고 북극지방에서 얼음구멍을 찾기 위해 발달한 음파 탐지 능력은 그러나 곳곳이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수족관의 비좁은 수조 안에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좁은 수족관에 갇혀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벨루가는 시력이 좋지 않아 불룩한 이마 부분에서 초음파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는데 수족관에선 초음파를 내보내면 곳곳에서 초음파가 벽에 부딪혀 계속해서 돌아오게 되므로 사람으로 따지면 이명을 앓는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벨루가나 돌고래는 고등동물로서 자신이 ‘잡혔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에 시설 동물로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 때도 화물기를 통째로 빌려야 하는 등의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이유가 돌고래나 벨루가 등은 붙잡히는 순간부터 ‘또 잡혔구나’라는 걸 인지하고 정신적인 충격과 불안감으로 쇼크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붙잡혔다는 걸 알고 그러한 심리 상태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 너무 안타까워 다시 야생으로 되돌려 보낼 결단을 어렵사리 내린다고 해도 이후 수순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최재천 교수 연구팀은 “특히 벨루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야생에 방류했을 때 적응 성공률이 극히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귀엽다는 이유로 인간의 오락만을 위해 야생으로부터 데려오는 일은 정말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거제씨월드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지에 러시아가 고향인 벨루가들이 열 마리 남짓 남아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벨루가들은 돌고래 ‘제돌이’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학자와 시민단체, 지자체와 서울대공원 관계자들은 물론 범국민적인 노력과 관심이 한창이던 2012년과 2013년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에서 국내로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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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 숨진 흰고래 벨루가…“이명·우울증 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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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0-19 09:26:04
    취재K
미소를 머금은 듯한 귀여운 외모로 수족관 동물 가운데서도 매우 인기가 높은 흰고래 벨루가.

지난 17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이 귀여운 생명체가 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년 전인 2016년 4월 같은 곳에서 패혈증으로 벨루가 한 마리가 죽은데 이어 두 번째다.

벨루가는 야생에서 평균 30~35년, 최장 50년 정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죽은 벨루가들은 각각 12살(2019년)과 5살(2016년)이었다.

이제 이곳에는 ‘벨라’라는 10살짜리 암컷 벨루가만 남았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폐사한 12살 수컷 흰고래 ‘벨리’의 생전 모습(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2018년 4월 촬영)
고래목 일각과의 포유류인 벨루가는 원래 북극해와 베링해, 그린란드와 러시아, 캐나다 북부해 등 여름에도 최고 수온이 섭씨 14도씨 이상을 넘지 않는 극지방의 추운 바다가 고향이다.

그렇게 깊고 넓고 차가운 바다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그러나 숨진 벨루가들은 지난 2013년 5월 러시아에서 국내로 반입돼 강원도 강릉의 적응장에서 지내다 이듬해인 2014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이송된 후 수심 7미터, 부피1,200톤의 수조에서 지내왔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http://hotpinkdolphins.org/ 대표: 황현진)에 따르면 이들이 살던 수조는 자연광이 완전히 차단돼 햇빛을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벨루가들은 관람객들이 내는 소음에 그대로 노출된 채 제대로 몸을 숨기거나 쉴 수도 없이 지내왔다고 핫핑크돌핀스는 밝혔다.


원래 벨루가는 야생에서 내는 소리가 아름다워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무리와 소통하고 북극지방에서 얼음구멍을 찾기 위해 발달한 음파 탐지 능력은 그러나 곳곳이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수족관의 비좁은 수조 안에서는 오히려 이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좁은 수족관에 갇혀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벨루가는 시력이 좋지 않아 불룩한 이마 부분에서 초음파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는데 수족관에선 초음파를 내보내면 곳곳에서 초음파가 벽에 부딪혀 계속해서 돌아오게 되므로 사람으로 따지면 이명을 앓는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벨루가나 돌고래는 고등동물로서 자신이 ‘잡혔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에 시설 동물로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 때도 화물기를 통째로 빌려야 하는 등의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이유가 돌고래나 벨루가 등은 붙잡히는 순간부터 ‘또 잡혔구나’라는 걸 인지하고 정신적인 충격과 불안감으로 쇼크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붙잡혔다는 걸 알고 그러한 심리 상태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 너무 안타까워 다시 야생으로 되돌려 보낼 결단을 어렵사리 내린다고 해도 이후 수순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최재천 교수 연구팀은 “특히 벨루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야생에 방류했을 때 적응 성공률이 극히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순전히 귀엽다는 이유로 인간의 오락만을 위해 야생으로부터 데려오는 일은 정말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거제씨월드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지에 러시아가 고향인 벨루가들이 열 마리 남짓 남아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벨루가들은 돌고래 ‘제돌이’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학자와 시민단체, 지자체와 서울대공원 관계자들은 물론 범국민적인 노력과 관심이 한창이던 2012년과 2013년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에서 국내로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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