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압 수사에 거짓 자백”…이춘재 여죄서도 누명

입력 2019.10.23 (07:10) 수정 2019.10.2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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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 가운데는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렸다 뒤늦게 풀려난 사건도 있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다 돼서야 억울한 사연의 당사자가 당시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 8차 사건에 이어, 당시 경찰의 강압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진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1991년 1월 청주의 한 공사장 콘크리트관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대 여고생.

이춘재가 화성 9차, 10차 사건 사이 벌인 범행이라며 그림까지 그려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있던 19살 박 모 군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취재진 앞에 선 박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장 검증도 경찰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박○○/음성변조 : "빨리 자백하라고 심심하면 때리고... 온종일 안 재우고, 서 있다가 꾸벅꾸벅 졸면서 주저앉으면 때리고 구타하고 발로 차고, 짬뽕 국물로 고문하고."]

사건 발생 5년여간 계속된 1, 2심 재판 끝에 박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아 혐의를 벗었지만,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최근까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박 씨는 죄인이었습니다.

[박○○/음성변조 : "내가 안 했는데... 괜히 아무 관련 없는, 죄도 없는 내가 시인해서 우리 엄마까지 남들한테 괜히 눈총받고."]

이미 살인범으로 낙인찍혀 고향에서 숨어지내다시피 살았고, 숨진 피해자의 가족도 최근에야 박 씨의 무죄 판결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박○○/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내가 그랬다고 했으니까 인식이 그렇게 됐을 거 같아서 내가 사람들을 피하고 피해 다녔죠."]

이춘재의 자백으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서야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박 씨.

끔찍했던 기억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강압 수사를 했던 경찰에게는 진정한 사과를 바랐습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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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강압 수사에 거짓 자백”…이춘재 여죄서도 누명
    • 입력 2019-10-23 07:12:48
    • 수정2019-10-23 07: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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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 가운데는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렸다 뒤늦게 풀려난 사건도 있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다 돼서야 억울한 사연의 당사자가 당시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 8차 사건에 이어, 당시 경찰의 강압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진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1991년 1월 청주의 한 공사장 콘크리트관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대 여고생.

이춘재가 화성 9차, 10차 사건 사이 벌인 범행이라며 그림까지 그려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있던 19살 박 모 군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취재진 앞에 선 박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장 검증도 경찰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박○○/음성변조 : "빨리 자백하라고 심심하면 때리고... 온종일 안 재우고, 서 있다가 꾸벅꾸벅 졸면서 주저앉으면 때리고 구타하고 발로 차고, 짬뽕 국물로 고문하고."]

사건 발생 5년여간 계속된 1, 2심 재판 끝에 박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아 혐의를 벗었지만,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최근까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박 씨는 죄인이었습니다.

[박○○/음성변조 : "내가 안 했는데... 괜히 아무 관련 없는, 죄도 없는 내가 시인해서 우리 엄마까지 남들한테 괜히 눈총받고."]

이미 살인범으로 낙인찍혀 고향에서 숨어지내다시피 살았고, 숨진 피해자의 가족도 최근에야 박 씨의 무죄 판결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박○○/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내가 그랬다고 했으니까 인식이 그렇게 됐을 거 같아서 내가 사람들을 피하고 피해 다녔죠."]

이춘재의 자백으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서야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박 씨.

끔찍했던 기억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강압 수사를 했던 경찰에게는 진정한 사과를 바랐습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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