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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오염수의 비밀…‘해양 방류’ 문제없나
입력 2019.10.19 (21:55) 수정 2019.10.19 (22:2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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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태풍 때 후쿠시마 원전에선 누수 경보가 무려 10차례나 있었습니다.

실제 오염수가 유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 때문인데요.

황현택 특파원이 후쿠시마 원전 현장 취재를 통해 오염수에 감춰진 비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쓰나미가 원자력 발전소를 집어삼킵니다.

["본사, 본사, 큰일입니다! 지금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수소 폭발을 일으킨 원전 내부는 처참한 모습입니다.

8년여 만에 다시 찾은 사고 현장.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공기 질이 한층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방독면 없이 다닐 수 있는 원전 내 지역은 97%까지 늘었습니다.

대신 골칫거리로 떠오른 게 바로 '오염수 처리' 문제입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이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제1호기입니다.

사고 8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폭발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Y-존'으로 불리는 위험 지역으로 들어갈 시간,

["지금 신고 있는 양말을 다 벗고, 맨발에 세 장을 겹쳐 다시 신습니다. 두 번째 양말부터는 방호복을 덮습니다."]

취재진이 안내받은 곳은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이른바 '알프스 설비'가 있는 곳입니다.

설비 3대가 정화하는 오염수는 하루 750톤.

처리가 끝난 오염수는 원전 주변 탱크 천 여 곳에 보관하는데, 그 양이 무려 116만 톤에 이릅니다.

서울 올림픽 수영장 70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입니다.

도쿄전력은 매일 새로 생겨나는 이런 오염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서 대기나 바다에 시험 방류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8월 1일 채취됐다는 오염수 샘플.

겉면에 '트리튬', 즉 '삼중수소'라고 적혀 있습니다.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물질, '삼중수소'만 오염수에 남아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일본 과학기술상/9월 17일, IAEA 총회 :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에서 처리된 물은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 물질은 거의 걸러졌습니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말, 도쿄전력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전체 오염수의 82%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허용 한도로 보면 오염수의 17%는 10배 이상, 7%는 무려 100배 이상입니다.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오야마/도쿄전력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 "필터와 몇 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설비의 성능 자체가 100% 발휘가 안 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액체 상태의 '방사선 폐기물'에 불과한 수준.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알프스 처리수'라고 부릅니다

[사토/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시의원 : "'트리튬(삼중수소) 물'이라고 '이미지 컨트롤'을 하는 거죠. 다른 물질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고, 오염수도 없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이와키 항구.

어민들 스스로 방사능 자체 검사를 벌이는 중입니다.

[마에다/오나하마 저인망 어업협동조합 차장 : "소비자들이 유통 단계에서 좀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자체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항구에 나가 오염수가 잘 관리된다고 믿는지 물었습니다.

[이와키시 어민 : "전에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없으니까 믿어요."]

이렇게 믿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염수를 관리·감독하는 일본 정부 내 소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2016년 11월, 도쿄전력이 제출한 자료입니다.

삼중수소 외에 다른 방사성 물질은 정화를 거쳐 기준치 이하로 낮췄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 시점이 2년여 전이고, 그마저도 단 8일 치 측정 결과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위험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일본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습니다.

[야마모토/처리수 취급 소위원장 : "(최신 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 불신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설명 부족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정화되지 못한 이유를 파악하고 있었고, 이미 1년 전, 정부 제출 자료에 이를 명시했습니다.

처리 전 오염수 농도가 제각각인데, 처리 설비가 맞지 않았고 성능도 부족했다는 겁니다.

특히 흡착재 성능이 저하됐다며 더 자주 교환해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까지 고백했습니다.

[가미야마/후쿠시마현 수산해양연구센터 방사능 연구부장 : "바다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바다에 넓게 확산해서 해류를 타고 당연히 한국에도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할 태세입니다.

지난달 29일,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분 검토 결과' 보고서.

6가지 방법 중 '해양 방류'는 "국내·외에 전례가 있다", 특히 유일하게 "기술적 문제도 없다"고 적시했습니다.

세슘 등은 '2차 처리'를 통해 기준치 밑으로 낮추고,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담았습니다.

[미무라/후쿠시마현 원자력안전대책과 주임 : "만약 오염수를 처분하게 되면 도쿄전력에 의해 '2차 처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도쿄전력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서 후쿠시마 어민들과 한국 등 주변국들은 바다로의 방류는 어떤 방식이든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노후화된 장비로 2차 정화가 제대로 될 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여기에 정화가 불가능한 삼중수소는 더 큰 문제입니다.

일본의 삼중수소 방류 기준은 리터 당 6만 베크렐.

그런데 도쿄전력이 다른 방사성 물질까지 감안해 계산한 방류 기준은 1,500베크렐입니다.

40배나 더 희석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반 히데유키/원자력 자료 정보실 대표 : "적어도 100년이 걸릴 겁니다. 그냥 버리는 게 아니고 기준을 지키는 가운데 버리려고 한다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 태풍으로 지하수 양이 증가해 그만큼 처리해야 할 오염수 양도 늘게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일본 정부가 막무가내식 '해양 방류'를 강행할 거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황현택입니다.
  • 日 원전 오염수의 비밀…‘해양 방류’ 문제없나
    • 입력 2019-10-19 22:00:53
    • 수정2019-10-19 22:28:2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이번 태풍 때 후쿠시마 원전에선 누수 경보가 무려 10차례나 있었습니다.

