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공산당 “안팎으로 위기”…해결책은 ‘시진핑 1인 天下’?

입력 2019.11.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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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계 구도 언급 없어!

어제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최고위급 회의 4차 전체회의(이하 4중전회)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건 한 홍콩 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다. 홍콩명보는 4중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시 주석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인물 2명이 신임 상무위원에 임명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 인물로 천민얼(陈敏尔, 59살 충칭시 당 서기)과 후춘화(胡春华, 56살 부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4중전회 발표 공보(四次全体会议公报)엔 후계구도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시진핑 체제, 시진핑 1인 천하가 더 공고해졌음이 확인된다. 중국공산당은 4중전회 회의 결과를 전하는 공보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4중전회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과 긴밀히 단결하여 ~~~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분투할 것을 호소한다!" (全会号召,全党全国各族人民要更加紧密地团结在以习近平同志为核心的党中央周围,坚定信心,保持定力,锐意进取,开拓创新,为坚持和完善中国特色社会主义制度、推进国家治理体系和治理能力现代化,实现“两个一百年”奋斗目标、实现中华民族伟大复兴的中国梦而努力奋斗!)


후계자 지명에 관심이 높았던 건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또 홍콩사태 등의 잇따른 악재로 영원할 거 같았던 시진핑 지배 권력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는 안팎의 분석 때문이었다. 또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규범인 격대지정(隔代指定, 한 세대를 뛰어넘는 후계자 지정)을 건너뛰었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총서기 후보를 권력 승계 최소한 5년 전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해 경험을 쌓은 뒤 권력을 이어왔다. 덩샤오핑 등 혁명 원로들이 권력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도입한 규범이다. 시 주석은 이 규범대로라면 제19차 당 대회가 열렸던 2017년 10월 후계자를 지명했어야 하는 데 그냥 넘어간 것이다.


예상됐던 시진핑 天下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오늘 사평에서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한 당 중앙에 더욱 긴밀히 단결하여,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명심하며 진취적으로 개척해나가자"고 4중전회 의미를 전했다. 흔들릴 거 같았던 시진핑 지배 권력이 오히려 4중전회로 더 공고해진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 이는 한 달 전 10월 1일, 신중국 70주년 열병식 때 시진핑 주석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을 때부터 예상됐던 그림이었다. 시 주석 옆에 선 94살의 쇠약한 지도자 장쩌민(江泽民)과 백발의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의 모습은 시 주석의 권위 앞에 너무나 초라했다. 유일하게 인민복을 차려입은 시 주석의 모습은 신중국 70주년 열병식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시 주석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주석과 부주석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헌법 제3장 79조 3항이 수정되면서 합법적인 종신 집권의 길이 열렸다. 또 수정헌법 서문과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 당헌)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올라가면서 '시진핑 사상'이 중국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상 덩샤오핑을 제치고 마오쩌둥급의 지도자로 격상된 것이다.

외교안보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4중전회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즉 시진핑의 통치이념이 정확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또 "공산당이 모든 걸 영도한다(黨領導一切)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면서 이는 "덩샤오핑의 당정 분리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공산당 전능(全能) 통치이념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산당 전능시대, 당의 핵심이 시진핑이라는 것이 다시 확인되면서 이후 모든 문제를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직접 주도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홍콩 ‘엄격 대응’…“법·집행 기제 정비한다”

중국공산당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사태에 대해선 더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중국 두 체제)는 "공산당이 인민을 영도하고 조국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중요한 제도"라면서 "국가안전을 위한 법률제도와 집행 기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사태를 '국가안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는 일부 외신 매체들이 점쳤던 캐리 람 행정장관 교체 등의 유화책이 아니라, 본토 중국 정부가 직접 홍콩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정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구의회 선거 결과로 드러나게 될 지금 홍콩인들의 여론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는 인식이다. 홍콩인들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이후 홍콩사태는 더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중국 안팎으로 위기”
지금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진핑 주석의 건강이상설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시 주석이 고혈압과 국소성 파킨슨병, 부정맥과 통풍을 지병으로 안고 산다는 거다. 물론 시 주석의 건강이상설은 미국 매체 등을 통해 잊을 만하면 나왔던 이슈이기는 하다. 하지만 왜 20개월 만에 열린 중국공산당 최고 의사결정기구 전체 회의를 앞두고 갑작스레 이런 소문이 돌고 있을까? 중국 권력은 과연 시진핑 1인 체제로 재편된 것일까? 이런 의구심은 아마도 중국 인민들 사이에도 속속 전해질 것이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는 현재 중국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4중전회 공보는 현재 상황을 '국내외 위험과 도전이 눈에 띄게 많아진 복잡한 국면(面对国内外风险挑战明显增多的复杂局面)'이라고 정의했다.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기본 모순을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정의한 것처럼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지지 못하는 지금의 중국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미국과의 패권전쟁, 일국양제를 거스르는 홍콩과 타이완 문제를 위험과 도전으로 정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건강과 눈에 드러나지 않는 권력 암투도 위험의 범주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위기를 돌파할 비책으로 '시진핑 권력의 집중화'를 선택한 것은 아이러니다. '모' 아니면 '도'식의 처방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때 갖게 될 혼란과 책임은 오로지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산당 전능시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카리스마는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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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1 14:41:52
    특파원 리포트
시진핑 후계 구도 언급 없어!

