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돋보기] 미국이 만들고 처단한 괴물 IS ‘알바그다디’…시리아 미군 철수가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19.10.27 (20:37) 수정 2019.10.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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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 IS 미디어 조직 알푸르칸이 공개한 ‘알 바그다디’지난 5월 , IS 미디어 조직 알푸르칸이 공개한 ‘알 바그다디’


트럼프 대통령, IS 수괴 알 바그다디 제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7일 오전 미군이 시리아에서 벌인 군사작전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는 처참하게 죽었다. 겁쟁이처럼 죽었다. 세계는 이제 훨씬 안전한 곳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가 마지막 순간 입고 있던 자살 폭탄 조끼를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가 미군에 쫒겨 터널 안 막다른 길에 봉착한 뒤 입고 있던 자살 폭탄 조끼를 터트려 자신은 물론 함께 있던 세 명의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5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를 벌여온 IS의 수괴는 제거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낳은 괴물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누구?

이슬람에서 가장 신성해야 할 날은 금식의 한 달인 라마단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도 끔찍한 테러를 벌이는 집단, 수니파 무장테러단체인 'IS'입니다. 지난 5년여 동안 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은 IS의 출현 배경에는 미국과 영국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16년 영국 정부는 7년간의 조사 끝에 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목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보고서', 이라크전의 이유가 됐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도 영국이 이 전쟁에 참여할 만한 급박한 위험도 당시에 없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존 칠콧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시 "분명한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에 따를 결과들은 과소평가됐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이후 계획이 완전히 불충분했다"는 영국 정부의 공식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메모도 공개됐습니다. "무슨 일이든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 연애편지에 쓸 것 같은 이 로맨틱한 표현은 슬프게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이라크 참전 결정을 앞둔 2002년 6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메모였습니다.

미국·영국의 이라크 전쟁...미군 4,424명, 영국군 179명, 이라크인 16만 명 희생
미군, 2011년 이라크 철수 후 이라크·시리아 참혹한 내전에 휘말려

이렇게 시작된 2003년 이라크 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군 4,424명, 영국군 179명 그리고 이라크인 160,000명 이상이 희생된 채 2011년 12월 끝이 납니다.

그리고 존 칠콧 위원장의 결론대로 이후 계획은 완전히 불충분했습니다.

미군이 승전을 선언한 뒤 완전히 철수하고 이라크와 시리아는 참혹한 내전에 휘말렸습니다.

2014년 7월 4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모스크에 첫 등장 한 ‘알 바그다디’2014년 7월 4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모스크에 첫 등장 한 ‘알 바그다디’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 2014년 7월 4일 이라크 모술에서 첫 등장
IS, 라마단 앞두고 테러 부추기며 앞으로 벌어질 광적인 테러 예고

그리고 3년여의 권력 공백 상태가 이어진 이라크에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2014년 7월 4일 금요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 있는 대모스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통해서입니다. '알 바그다디'로 불리는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지도자, "내가 알라에게 복종하는 한 나에게 복종하라, 만약에 내가 알라를 따르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나를 따르지 말라" 이런 교시를 내리며 자칭 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는 '불신자들마다 살해하고, 박해가 사라질 때까지 대항하여 싸우라'는 코란의 구절을 악용해 전쟁과 테러를 부추기며 자신들의 극단주의적인 끔찍한 테러 행위를 정당화해 왔습니다. 그해 라마단을 앞두고 테러를 부추기며 앞으로 벌어질 광적인 테러를 예고했습니다.

아부 무하메드 IS 대변인은 그해 5월 "라마단 기간에 모두가 신의 이름으로 공격해야 한다는걸 명심하라"는 테러 지침을 내립니다. 그리고 5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서 IS 혹은 IS를 추종한다는 테러범들의 끔찍한 테러가 이어져왔습니다.

