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돼지 매몰지 주민들의 고통…악취 어느 정도 길래?

입력 2019.10.24 (08:33) 수정 2019.10.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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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농가에서 발병은 현재 소강 국면에 들어간 상태지만, 방역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생명을 땅에 묻어야 하는 농장주들의 시름은 클 수밖에 없죠.

그런데, 계속되는 방역, 매몰 처분으로 인근 주민들의 고충도 크다고 하는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한 농촌 마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예방적 차원의 매몰 처분이 결정됐던 곳이죠.

돼지 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농가들도 한 달여간 힘든 시간이었다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방역하는 차들은 수도 없이 다니며 약을 뿌리지. 우리 집 앞으로 다니면서 (약을 뿌려서) 감도 하나도 없지 배추, 무, 가지, 고추가 다 지금 못 쓰게 된 거야."]

방역차가 지나가는 길목의 농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이 시들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는데요.

그보다 더 심각한 곳은 따로 있습니다.

논 한 쪽에 붙어있는 출입 금지 푯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방역을 위해 돼지를 매몰 처분한 곳입니다.

푸른 천을 덮어놓은 위로 배기통이 솟아있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묻은 그 날부터 냄새가 보통이 아니야. 송장 썩은 내. 송장 썩은 내 나고…."]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닫아놓고 살았다고 닫으면 문틀이 딱 맞냐고 냄새가 다 들어오지. 여기 (마을) 앞에다 묻어서 마을 전체가 냄새가 보통이 아니야."]

지난달 말, 예방적 매몰 처분이 결정됐던 강화군은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저장조에 돼지 사체를 넣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부패과정에서 생기는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배출구를 통해 부패하며 발생하는 각종 가스가 외부로 고스란히 유출되고 있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바람이 불면 아주 코도 못 들어. 코도 못 들어."]

매몰지와 인가가 1km이상 떨어져 있는데 악취는 바람을 타고 오는 탓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매몰지가 인가 바로 옆에 있다면 상황은 어떨까요?

강화군의 또 다른 마을.

이곳은 밭 한 가운데 매몰지가 있는데요,

불과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집이 있습니다.

[송경성/마을 주민 : "저는 이해가 안 되죠. 왜냐하면 여기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저렇게 가까운 데에 저렇게 묻으면 저 냄새가 나는 거는 사실인데…."]

2년 전 서울에서 맑은 공기를 찾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그야말로 천청벽력 같은 일이 됐습니다.

[송경성/마을 주민 : "속이 매스껍고 아주 불편한 냄새, 아주 기분 나쁜 냄새 그런 게 나요. 어디로 도망가고 싶다니까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몸이 안 좋아서 좀 힐링하려고 왔는데 도로 지금 더 안 좋죠."]

매몰지 바로 옆 밭에서 여름 내내 기른 작물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확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는데요.

[이삼중/마을 주민 : "한 3일 전에 (녹두를) 땄는데 그때는 아주 어지러웠어요. 바깥으로 나가서 약 한 봉지 먹고 금방 못 돌아와요. 냄새를 한 30분 맡으면 사람이 머리가 무겁잖아요. 나가서 쉬었다가 다른 일 했죠."]

일상생활 자체도 쉽지 않다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안 열고 사니까 못 견디죠. 문을 안 열고 사니까 막 답답하고 그렇다고 냄새 안 나는 때를 기다려서 하는 것도 아니고 못 견디죠."]

현장은 시큼한 악취에 속이 매스꺼울 정도였는데요.

민가와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 매몰해야 하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돼지 농장 주인/음성변조 : "갑작스럽게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묻게 된 거 아니에요. 10년 전에 1,800여 마리를 묻어서 (농장엔) 도저히 묻을 장소가 없는 거예요."]

농장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개인 소유의 밭에 묻게 됐다는 건데요,

사실상 매몰지 규정은 유명무실한 상황.

때문에 농가와 인근 농민 사이 갈등도 쌓이고 있습니다.

[돼지 농장 주인/음성변조 : "내가 죄스러운 부분이 많죠. 이런 부분에서는…. 내가 31년간 여기서 돼지를 키우면서 한 번도 민원 제기된 적도 없고 이웃하고 한 번 다툼이 있지 않았는데 내가 왜 돼지를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고…."]

