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심사대에서 쓰러진 70대, 누가 그의 목숨을 살렸나?

입력 2019.10.23 (16:12) 수정 2019.10.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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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여권 든 채 갑자기 쓰러진 70대

16일 오후 3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3번 출국장. 한 손에 여권을 쥐고 자동출입국심사대에 들어서던 74살 김 모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 김씨. 주위에 있던 승객들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달려온 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소속 구제한 팀장과 김거중 반장이었다.

구 팀장과 김 반장은 침착하게 김씨의 의식과 호흡 여부를 확인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다.

호흡과 의식이 모두 없는 것을 확인한 구 팀장과 김 반장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자 극적으로 김씨의 호흡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약하게 재개됐던 호흡은 다시 멈췄다.


'골든타임' 지켜라…포기 안 한 의인들

하지만 구 팀장과 김 반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장이 있는 흉부를 30회가량 강하게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3회 실시하기를 5분여간 반복했다. 인천공항 소방대 구급요원들이 도착하기 직전 김씨의 호흡이 되살아났다. 쓰러진 뒤 7분이 지났을 때였다.

호흡을 되살린 상태에서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현재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의식을 회복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혈액순환이 중단되면 1분 의식을 잃고, 4~6분이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10분이면 사실상 뇌사에 빠지게 된다. 김씨는 다행히 '골든타임' 안에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은 셈이다.

김거중 반장은 "군 복무 시절과 입사 후 직장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게 도움이 됐다" 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폐소생술 시행률, 선진국에 못 미쳐

급성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근처의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2년 6.9%에서 2017년 21%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서구 국가의 심폐소생술 시행률 30~50% 수준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급성 심정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를 통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 병원 밖 급성 심정지 환자는 연간 약 2만 9천 건이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5배가량 더 많은 수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가 일어난 후 6분 안에 응급조치를 받으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3배까지 높아진다. 누구나 갑자기 심정지가 찾아온 '김씨'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김 반장'도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올바른 심폐소생술 방법을 꼭 알아놔야 하는 이유다.

[영상·사진 제공 :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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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입국심사대에서 쓰러진 70대, 누가 그의 목숨을 살렸나?
    • 입력 2019-10-23 16:12:46
    • 수정2019-10-23 16:53:15
    취재K
공항에서 여권 든 채 갑자기 쓰러진 70대 16일 오후 3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3번 출국장. 한 손에 여권을 쥐고 자동출입국심사대에 들어서던 74살 김 모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 김씨. 주위에 있던 승객들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달려온 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소속 구제한 팀장과 김거중 반장이었다. 구 팀장과 김 반장은 침착하게 김씨의 의식과 호흡 여부를 확인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다. 호흡과 의식이 모두 없는 것을 확인한 구 팀장과 김 반장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자 극적으로 김씨의 호흡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약하게 재개됐던 호흡은 다시 멈췄다. '골든타임' 지켜라…포기 안 한 의인들 하지만 구 팀장과 김 반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장이 있는 흉부를 30회가량 강하게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3회 실시하기를 5분여간 반복했다. 인천공항 소방대 구급요원들이 도착하기 직전 김씨의 호흡이 되살아났다. 쓰러진 뒤 7분이 지났을 때였다. 호흡을 되살린 상태에서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현재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의식을 회복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혈액순환이 중단되면 1분 의식을 잃고, 4~6분이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10분이면 사실상 뇌사에 빠지게 된다. 김씨는 다행히 '골든타임' 안에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은 셈이다. 김거중 반장은 "군 복무 시절과 입사 후 직장교육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게 도움이 됐다" 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폐소생술 시행률, 선진국에 못 미쳐 급성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근처의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2년 6.9%에서 2017년 21%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서구 국가의 심폐소생술 시행률 30~50% 수준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급성 심정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를 통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 병원 밖 급성 심정지 환자는 연간 약 2만 9천 건이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5배가량 더 많은 수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가 일어난 후 6분 안에 응급조치를 받으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3배까지 높아진다. 누구나 갑자기 심정지가 찾아온 '김씨'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김 반장'도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올바른 심폐소생술 방법을 꼭 알아놔야 하는 이유다. [영상·사진 제공 :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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