어제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최고위급 회의 4차 전체회의(이하 4중전회)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건 한 홍콩 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다. 홍콩명보는 4중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시 주석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인물 2명이 신임 상무위원에 임명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 인물로 천민얼(陈敏尔, 59살 충칭시 당 서기)과 후춘화(胡春华, 56살 부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4중전회 발표 공보(四次全体会议公报)엔 후계구도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시진핑 체제, 시진핑 1인 천하가 더 공고해졌음이 확인된다. 중국공산당은 4중전회 회의 결과를 전하는 공보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4중전회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과 긴밀히 단결하여 ~~~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분투할 것을 호소한다!" (全会号召,全党全国各族人民要更加紧密地团结在以习近平同志为核心的党中央周围,坚定信心,保持定力,锐意进取,开拓创新,为坚持和完善中国特色社会主义制度、推进国家治理体系和治理能力现代化,实现“两个一百年”奋斗目标、实现中华民族伟大复兴的中国梦而努力奋斗!)


후계자 지명에 관심이 높았던 건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또 홍콩사태 등의 잇따른 악재로 영원할 거 같았던 시진핑 지배 권력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는 안팎의 분석 때문이었다. 또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규범인 격대지정(隔代指定, 한 세대를 뛰어넘는 후계자 지정)을 건너뛰었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총서기 후보를 권력 승계 최소한 5년 전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해 경험을 쌓은 뒤 권력을 이어왔다. 덩샤오핑 등 혁명 원로들이 권력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도입한 규범이다. 시 주석은 이 규범대로라면 제19차 당 대회가 열렸던 2017년 10월 후계자를 지명했어야 하는 데 그냥 넘어간 것이다.


예상됐던 시진핑 天下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오늘 사평에서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한 당 중앙에 더욱 긴밀히 단결하여,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명심하며 진취적으로 개척해나가자"고 4중전회 의미를 전했다. 흔들릴 거 같았던 시진핑 지배 권력이 오히려 4중전회로 더 공고해진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 이는 한 달 전 10월 1일, 신중국 70주년 열병식 때 시진핑 주석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을 때부터 예상됐던 그림이었다. 시 주석 옆에 선 94살의 쇠약한 지도자 장쩌민(江泽民)과 백발의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의 모습은 시 주석의 권위 앞에 너무나 초라했다. 유일하게 인민복을 차려입은 시 주석의 모습은 신중국 70주년 열병식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시 주석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주석과 부주석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헌법 제3장 79조 3항이 수정되면서 합법적인 종신 집권의 길이 열렸다. 또 수정헌법 서문과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 당헌)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올라가면서 '시진핑 사상'이 중국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상 덩샤오핑을 제치고 마오쩌둥급의 지도자로 격상된 것이다.

외교안보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4중전회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즉 시진핑의 통치이념이 정확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또 "공산당이 모든 걸 영도한다(黨領導一切)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면서 이는 "덩샤오핑의 당정 분리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공산당 전능(全能) 통치이념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산당 전능시대, 당의 핵심이 시진핑이라는 것이 다시 확인되면서 이후 모든 문제를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직접 주도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홍콩 ‘엄격 대응’…“법·집행 기제 정비한다”

중국공산당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사태에 대해선 더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중국 두 체제)는 "공산당이 인민을 영도하고 조국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중요한 제도"라면서 "국가안전을 위한 법률제도와 집행 기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사태를 '국가안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는 일부 외신 매체들이 점쳤던 캐리 람 행정장관 교체 등의 유화책이 아니라, 본토 중국 정부가 직접 홍콩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정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구의회 선거 결과로 드러나게 될 지금 홍콩인들의 여론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는 인식이다. 홍콩인들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이후 홍콩사태는 더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중국 안팎으로 위기”
지금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진핑 주석의 건강이상설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시 주석이 고혈압과 국소성 파킨슨병, 부정맥과 통풍을 지병으로 안고 산다는 거다. 물론 시 주석의 건강이상설은 미국 매체 등을 통해 잊을 만하면 나왔던 이슈이기는 하다. 하지만 왜 20개월 만에 열린 중국공산당 최고 의사결정기구 전체 회의를 앞두고 갑작스레 이런 소문이 돌고 있을까? 중국 권력은 과연 시진핑 1인 체제로 재편된 것일까? 이런 의구심은 아마도 중국 인민들 사이에도 속속 전해질 것이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는 현재 중국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4중전회 공보는 현재 상황을 '국내외 위험과 도전이 눈에 띄게 많아진 복잡한 국면(面对国内外风险挑战明显增多的复杂局面)'이라고 정의했다.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기본 모순을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정의한 것처럼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지지 못하는 지금의 중국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미국과의 패권전쟁, 일국양제를 거스르는 홍콩과 타이완 문제를 위험과 도전으로 정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건강과 눈에 드러나지 않는 권력 암투도 위험의 범주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위기를 돌파할 비책으로 '시진핑 권력의 집중화'를 선택한 것은 아이러니다. '모' 아니면 '도'식의 처방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때 갖게 될 혼란과 책임은 오로지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산당 전능시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카리스마는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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