알 바그다디 모습. 2014년 7월(좌측) 2019년 5월 (우측) 알 바그다디 모습. 2014년 7월(좌측) 2019년 5월 (우측)

알 바그다디, 미군에 체포·수감된 뒤 테러리스트 길 걸어

알 바그다디는 IS에 참전하면서 이름을 고쳤습니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라는 이름은 이슬람 최초의 칼리프였던 아부 바크르의 이름에서 가져왔고, 수니파 압바스 왕조의 수도였던 바그다드도 가져와 칼리프의 정통성을 흉내낸 것입니다. 그는 이라크 사담 대학에서 코란 연구로 2007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바그다드에서 두 명의 부인, 6명의 아이들과 평범한 삶을 보냈습니다. 바그다디의 전 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아버지였어요. 아이들과 같이했고, 선생님이어서 가르칠 줄 알았어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그는 삼촌의 권유로 무슬림 형제단에 들어가 지하드 전사로 활동하며 급진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4년 2월 바그다디는 팔루자에서 미군에 체포돼 부카에 10개월 동안 수감됐고, 이 때 알 카에다 지도자들과 접촉하면서 본격적으로 알 카에다의 길을 가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카에서 풀려난 뒤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하다 2006년 말 마스리가 설립한 이슬람 국가(초기 'IS')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벌였고 2010년 4월 마스리가 죽자 새 지도자로 추대됐습니다. 지도자가 되면서 바그다디는 자신의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을 새로 구축한 바그다디는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시리아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는데 당시 이를 반대하던 알 카에다와 마찰을 빚다 2014년에는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알 바그다디, IS 지도자 오른 뒤 이슬람 국가 건설 야심 드러내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접경지역을 장악한 바그다디는 2013년 봄, 조직의 이름을 기존의 이슬람 국가(IS)에서 '이라크 이슬람국'을 뜻하는 ISI(Islamic State in Iraq)로 다시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을 의미하는 ISIS/ISIL(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The 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로 바꿉니다. 이라크와 함께 알-샴/레반트라는 7세기 때 고대 시리아 지명을 넣어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까지 넘보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실제로 IS는 시리아 동부의 유전지대와 이라크와 접경하는 약 100km의 국경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막대한 자금을 거머쥡니다. 그리고 이슬람국가 건설을 빌미로 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가 돼 전 세계에 테러 공포를 주는 괴물로 성장해왔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IS출현 토양 제공" 비판 받아
이라크·시리아 내전 촉발, 대규모 시리아 난민 사태

미국과 영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이, 결국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내전을 촉발했고 최악의 테러 집단인 IS의 출현과 대규모 시리아 난민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들어서 IS 퇴치 이후에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에 대한 방치가 이어지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질 납치와 참수, 노예 거래와 문화재 파괴 등 반인도적·반문명적 만행을 일삼은 IS는 이미 거의 와해된 상황입니다. 알바그다디 사망은 결정적인 일격이 될 수 있습니다.

마즐룸 아브디 시리아민주군 총사령관 27일 트위터 통해 “성공적이고 역사적인 작전 수행”…알바그다디 공습 사망 첫 암시마즐룸 아브디 시리아민주군 총사령관 27일 트위터 통해 “성공적이고 역사적인 작전 수행”…알바그다디 공습 사망 첫 암시

알 바그다디 후계자는 2인자인 '카르다시'.."조직장악력 떨어져"
알 바그다디 사망...IS 완전 격퇴 기회 vs 새로운 테러단체 출현 가능성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는 이라크인인 압둘라 카르다시입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군 장교 출신으로, 2016년 알바그다디의 최측근인 아부 알라 알아프리가 숨진 뒤 2인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알바그다디와 마찬가지로 미군 점령기에 알카에다에 들어가면서 지하디스트가 됐습니다. 지난 8월 IS가 운영하는 미디어는 카르다시가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카르다시는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받는 상황에서 바그다디의 사망이 알려지면서
IS를 완전히 격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IS 격퇴 이후 극단주의 나올 토양 없애는 것이 중요
트럼프의 쿠르드족 배신은 또다른 테러집단 출현 가능성도
미국의 이라크 실패 시리아에서 반복 우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S 세력이 되살아날 것인지가 아니라,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게 만드는 토양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테러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알카에다에서 이라크알카에다로, 다시 IS로 극단조직의 주도권이 넘어갔듯이 IS의 뒤를 이은 다른 조직이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극단주의와 싸운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터키의 시리아 북부 침공을 사실상 허용하며 러시아의 시리아 지역 장악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시리아북부 일부 지역은 안전지대화 돼 터키 내 시리아 난민들의 이주가 예상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리아 지역은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온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알 아사드는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시리아 내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 작업이 벌어져 또다른 형태의 유혈참극도 우려됩니다. 여기에 IS 격퇴전에 참여해 큰 성과를 거두고도 미국의 버림을 받고 갈 곳이 없어진 쿠르드족이 어떤 형태로 보복에 나설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쿠르드족이 급하게 철수한 지역에서는 IS 추종 조직원과 가족들이 대규모로 수감시설에서 탈출하고 있어 IS 재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IS를 완전히 퇴치했다며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미군의 모습에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2011년 아무런 대책 없이 이라크를 철수해 지금의 대혼란을 만든 미국의 그림자가 시리아에 다시 드리우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기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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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0-28 1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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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 IS 미디어 조직 알푸르칸이 공개한 ‘알 바그다디’

