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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핏줄이 아닌데, 내 재산 물려주라고?”…‘친생자추정’ 대법 판결 Q&A
입력 2019.10.24 (14:03) 취재K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른바 남편의 '친생자(친자식)'로 본다는 뜻입니다.

기본적으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바로 증명되지만, 부자관계는 다릅니다. 과거엔 남편의 친자인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자녀의 보호를 위해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고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제도가 바로 이 친자식 추정제도입니다.

이 추정은 법률적으로 대단히 강한 추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A씨 부부의 결혼 이후 B가 태어났다면, 실제 생부가 B를 혼인외 출생자로 '인지'할 수도 없고, B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B가 A씨 부부의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친자식이 아님을 안 지 2년이 지났다면 이를 번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했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부자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 유전자 검사 결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법률상 '친자식' 맞아

1985년 혼인한 A씨 부부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A씨의 무정자증 때문이었는데요. 1993년 부부는 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딸을 낳게 됩니다. 이후 A씨의 아내는 혼외관계를 통해 1997년 아들을 낳습니다. 둘 모두 A씨의 자녀로 출생신고됐습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2013년 이혼을 하게 되고, A씨는 양육비 요구를 받자 딸과 아들을 상대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냅니다. 자식 둘 모두 내 자식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달란 소송이었습니다.

어제(23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 사건을 두고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일단 법률상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찌보면 모순된 판결입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친자식이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한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요.

대법원은 어제 판결을 하기까지 엄청난 논의를 거쳤는데요. 공개변론과 전원합의체를 거친 이상 당분간 이 판결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안의 쟁점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는데, 왜 친자식으로 추정하나요?

A.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조항 자체적으로 봐도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사후적으로 밝혀졌다 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인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 모순 아닌가요?

A.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지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법원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논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결국 혈연이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법원은 신분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는 기본적으로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고, 혼인과 같이 사회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가족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자관계에 한정하더라도 오늘날에는 혈연뿐만 아니라 '가족공동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형성된 친자관계'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혈연 관계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가족관계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이 지날 때까지 유지되는 등 오랜 기간이 지나 사회적으로도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이러한 가족관계와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단 겁니다.

대법원은 또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 친생자로 추정되는 부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백하다면, 예외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라도 다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이는 반대의견(민유숙 대법관)의 주된 논지였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가 혼인 중에 임신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고 엄격하게 봐 왔습니다.

사실상 '동거의 결여만을 친생추정 예외 인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요. 반대의견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이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던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의미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은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사유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판결의 폐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므로 기존 판례가 유지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유전자 검사 결과는 친자식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기 위해선 남편이나 아내만이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된 지 2년 이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데, 이해당사자 누구나 소송(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타인의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보면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제도 자체가 사문화됩니다. 또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제소기한의 아무런 제한 없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제 자식이 친자식이 아님을 알았는데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민법은 친자관계의 부인권을 남편과 아내에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사유, 친자식이 아님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친생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친생자 관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지요.

다만, 이 2년의 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기간을 넘기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는 친자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친생자 추정을 번복할 방법이 완전히 없어집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하거나 그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과 신분 관계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2년으로 정한 것이므로,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앞으로 실무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없음을 안 날'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Q. 해외에서도 혼인 중 낳은 자녀를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는가요.

A.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서 친생자를 추정하는 원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친자관계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친생부인권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때에도 재판상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친자관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부부 △자녀 △생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부자간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서 누구든지 아무런 제한 없이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Q. 고인이 생전에 출생신고를 했다면, 혈연 관계없는 자식에게도 유산을 물려줘야 하나요.

A. 만일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면, 민법상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유산이 분배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망인이 결혼생활 중 낳은 자녀로 출생신고된 경우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에 따라 친자식(친생자)으로 추정되고, 망인이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를 뒤집을 방법은 없습니다. 정당한 상속권자로 보아 유산을 분배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내 핏줄이 아닌데, 내 재산 물려주라고?”…‘친생자추정’ 대법 판결 Q&A
    • 입력 2019-10-24 14:03:45
    취재K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른바 남편의 '친생자(친자식)'로 본다는 뜻입니다.

