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은 왜…위기 징후는 없었나?

입력 2019.11.06 (08:26) 수정 2019.11.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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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늘나라로 간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숨진지 한 달여가 되어서야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 모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늘 조용하고 평화롭던 골목은 지난 주말부터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사람이 4명이 죽었으니까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지."]

[이웃 주민/음성변조 : "무서웠어요. 토요일에 시신 하나 나오는 거 보고 차 빼서 가버렸어요. 무서워서."]

지난 2일 오전. 이 골목 다세대 주택에 살던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 등 네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공사 문제로 건물을 방문한 관계자가 문이 잠긴 집 밖으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네 분이 거주한 거 같아요.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봐서 네 모녀가 숨진 지 몇 주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경찰에 발견되기 전까지 이들의 부재를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건물 청소 담당자/음성변조 : "냄새가 지난주부터 나서 웬 냄새가 여기서 이렇게 나나. 지난 주 금요일에 와서 (청소)하고 가면서 아휴 여기 뭘 썩히나 보다 하고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그러고 갔는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우리 집에 사람들이 오면 어디서 하수구 냄새 같은 게 나지 그랬거든. 그래서 우리 화장실에서 나는 거 아냐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싶어요."]

이른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알려진 뒤, 많은 분들이 닮은 꼴 사고를 떠올렸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생활고 때문에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제기됐는데요.

이웃 가운덴 이들의 집안 사정을 아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 사람들이 (이사) 들어온 게 아마 2017년에 들어왔을 거예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세 사는 사람들은 금방 들어오고 나가고 하니까 모르지."]

숨진 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들이 신청한 내용이 전혀 없으시기 때문에. 전혀 신청한 적 없으세요."]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닐뿐더러 그간 공과금이 밀린 내역도 없었던 것으로 지자체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거나 건강보험료 6개월 (밀리거나)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체납된 걸 2개월에 한 번씩 저희한테 모니터링하라고 보내줘요. 그런데 이 가구는 그 내용에는 없었어요. 대상자에는."]

최근 업데이트 된 모니터링 목록에도 네 모녀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즉 적어도 지난 여름까지는 수도, 전기 등 공과금 체납이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는 건데요.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통보 온 게 없으니까 저희는 알 수가 없죠. 통보가 오면 이 집이 좀 문제가 있어서 체납이 되는구나 하나보다 하고 저희가 상담을 가거나 하거든요. 그런데 그 명단에 없었으니까 저희가 이제 알 수는 없는 거죠. 대상자에 대해서요."]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낼 정도였다면

경제적 문제는 없었던 걸까요?

세 딸 중 두 명은 최근까지 인터넷 보석 장식 쇼핑몰을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몇 년 전까진 오프라인 매장도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웃 상인/음성변조 : "2년 했나? 첫째 딸, 셋째 딸 그랬던 거 같아요."]

[이웃 상인/음성변조 : "종로에서 배워서 차렸다는 소리 들었는데 (가게를) 오래하지는 못했어. 1년 남짓했을 거예요. 장사가 안 되니까."]

[이웃 상인/음성변조 : "(자매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워낙에 장사가 안됐던 것 같은데. 저기 자리가 진짜 장사가 안 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경영난으로 가게 문을 닫은 이후로는 인터넷 쇼핑몰에 매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 딸이 운영했던 쇼핑몰은 지난 여름 배송 지연 공지를 띄운 이후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택배 기사/음성변조 : "계속 매일같이 (배송 물건이) 오더니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몇 달 전부터 안 오더라고요. 계속. 여자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나오셨는데 연령대가 40대 초반 정도? (상자에) 조그맣게 주얼리라고 적혀있고 두세 개씩 항상 계속 꾸준히 왔었어요. 갑자기 (배송 물건이) 안 오길래 이사 가셨나라고 생각했지 그건 전혀 몰랐어요."]

이런 정황들로 볼 때 기초생활 수급 대상이 될 만큼의 빈곤층은 아니었지만, 네 모녀의 형편은 급격히 기울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집 앞 우편함에 꽂힌 각종 독촉 고지서와 채무 상환과 관련된 우편물들이 이같은 짐작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지역 가입자로 있으면서 7월에서 9월까지 3개월치 보험료하고 쇼핑몰 직장가입자 마찬가지로 7월에서 9월까지 이렇게 체납됐거든요."]

특히 지난 7월에는 노모 앞으로 나오던 연금을 그간 입금됐던 딸 명의의 통장 아닌 새로 개설한 압류방지 전용 통장으로 바꿔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연금 받고 계셨습니다. 국민 연금도 받고 계셨고요."]

결국 최근 네 가족의 수입원은 70대 노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뿐이었던 건 아닐까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부터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하고 단전, 단수 정보, 공과금 체납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북구 네 모녀는 이 감시망에 포착되기도 전에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복지제도가 신청주의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자기가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데 많은 경우는 신청할 의지나 신청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는 이런 사각지대가 되는 거죠."]