10만 마리 이상을 매몰 처분한 파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반쯤 파묻은 프라스틱 통과 굴뚝들, 돼지 사체가 매몰돼 있는 곳입니다.

매몰지를 이곳으로 옮기기까지 주민과 농장주의 갈등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기 산책로 있잖아요. 저쪽에 묻으려고 하다가 주변에서 난리가 나서 거기에 묻은 거예요. 밤 한 시 반까지 실랑이하다가 파출소 가서 합의해서 한 것 같아요."]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른 것인데 이곳 역시 냄새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냄새가) 엄청나죠. 못 다녀 못 다녀요. 날씨가 흐리고 날씨가 궂을 때 냄새가 많이 나요."]

공장 옆이나, 논 한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매몰지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많이 묻었지 그러니까 난리지 냄새난다고 속상한데 우리 같은 사람이 참아야지 어떡해."]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돼지 기르다 그냥 생매장 다 한 거란 말이야. 그러니 기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 우리도 농사짓다 망해봐 참 난감한 거지."]

농장 주인도 오랜 이웃이다 보니 그 어려운 속사정을 이해해야 한다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떨칠 수 없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지금은 가을이니까 그렇게 냄새는 안 나는데 아직 모르겠지만 여름 되면 엄청나겠지. 그때까지 다 썩을지 모르겠어."]

쏟아지는 민원 속에 정부와 지자체도 사정은 알고 있지만 탈취제를 사용한 것 외에 당장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사체가 부패하는 기간이 한 10일 정도 되거든요. 악취 가스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일단 악취 탈취제라고 있거든요. 탈취제를 계속 살포를 하고 그다음에 가스 배출관 안에 필터를 설치해서 악취를 잡아서 밖으로 좀 덜 나오게 일단 관리를 좀 강화하고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농가 발병은 초기에 비해 다소 주춤한 상탭니다.

그동안 대처와 방역이 효과를 낸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도 이제부터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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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돼지 매몰지 주민들의 고통…악취 어느 정도 길래?
    • 입력 2019-10-24 08:34:29
    • 수정2019-10-24 08: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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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농가에서 발병은 현재 소강 국면에 들어간 상태지만, 방역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생명을 땅에 묻어야 하는 농장주들의 시름은 클 수밖에 없죠.

그런데, 계속되는 방역, 매몰 처분으로 인근 주민들의 고충도 크다고 하는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한 농촌 마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예방적 차원의 매몰 처분이 결정됐던 곳이죠.

돼지 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농가들도 한 달여간 힘든 시간이었다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방역하는 차들은 수도 없이 다니며 약을 뿌리지. 우리 집 앞으로 다니면서 (약을 뿌려서) 감도 하나도 없지 배추, 무, 가지, 고추가 다 지금 못 쓰게 된 거야."]

방역차가 지나가는 길목의 농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이 시들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는데요.

그보다 더 심각한 곳은 따로 있습니다.

논 한 쪽에 붙어있는 출입 금지 푯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방역을 위해 돼지를 매몰 처분한 곳입니다.

푸른 천을 덮어놓은 위로 배기통이 솟아있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묻은 그 날부터 냄새가 보통이 아니야. 송장 썩은 내. 송장 썩은 내 나고…."]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닫아놓고 살았다고 닫으면 문틀이 딱 맞냐고 냄새가 다 들어오지. 여기 (마을) 앞에다 묻어서 마을 전체가 냄새가 보통이 아니야."]

지난달 말, 예방적 매몰 처분이 결정됐던 강화군은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저장조에 돼지 사체를 넣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부패과정에서 생기는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배출구를 통해 부패하며 발생하는 각종 가스가 외부로 고스란히 유출되고 있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바람이 불면 아주 코도 못 들어. 코도 못 들어."]

매몰지와 인가가 1km이상 떨어져 있는데 악취는 바람을 타고 오는 탓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매몰지가 인가 바로 옆에 있다면 상황은 어떨까요?

강화군의 또 다른 마을.