트럼프 대통령, IS 수괴 알 바그다디 제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7일 오전 미군이 시리아에서 벌인 군사작전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는 처참하게 죽었다. 겁쟁이처럼 죽었다. 세계는 이제 훨씬 안전한 곳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가 마지막 순간 입고 있던 자살 폭탄 조끼를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가 미군에 쫒겨 터널 안 막다른 길에 봉착한 뒤 입고 있던 자살 폭탄 조끼를 터트려 자신은 물론 함께 있던 세 명의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5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를 벌여온 IS의 수괴는 제거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낳은 괴물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누구?

이슬람에서 가장 신성해야 할 날은 금식의 한 달인 라마단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도 끔찍한 테러를 벌이는 집단, 수니파 무장테러단체인 'IS'입니다. 지난 5년여 동안 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은 IS의 출현 배경에는 미국과 영국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16년 영국 정부는 7년간의 조사 끝에 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목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보고서', 이라크전의 이유가 됐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도 영국이 이 전쟁에 참여할 만한 급박한 위험도 당시에 없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존 칠콧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시 "분명한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에 따를 결과들은 과소평가됐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이후 계획이 완전히 불충분했다"는 영국 정부의 공식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메모도 공개됐습니다. "무슨 일이든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 연애편지에 쓸 것 같은 이 로맨틱한 표현은 슬프게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이라크 참전 결정을 앞둔 2002년 6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메모였습니다.

미국·영국의 이라크 전쟁...미군 4,424명, 영국군 179명, 이라크인 16만 명 희생
미군, 2011년 이라크 철수 후 이라크·시리아 참혹한 내전에 휘말려

이렇게 시작된 2003년 이라크 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군 4,424명, 영국군 179명 그리고 이라크인 160,000명 이상이 희생된 채 2011년 12월 끝이 납니다.

그리고 존 칠콧 위원장의 결론대로 이후 계획은 완전히 불충분했습니다.

미군이 승전을 선언한 뒤 완전히 철수하고 이라크와 시리아는 참혹한 내전에 휘말렸습니다.

2014년 7월 4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모스크에 첫 등장 한 ‘알 바그다디’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 2014년 7월 4일 이라크 모술에서 첫 등장
IS, 라마단 앞두고 테러 부추기며 앞으로 벌어질 광적인 테러 예고

그리고 3년여의 권력 공백 상태가 이어진 이라크에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2014년 7월 4일 금요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 있는 대모스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통해서입니다. '알 바그다디'로 불리는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지도자, "내가 알라에게 복종하는 한 나에게 복종하라, 만약에 내가 알라를 따르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나를 따르지 말라" 이런 교시를 내리며 자칭 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는 '불신자들마다 살해하고, 박해가 사라질 때까지 대항하여 싸우라'는 코란의 구절을 악용해 전쟁과 테러를 부추기며 자신들의 극단주의적인 끔찍한 테러 행위를 정당화해 왔습니다. 그해 라마단을 앞두고 테러를 부추기며 앞으로 벌어질 광적인 테러를 예고했습니다.

아부 무하메드 IS 대변인은 그해 5월 "라마단 기간에 모두가 신의 이름으로 공격해야 한다는걸 명심하라"는 테러 지침을 내립니다. 그리고 5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서 IS 혹은 IS를 추종한다는 테러범들의 끔찍한 테러가 이어져왔습니다.