좀 더 촘촘한 복지 그물망이 마련됐더라면 네 모녀의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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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은 왜…위기 징후는 없었나?
    • 입력 2019-11-06 08:32:47
    • 수정2019-11-06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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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늘나라로 간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숨진지 한 달여가 되어서야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 모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늘 조용하고 평화롭던 골목은 지난 주말부터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사람이 4명이 죽었으니까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지."]

[이웃 주민/음성변조 : "무서웠어요. 토요일에 시신 하나 나오는 거 보고 차 빼서 가버렸어요. 무서워서."]

지난 2일 오전. 이 골목 다세대 주택에 살던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 등 네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공사 문제로 건물을 방문한 관계자가 문이 잠긴 집 밖으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네 분이 거주한 거 같아요.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봐서 네 모녀가 숨진 지 몇 주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경찰에 발견되기 전까지 이들의 부재를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건물 청소 담당자/음성변조 : "냄새가 지난주부터 나서 웬 냄새가 여기서 이렇게 나나. 지난 주 금요일에 와서 (청소)하고 가면서 아휴 여기 뭘 썩히나 보다 하고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그러고 갔는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우리 집에 사람들이 오면 어디서 하수구 냄새 같은 게 나지 그랬거든. 그래서 우리 화장실에서 나는 거 아냐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싶어요."]

이른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알려진 뒤, 많은 분들이 닮은 꼴 사고를 떠올렸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생활고 때문에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제기됐는데요.

이웃 가운덴 이들의 집안 사정을 아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 사람들이 (이사) 들어온 게 아마 2017년에 들어왔을 거예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세 사는 사람들은 금방 들어오고 나가고 하니까 모르지."]

숨진 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들이 신청한 내용이 전혀 없으시기 때문에. 전혀 신청한 적 없으세요."]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닐뿐더러 그간 공과금이 밀린 내역도 없었던 것으로 지자체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거나 건강보험료 6개월 (밀리거나)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체납된 걸 2개월에 한 번씩 저희한테 모니터링하라고 보내줘요. 그런데 이 가구는 그 내용에는 없었어요. 대상자에는."]

최근 업데이트 된 모니터링 목록에도 네 모녀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즉 적어도 지난 여름까지는 수도, 전기 등 공과금 체납이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는 건데요.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통보 온 게 없으니까 저희는 알 수가 없죠. 통보가 오면 이 집이 좀 문제가 있어서 체납이 되는구나 하나보다 하고 저희가 상담을 가거나 하거든요. 그런데 그 명단에 없었으니까 저희가 이제 알 수는 없는 거죠. 대상자에 대해서요."]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낼 정도였다면

경제적 문제는 없었던 걸까요?

세 딸 중 두 명은 최근까지 인터넷 보석 장식 쇼핑몰을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몇 년 전까진 오프라인 매장도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웃 상인/음성변조 : "2년 했나? 첫째 딸, 셋째 딸 그랬던 거 같아요."]

[이웃 상인/음성변조 : "종로에서 배워서 차렸다는 소리 들었는데 (가게를) 오래하지는 못했어. 1년 남짓했을 거예요. 장사가 안 되니까."]

[이웃 상인/음성변조 : "(자매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워낙에 장사가 안됐던 것 같은데. 저기 자리가 진짜 장사가 안 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경영난으로 가게 문을 닫은 이후로는 인터넷 쇼핑몰에 매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 딸이 운영했던 쇼핑몰은 지난 여름 배송 지연 공지를 띄운 이후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택배 기사/음성변조 : "계속 매일같이 (배송 물건이) 오더니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몇 달 전부터 안 오더라고요. 계속. 여자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나오셨는데 연령대가 40대 초반 정도? (상자에) 조그맣게 주얼리라고 적혀있고 두세 개씩 항상 계속 꾸준히 왔었어요. 갑자기 (배송 물건이) 안 오길래 이사 가셨나라고 생각했지 그건 전혀 몰랐어요."]

이런 정황들로 볼 때 기초생활 수급 대상이 될 만큼의 빈곤층은 아니었지만, 네 모녀의 형편은 급격히 기울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집 앞 우편함에 꽂힌 각종 독촉 고지서와 채무 상환과 관련된 우편물들이 이같은 짐작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지역 가입자로 있으면서 7월에서 9월까지 3개월치 보험료하고 쇼핑몰 직장가입자 마찬가지로 7월에서 9월까지 이렇게 체납됐거든요."]

특히 지난 7월에는 노모 앞으로 나오던 연금을 그간 입금됐던 딸 명의의 통장 아닌 새로 개설한 압류방지 전용 통장으로 바꿔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연금 받고 계셨습니다. 국민 연금도 받고 계셨고요."]

결국 최근 네 가족의 수입원은 70대 노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뿐이었던 건 아닐까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부터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하고 단전, 단수 정보, 공과금 체납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북구 네 모녀는 이 감시망에 포착되기도 전에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복지제도가 신청주의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자기가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데 많은 경우는 신청할 의지나 신청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는 이런 사각지대가 되는 거죠."]

좀 더 촘촘한 복지 그물망이 마련됐더라면 네 모녀의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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