실제 오염수가 유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 때문인데요.

황현택 특파원이 후쿠시마 원전 현장 취재를 통해 오염수에 감춰진 비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쓰나미가 원자력 발전소를 집어삼킵니다.

["본사, 본사, 큰일입니다! 지금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수소 폭발을 일으킨 원전 내부는 처참한 모습입니다.

8년여 만에 다시 찾은 사고 현장.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공기 질이 한층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방독면 없이 다닐 수 있는 원전 내 지역은 97%까지 늘었습니다.

대신 골칫거리로 떠오른 게 바로 '오염수 처리' 문제입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이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제1호기입니다.

사고 8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폭발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Y-존'으로 불리는 위험 지역으로 들어갈 시간,

["지금 신고 있는 양말을 다 벗고, 맨발에 세 장을 겹쳐 다시 신습니다. 두 번째 양말부터는 방호복을 덮습니다."]

취재진이 안내받은 곳은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이른바 '알프스 설비'가 있는 곳입니다.

설비 3대가 정화하는 오염수는 하루 750톤.

처리가 끝난 오염수는 원전 주변 탱크 천 여 곳에 보관하는데, 그 양이 무려 116만 톤에 이릅니다.

서울 올림픽 수영장 70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입니다.

도쿄전력은 매일 새로 생겨나는 이런 오염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서 대기나 바다에 시험 방류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8월 1일 채취됐다는 오염수 샘플.

겉면에 '트리튬', 즉 '삼중수소'라고 적혀 있습니다.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물질, '삼중수소'만 오염수에 남아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일본 과학기술상/9월 17일, IAEA 총회 :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에서 처리된 물은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 물질은 거의 걸러졌습니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말, 도쿄전력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전체 오염수의 82%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허용 한도로 보면 오염수의 17%는 10배 이상, 7%는 무려 100배 이상입니다.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오야마/도쿄전력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 "필터와 몇 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설비의 성능 자체가 100% 발휘가 안 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액체 상태의 '방사선 폐기물'에 불과한 수준.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알프스 처리수'라고 부릅니다

[사토/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시의원 : "'트리튬(삼중수소) 물'이라고 '이미지 컨트롤'을 하는 거죠. 다른 물질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고, 오염수도 없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이와키 항구.

어민들 스스로 방사능 자체 검사를 벌이는 중입니다.

[마에다/오나하마 저인망 어업협동조합 차장 : "소비자들이 유통 단계에서 좀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자체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항구에 나가 오염수가 잘 관리된다고 믿는지 물었습니다.

[이와키시 어민 : "전에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없으니까 믿어요."]

이렇게 믿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염수를 관리·감독하는 일본 정부 내 소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2016년 11월, 도쿄전력이 제출한 자료입니다.

삼중수소 외에 다른 방사성 물질은 정화를 거쳐 기준치 이하로 낮췄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 시점이 2년여 전이고, 그마저도 단 8일 치 측정 결과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위험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일본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습니다.

[야마모토/처리수 취급 소위원장 : "(최신 정보를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 불신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설명 부족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정화되지 못한 이유를 파악하고 있었고, 이미 1년 전, 정부 제출 자료에 이를 명시했습니다.

처리 전 오염수 농도가 제각각인데, 처리 설비가 맞지 않았고 성능도 부족했다는 겁니다.

특히 흡착재 성능이 저하됐다며 더 자주 교환해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까지 고백했습니다.

[가미야마/후쿠시마현 수산해양연구센터 방사능 연구부장 : "바다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바다에 넓게 확산해서 해류를 타고 당연히 한국에도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할 태세입니다.

지난달 29일,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분 검토 결과' 보고서.

6가지 방법 중 '해양 방류'는 "국내·외에 전례가 있다", 특히 유일하게 "기술적 문제도 없다"고 적시했습니다.

세슘 등은 '2차 처리'를 통해 기준치 밑으로 낮추고,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담았습니다.

[미무라/후쿠시마현 원자력안전대책과 주임 : "만약 오염수를 처분하게 되면 도쿄전력에 의해 '2차 처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도쿄전력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서 후쿠시마 어민들과 한국 등 주변국들은 바다로의 방류는 어떤 방식이든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노후화된 장비로 2차 정화가 제대로 될 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여기에 정화가 불가능한 삼중수소는 더 큰 문제입니다.

일본의 삼중수소 방류 기준은 리터 당 6만 베크렐.

그런데 도쿄전력이 다른 방사성 물질까지 감안해 계산한 방류 기준은 1,500베크렐입니다.

40배나 더 희석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반 히데유키/원자력 자료 정보실 대표 : "적어도 100년이 걸릴 겁니다. 그냥 버리는 게 아니고 기준을 지키는 가운데 버리려고 한다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 태풍으로 지하수 양이 증가해 그만큼 처리해야 할 오염수 양도 늘게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일본 정부가 막무가내식 '해양 방류'를 강행할 거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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