알 바그다디 모습. 2014년 7월(좌측) 2019년 5월 (우측)
알 바그다디, 미군에 체포·수감된 뒤 테러리스트 길 걸어

알 바그다디는 IS에 참전하면서 이름을 고쳤습니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라는 이름은 이슬람 최초의 칼리프였던 아부 바크르의 이름에서 가져왔고, 수니파 압바스 왕조의 수도였던 바그다드도 가져와 칼리프의 정통성을 흉내낸 것입니다. 그는 이라크 사담 대학에서 코란 연구로 2007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바그다드에서 두 명의 부인, 6명의 아이들과 평범한 삶을 보냈습니다. 바그다디의 전 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아버지였어요. 아이들과 같이했고, 선생님이어서 가르칠 줄 알았어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그는 삼촌의 권유로 무슬림 형제단에 들어가 지하드 전사로 활동하며 급진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4년 2월 바그다디는 팔루자에서 미군에 체포돼 부카에 10개월 동안 수감됐고, 이 때 알 카에다 지도자들과 접촉하면서 본격적으로 알 카에다의 길을 가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카에서 풀려난 뒤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하다 2006년 말 마스리가 설립한 이슬람 국가(초기 'IS')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벌였고 2010년 4월 마스리가 죽자 새 지도자로 추대됐습니다. 지도자가 되면서 바그다디는 자신의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을 새로 구축한 바그다디는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시리아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는데 당시 이를 반대하던 알 카에다와 마찰을 빚다 2014년에는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알 바그다디, IS 지도자 오른 뒤 이슬람 국가 건설 야심 드러내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접경지역을 장악한 바그다디는 2013년 봄, 조직의 이름을 기존의 이슬람 국가(IS)에서 '이라크 이슬람국'을 뜻하는 ISI(Islamic State in Iraq)로 다시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을 의미하는 ISIS/ISIL(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The 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로 바꿉니다. 이라크와 함께 알-샴/레반트라는 7세기 때 고대 시리아 지명을 넣어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까지 넘보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실제로 IS는 시리아 동부의 유전지대와 이라크와 접경하는 약 100km의 국경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막대한 자금을 거머쥡니다. 그리고 이슬람국가 건설을 빌미로 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가 돼 전 세계에 테러 공포를 주는 괴물로 성장해왔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IS출현 토양 제공" 비판 받아
이라크·시리아 내전 촉발, 대규모 시리아 난민 사태

미국과 영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이, 결국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내전을 촉발했고 최악의 테러 집단인 IS의 출현과 대규모 시리아 난민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들어서 IS 퇴치 이후에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에 대한 방치가 이어지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질 납치와 참수, 노예 거래와 문화재 파괴 등 반인도적·반문명적 만행을 일삼은 IS는 이미 거의 와해된 상황입니다. 알바그다디 사망은 결정적인 일격이 될 수 있습니다.

마즐룸 아브디 시리아민주군 총사령관 27일 트위터 통해 “성공적이고 역사적인 작전 수행”…알바그다디 공습 사망 첫 암시
알 바그다디 후계자는 2인자인 '카르다시'.."조직장악력 떨어져"
알 바그다디 사망...IS 완전 격퇴 기회 vs 새로운 테러단체 출현 가능성

알바그다디의 후계자는 이라크인인 압둘라 카르다시입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군 장교 출신으로, 2016년 알바그다디의 최측근인 아부 알라 알아프리가 숨진 뒤 2인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알바그다디와 마찬가지로 미군 점령기에 알카에다에 들어가면서 지하디스트가 됐습니다. 지난 8월 IS가 운영하는 미디어는 카르다시가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카르다시는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받는 상황에서 바그다디의 사망이 알려지면서
IS를 완전히 격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IS 격퇴 이후 극단주의 나올 토양 없애는 것이 중요
트럼프의 쿠르드족 배신은 또다른 테러집단 출현 가능성도
미국의 이라크 실패 시리아에서 반복 우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S 세력이 되살아날 것인지가 아니라,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게 만드는 토양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테러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알카에다에서 이라크알카에다로, 다시 IS로 극단조직의 주도권이 넘어갔듯이 IS의 뒤를 이은 다른 조직이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극단주의와 싸운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터키의 시리아 북부 침공을 사실상 허용하며 러시아의 시리아 지역 장악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시리아북부 일부 지역은 안전지대화 돼 터키 내 시리아 난민들의 이주가 예상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리아 지역은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온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알 아사드는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시리아 내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 작업이 벌어져 또다른 형태의 유혈참극도 우려됩니다. 여기에 IS 격퇴전에 참여해 큰 성과를 거두고도 미국의 버림을 받고 갈 곳이 없어진 쿠르드족이 어떤 형태로 보복에 나설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쿠르드족이 급하게 철수한 지역에서는 IS 추종 조직원과 가족들이 대규모로 수감시설에서 탈출하고 있어 IS 재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IS를 완전히 퇴치했다며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미군의 모습에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2011년 아무런 대책 없이 이라크를 철수해 지금의 대혼란을 만든 미국의 그림자가 시리아에 다시 드리우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기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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