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성 8·10차 사건서 이춘재 DNA 안 나왔다”

입력 2019.10.24 (11:17) 수정 2019.10.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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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DNA가 화성 8차 사건과 10차 사건 증거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오늘(24일) 브리핑에서 "최근 국과수로부터 이춘재의 DNA를 비롯해 다른 남성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과거 범인이 검거돼 처벌까지 끝났지만 이춘재는 이를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 모두와 충북 청주 등에서 저지른 4건 등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지난달 자백했습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모 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때문에 거짓자백을 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중입니다.

이에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자 현재 남아있는 8차 사건 당시 증거물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기는 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사건에서 용의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었습니다.

국과수는 또 앞서 분석을 진행한 10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종 통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 증거물은 이미 당시에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애초부터 피의자의 DNA가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며 "10차 사건 증거물은 일부 분석 결과가 나온 다른 사건들보다 앞서 분석을 의뢰했지만 국과수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몇차례 정밀분석을 진행했고 최근 피의자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이춘재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사건은 화성 사건의 3, 4, 5, 7, 9차 사건 등 모두 5건입니다.

2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8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함에 따라 경찰은 과거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들의 진술과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입니다.

또 이춘재가 이 사건을 자백할 당시 범행 장소 등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도 진범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근거로 삼을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에 대해서는 범인으로 지목돼 처벌받은 윤 씨와 당시 수사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피의자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진술이 사실일 경우에는 윤 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허위자백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 씨의 변호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요구한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미치는 영향, 윤 씨의 권리구제 필요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당시 윤 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발부된 구속영장 등 총 9건의 문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윤 씨 측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 1989년 7월 18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김모(당시 9세) 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재 그의 시체유기 장소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춘재는 이 사건과 관련 자신이 김 양을 살해했고 인근에 유류품과 함께 김 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목한 장소와 실제로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와는 거리가 100여m 이상 차이가 있어 경찰은 이춘재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이 실종된 지 5개월여가 지난 뒤 인근 야산에서 치마와 책가방 등 10여점의 유류품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7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 3점에서 인혈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은 판정 불가라는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경찰은 그러나 이처럼 김 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사실을 김 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들에게 유류품 발견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에 관해 물어봤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춘재는 자백한 사건들에 대해 현재까지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입건 이후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사건별 중요사안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한 뒤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 감사에서 제기됐던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 씨가 당시 화성사건에 투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인사 기록상 이 씨가 당시 화성경찰서에 근무한 기록은 없으며 수사기록에도 이 씨의 화성사건 투입에 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부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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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4 11:17:11
    • 수정2019-10-24 1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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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DNA가 화성 8차 사건과 10차 사건 증거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오늘(24일) 브리핑에서 "최근 국과수로부터 이춘재의 DNA를 비롯해 다른 남성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과거 범인이 검거돼 처벌까지 끝났지만 이춘재는 이를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 모두와 충북 청주 등에서 저지른 4건 등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지난달 자백했습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모 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때문에 거짓자백을 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중입니다.

이에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자 현재 남아있는 8차 사건 당시 증거물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기는 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사건에서 용의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었습니다.

국과수는 또 앞서 분석을 진행한 10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최종 통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 증거물은 이미 당시에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애초부터 피의자의 DNA가 나올 가능성이 적었다"며 "10차 사건 증거물은 일부 분석 결과가 나온 다른 사건들보다 앞서 분석을 의뢰했지만 국과수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몇차례 정밀분석을 진행했고 최근 피의자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이춘재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사건은 화성 사건의 3, 4, 5, 7, 9차 사건 등 모두 5건입니다.

2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8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함에 따라 경찰은 과거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들의 진술과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입니다.

또 이춘재가 이 사건을 자백할 당시 범행 장소 등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도 진범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근거로 삼을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에 대해서는 범인으로 지목돼 처벌받은 윤 씨와 당시 수사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피의자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진술이 사실일 경우에는 윤 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허위자백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 씨의 변호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요구한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미치는 영향, 윤 씨의 권리구제 필요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당시 윤 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발부된 구속영장 등 총 9건의 문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윤 씨 측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 1989년 7월 18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김모(당시 9세) 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재 그의 시체유기 장소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춘재는 이 사건과 관련 자신이 김 양을 살해했고 인근에 유류품과 함께 김 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목한 장소와 실제로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와는 거리가 100여m 이상 차이가 있어 경찰은 이춘재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이 실종된 지 5개월여가 지난 뒤 인근 야산에서 치마와 책가방 등 10여점의 유류품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7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 3점에서 인혈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은 판정 불가라는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경찰은 그러나 이처럼 김 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사실을 김 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들에게 유류품 발견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에 관해 물어봤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춘재는 자백한 사건들에 대해 현재까지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입건 이후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사건별 중요사안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한 뒤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 감사에서 제기됐던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 씨가 당시 화성사건에 투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인사 기록상 이 씨가 당시 화성경찰서에 근무한 기록은 없으며 수사기록에도 이 씨의 화성사건 투입에 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부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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