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에 ‘무죄’…이유는?

입력 2019.11.05 (10:47) 수정 2019.11.05 (11: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스페인에서 14살 소녀를 성폭행한 남성 5명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가 성폭행은 아니라고 판결한 건데요.

이 기막힌 선고에 온 스페인 사회가 공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이 달아나듯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갑니다.

법원 밖에선 시위대가 대기 중이었는데요.

'학대가 아닌 성폭행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 : "이것은 성폭행입니다. 가해자들이 교대로 범행을 저지르며 서두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카탈루냐 북동부의 만레사 마을에 있는 버려진 공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인근에서 파티가 벌어졌고, 술에 취해 쓰러진 14살 소녀를 5명의 남성이 성폭행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의 판결은 '성폭행 혐의'가 아닌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징역형이었습니다.

그 근거로는 피해자가 당시 알코올을 복용한 상태로, 가해자들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스페인 형사법에서 강간죄는 폭력과 위협이 있어야 성립됩니다.

즉, 만취 상태로 폭력 또는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성폭행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겁니다.

[조르디 마타말라/검사 : "6명을 고소했지만 5명만 피의자로 인정된 것은 받아드릴 수 있지만, 최종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초 성폭행 혐의 적용을 요청했지만 우리가 요구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하고 모멸적인 행위에 대한 보상비로 1만2천 유로, 우리 돈 약 1천500만 원을 지급할 것도 명령했습니다.

집단 성폭행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에 시민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몰려 나왔습니다.

["학대가 아니다! 성폭행이다!"]

바르셀로나 아다 콜라우 시장도 자신의 SNS 계정에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판결은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페인에선 이와 비슷한 논란이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2016년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공유한 사건인데요.

당시에도 1, 2심 모두 '성적 학대'죄를 적용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습니다.

[2018년, 판결 반대 시위 : "감옥에서 속죄하라!"]

[이그나 치오/시위대/2018년 : "남성 우월주의자이자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괴롭힘입니다.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들은 감옥에 가야합니다. 이것은 열악한 사법 체계를 보여줍니다."]

사건은 올해 6월에서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수강간죄를 적용한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때, 스페인 정치권은 성폭력에 맞서 싸우고, 피해자 여성의 재판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공분을 자아내는 판결이 나온 겁니다.

이번 판결은 스페인의 낡은 형법의 단점은 물론 재판부의 전근대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스페인 내 여성 단체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고, 모든 형태의 성폭행을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사법부에 촉구하고 있는데요.

연이은 판결 논란으로 스페인 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에 ‘무죄’…이유는?
    • 입력 2019-11-05 10:48:12
    • 수정2019-11-05 11:10:12
    지구촌뉴스
[앵커]

스페인에서 14살 소녀를 성폭행한 남성 5명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가 성폭행은 아니라고 판결한 건데요.

이 기막힌 선고에 온 스페인 사회가 공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이 달아나듯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갑니다.

법원 밖에선 시위대가 대기 중이었는데요.

'학대가 아닌 성폭행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 : "이것은 성폭행입니다. 가해자들이 교대로 범행을 저지르며 서두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카탈루냐 북동부의 만레사 마을에 있는 버려진 공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인근에서 파티가 벌어졌고, 술에 취해 쓰러진 14살 소녀를 5명의 남성이 성폭행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의 판결은 '성폭행 혐의'가 아닌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징역형이었습니다.

그 근거로는 피해자가 당시 알코올을 복용한 상태로, 가해자들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스페인 형사법에서 강간죄는 폭력과 위협이 있어야 성립됩니다.

즉, 만취 상태로 폭력 또는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성폭행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겁니다.

[조르디 마타말라/검사 : "6명을 고소했지만 5명만 피의자로 인정된 것은 받아드릴 수 있지만, 최종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초 성폭행 혐의 적용을 요청했지만 우리가 요구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하고 모멸적인 행위에 대한 보상비로 1만2천 유로, 우리 돈 약 1천500만 원을 지급할 것도 명령했습니다.

집단 성폭행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에 시민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몰려 나왔습니다.

["학대가 아니다! 성폭행이다!"]

바르셀로나 아다 콜라우 시장도 자신의 SNS 계정에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판결은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페인에선 이와 비슷한 논란이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2016년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공유한 사건인데요.

당시에도 1, 2심 모두 '성적 학대'죄를 적용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습니다.

[2018년, 판결 반대 시위 : "감옥에서 속죄하라!"]

[이그나 치오/시위대/2018년 : "남성 우월주의자이자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괴롭힘입니다.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들은 감옥에 가야합니다. 이것은 열악한 사법 체계를 보여줍니다."]

사건은 올해 6월에서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수강간죄를 적용한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때, 스페인 정치권은 성폭력에 맞서 싸우고, 피해자 여성의 재판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공분을 자아내는 판결이 나온 겁니다.

이번 판결은 스페인의 낡은 형법의 단점은 물론 재판부의 전근대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스페인 내 여성 단체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고, 모든 형태의 성폭행을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사법부에 촉구하고 있는데요.

연이은 판결 논란으로 스페인 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