이곳은 밭 한 가운데 매몰지가 있는데요,

불과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집이 있습니다.

[송경성/마을 주민 : "저는 이해가 안 되죠. 왜냐하면 여기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저렇게 가까운 데에 저렇게 묻으면 저 냄새가 나는 거는 사실인데…."]

2년 전 서울에서 맑은 공기를 찾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그야말로 천청벽력 같은 일이 됐습니다.

[송경성/마을 주민 : "속이 매스껍고 아주 불편한 냄새, 아주 기분 나쁜 냄새 그런 게 나요. 어디로 도망가고 싶다니까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몸이 안 좋아서 좀 힐링하려고 왔는데 도로 지금 더 안 좋죠."]

매몰지 바로 옆 밭에서 여름 내내 기른 작물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확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는데요.

[이삼중/마을 주민 : "한 3일 전에 (녹두를) 땄는데 그때는 아주 어지러웠어요. 바깥으로 나가서 약 한 봉지 먹고 금방 못 돌아와요. 냄새를 한 30분 맡으면 사람이 머리가 무겁잖아요. 나가서 쉬었다가 다른 일 했죠."]

일상생활 자체도 쉽지 않다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문을 안 열고 사니까 못 견디죠. 문을 안 열고 사니까 막 답답하고 그렇다고 냄새 안 나는 때를 기다려서 하는 것도 아니고 못 견디죠."]

현장은 시큼한 악취에 속이 매스꺼울 정도였는데요.

민가와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 매몰해야 하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돼지 농장 주인/음성변조 : "갑작스럽게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묻게 된 거 아니에요. 10년 전에 1,800여 마리를 묻어서 (농장엔) 도저히 묻을 장소가 없는 거예요."]

농장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개인 소유의 밭에 묻게 됐다는 건데요,

사실상 매몰지 규정은 유명무실한 상황.

때문에 농가와 인근 농민 사이 갈등도 쌓이고 있습니다.

[돼지 농장 주인/음성변조 : "내가 죄스러운 부분이 많죠. 이런 부분에서는…. 내가 31년간 여기서 돼지를 키우면서 한 번도 민원 제기된 적도 없고 이웃하고 한 번 다툼이 있지 않았는데 내가 왜 돼지를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고…."]

10만 마리 이상을 매몰 처분한 파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반쯤 파묻은 프라스틱 통과 굴뚝들, 돼지 사체가 매몰돼 있는 곳입니다.

매몰지를 이곳으로 옮기기까지 주민과 농장주의 갈등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기 산책로 있잖아요. 저쪽에 묻으려고 하다가 주변에서 난리가 나서 거기에 묻은 거예요. 밤 한 시 반까지 실랑이하다가 파출소 가서 합의해서 한 것 같아요."]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른 것인데 이곳 역시 냄새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냄새가) 엄청나죠. 못 다녀 못 다녀요. 날씨가 흐리고 날씨가 궂을 때 냄새가 많이 나요."]

공장 옆이나, 논 한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매몰지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많이 묻었지 그러니까 난리지 냄새난다고 속상한데 우리 같은 사람이 참아야지 어떡해."]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돼지 기르다 그냥 생매장 다 한 거란 말이야. 그러니 기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 우리도 농사짓다 망해봐 참 난감한 거지."]

농장 주인도 오랜 이웃이다 보니 그 어려운 속사정을 이해해야 한다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떨칠 수 없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지금은 가을이니까 그렇게 냄새는 안 나는데 아직 모르겠지만 여름 되면 엄청나겠지. 그때까지 다 썩을지 모르겠어."]

쏟아지는 민원 속에 정부와 지자체도 사정은 알고 있지만 탈취제를 사용한 것 외에 당장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사체가 부패하는 기간이 한 10일 정도 되거든요. 악취 가스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일단 악취 탈취제라고 있거든요. 탈취제를 계속 살포를 하고 그다음에 가스 배출관 안에 필터를 설치해서 악취를 잡아서 밖으로 좀 덜 나오게 일단 관리를 좀 강화하고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농가 발병은 초기에 비해 다소 주춤한 상탭니다.

그동안 대처와 방역이 효과를 낸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도 이제부터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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