기본적으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바로 증명되지만, 부자관계는 다릅니다. 과거엔 남편의 친자인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자녀의 보호를 위해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고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제도가 바로 이 친자식 추정제도입니다.

이 추정은 법률적으로 대단히 강한 추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A씨 부부의 결혼 이후 B가 태어났다면, 실제 생부가 B를 혼인외 출생자로 '인지'할 수도 없고, B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B가 A씨 부부의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친자식이 아님을 안 지 2년이 지났다면 이를 번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했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부자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 유전자 검사 결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법률상 '친자식' 맞아

1985년 혼인한 A씨 부부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A씨의 무정자증 때문이었는데요. 1993년 부부는 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딸을 낳게 됩니다. 이후 A씨의 아내는 혼외관계를 통해 1997년 아들을 낳습니다. 둘 모두 A씨의 자녀로 출생신고됐습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2013년 이혼을 하게 되고, A씨는 양육비 요구를 받자 딸과 아들을 상대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냅니다. 자식 둘 모두 내 자식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달란 소송이었습니다.

어제(23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 사건을 두고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일단 법률상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찌보면 모순된 판결입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친자식이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한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요.

대법원은 어제 판결을 하기까지 엄청난 논의를 거쳤는데요. 공개변론과 전원합의체를 거친 이상 당분간 이 판결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안의 쟁점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는데, 왜 친자식으로 추정하나요?

A.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조항 자체적으로 봐도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사후적으로 밝혀졌다 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인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 모순 아닌가요?

A.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지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법원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논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결국 혈연이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법원은 신분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는 기본적으로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고, 혼인과 같이 사회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가족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자관계에 한정하더라도 오늘날에는 혈연뿐만 아니라 '가족공동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형성된 친자관계'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혈연 관계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가족관계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이 지날 때까지 유지되는 등 오랜 기간이 지나 사회적으로도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이러한 가족관계와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단 겁니다.

대법원은 또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 친생자로 추정되는 부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백하다면, 예외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라도 다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이는 반대의견(민유숙 대법관)의 주된 논지였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가 혼인 중에 임신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고 엄격하게 봐 왔습니다.

사실상 '동거의 결여만을 친생추정 예외 인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요. 반대의견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이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던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의미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은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사유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판결의 폐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므로 기존 판례가 유지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유전자 검사 결과는 친자식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기 위해선 남편이나 아내만이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된 지 2년 이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데, 이해당사자 누구나 소송(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타인의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보면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제도 자체가 사문화됩니다. 또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제소기한의 아무런 제한 없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제 자식이 친자식이 아님을 알았는데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민법은 친자관계의 부인권을 남편과 아내에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사유, 친자식이 아님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친생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친생자 관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지요.

다만, 이 2년의 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기간을 넘기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는 친자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친생자 추정을 번복할 방법이 완전히 없어집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하거나 그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과 신분 관계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2년으로 정한 것이므로,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앞으로 실무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없음을 안 날'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Q. 해외에서도 혼인 중 낳은 자녀를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는가요.

A.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서 친생자를 추정하는 원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친자관계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친생부인권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때에도 재판상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친자관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부부 △자녀 △생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부자간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서 누구든지 아무런 제한 없이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Q. 고인이 생전에 출생신고를 했다면, 혈연 관계없는 자식에게도 유산을 물려줘야 하나요.

A. 만일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면, 민법상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유산이 분배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망인이 결혼생활 중 낳은 자녀로 출생신고된 경우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에 따라 친자식(친생자)으로 추정되고, 망인이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를 뒤집을 방법은 없습니다. 정당한 상속권자로 보아 유산을 분배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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