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자는 바로 나”…스웨덴 특사에게 듣는 스톡홀름 북미 협상

입력 2019.10.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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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는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났습니다. 북한 김명길 협상팀과 미국 스티븐 비건 협상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스웨덴은 만남을 주선하고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켄트 해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의 역할이 컸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오늘(23일) 서울을 찾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잇따라 만나 북미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에 앞서 해르스테트 특사를 기자 간담회에서 만나 스톡홀름 북미 협상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간담회 전 해르스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를 소개하는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기자간담회 전 해르스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를 소개하는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북미 협상 촉진자(facilitator)는 스웨덴"

해르스테트 특사는 북미 협상의 촉진자는 바로 스웨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스웨덴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중립적이고 정직한 중개자(neutral and honest broker)로서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촉진자와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한국 정부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북미 협상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제가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남북미가 여러 중대한 결정을 했고, 그 덕분에 지금 북미 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왜 스웨덴이 촉진자로 적합한지도 설명했습니다. 스웨덴은 1950년대 한국전쟁 때 야전병원을 세워 20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고, 휴전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에 속해 주둔하고 있다며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스웨덴은 북한과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수교를 맺어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 스웨덴이 과거 비핵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스톡홀름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스톡홀름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북미, 솔직하게 협상에 임했고 분위기 좋았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스톡홀름 협상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상보다 북미가 더 오랜 시간 만남을 가졌고, 실무자들이 솔직하게 협상에 임해 분위기도 좋았다는 겁니다. 몇 시간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리였다면서, 중단 없이 회의가 지속됐다는 것이 중요한 신호이자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김명길 대사가 협상이 끝난 뒤 성과가 없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도 기대하던 바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실제로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협상을 주도해 설명을 쭉 이어가고, 북한은 듣고 있는 양상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비건 대표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비핵화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가지 합의 사항과 관련한 로드맵을 쭉 제시했고, 이를 다 들은 김명길 대표가 마지막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는 겁니다. 이때 김명길이 미국 측에 밝힌 내용은 기자회견 때 읽은 입장문과 대체로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북미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협상은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하나는 여러 차례 만나 이견을 좁혀가는 방식. 다른 하나는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만나서 한 번에 결실을 맺는 방식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서로의 패를 확인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본국에서 이를 검토하고 계획을 세운 뒤 다시 스톡홀름에서 만날 거라는 게 특사의 분석입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촉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톡홀름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북한 김명길 대사스톡홀름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북한 김명길 대사
 
"북한과 지속 소통…대화 의지 있어 협상 재개할 듯"

스웨덴은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소통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소통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평양에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만큼 대사관과 외무성 라인을 통한 직접 소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웨덴은 특히 북한이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고, 솔직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스웨덴을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할 말은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도 했습니다.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 대해선 자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자신감이 스웨덴이 촉진자라고 자임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또 자신들이 보기엔 북한은 여전히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미 양국 다 대화 의지가 있다고 느꼈다며, 북미 간에 수십 년간 증오가 쌓여왔기 때문에 일단은 양측이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낙관적으로 전망…수주 내 초청장 보낼 것"

해르스테트 대사는 앞으로의 북미 협상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북미가 아직 협상을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두 협상단은 이번에 처음 만났을 뿐이고,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대화가 중단되었다는 언질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기회의 창은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반도에서의 역사적인 기회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회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양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거시적인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면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르스테트 대사는 그러면서 수 주 내에 북미 양쪽에 실무 협상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웨덴 측에서 북미에 초청장을 보내는 것을 계기로 제자리걸음인 북미 실무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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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촉진자는 바로 나”…스웨덴 특사에게 듣는 스톡홀름 북미 협상
    • 입력 2019-10-23 16:49:57
    취재K
북미는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났습니다. 북한 김명길 협상팀과 미국 스티븐 비건 협상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스웨덴은 만남을 주선하고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켄트 해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의 역할이 컸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오늘(23일) 서울을 찾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잇따라 만나 북미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에 앞서 해르스테트 특사를 기자 간담회에서 만나 스톡홀름 북미 협상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간담회 전 해르스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를 소개하는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북미 협상 촉진자(facilitator)는 스웨덴"

해르스테트 특사는 북미 협상의 촉진자는 바로 스웨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스웨덴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중립적이고 정직한 중개자(neutral and honest broker)로서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촉진자와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한국 정부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북미 협상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제가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남북미가 여러 중대한 결정을 했고, 그 덕분에 지금 북미 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왜 스웨덴이 촉진자로 적합한지도 설명했습니다. 스웨덴은 1950년대 한국전쟁 때 야전병원을 세워 20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고, 휴전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에 속해 주둔하고 있다며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스웨덴은 북한과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수교를 맺어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 스웨덴이 과거 비핵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스톡홀름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북미, 솔직하게 협상에 임했고 분위기 좋았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스톡홀름 협상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상보다 북미가 더 오랜 시간 만남을 가졌고, 실무자들이 솔직하게 협상에 임해 분위기도 좋았다는 겁니다. 몇 시간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리였다면서, 중단 없이 회의가 지속됐다는 것이 중요한 신호이자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김명길 대사가 협상이 끝난 뒤 성과가 없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도 기대하던 바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실제로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협상을 주도해 설명을 쭉 이어가고, 북한은 듣고 있는 양상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비건 대표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비핵화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가지 합의 사항과 관련한 로드맵을 쭉 제시했고, 이를 다 들은 김명길 대표가 마지막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는 겁니다. 이때 김명길이 미국 측에 밝힌 내용은 기자회견 때 읽은 입장문과 대체로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북미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협상은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하나는 여러 차례 만나 이견을 좁혀가는 방식. 다른 하나는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만나서 한 번에 결실을 맺는 방식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서로의 패를 확인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본국에서 이를 검토하고 계획을 세운 뒤 다시 스톡홀름에서 만날 거라는 게 특사의 분석입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촉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톡홀름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북한 김명길 대사 
"북한과 지속 소통…대화 의지 있어 협상 재개할 듯"

스웨덴은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소통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소통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평양에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만큼 대사관과 외무성 라인을 통한 직접 소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웨덴은 특히 북한이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고, 솔직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스웨덴을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할 말은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도 했습니다.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 대해선 자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자신감이 스웨덴이 촉진자라고 자임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또 자신들이 보기엔 북한은 여전히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미 양국 다 대화 의지가 있다고 느꼈다며, 북미 간에 수십 년간 증오가 쌓여왔기 때문에 일단은 양측이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낙관적으로 전망…수주 내 초청장 보낼 것"

해르스테트 대사는 앞으로의 북미 협상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북미가 아직 협상을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두 협상단은 이번에 처음 만났을 뿐이고,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대화가 중단되었다는 언질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기회의 창은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반도에서의 역사적인 기회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회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양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거시적인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면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르스테트 대사는 그러면서 수 주 내에 북미 양쪽에 실무 협상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웨덴 측에서 북미에 초청장을 보내는 것을 계기로 제자리걸음인 북미 실무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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