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동서격차 여전

입력 2019.11.07 (20:44) 수정 2019.11.07 (20: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는 9일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냉전의 상징물은 사라졌지만 동서독 경제격차를 해소하고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숙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유광석 특파원, 장벽 붕괴 30주년이라 독일 국민들 감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은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합니다.

시내 곳곳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옛 동독 비밀경찰의 근거지였던 슈타지 박물관은 밤이 되면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해서 기록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슈프레 강에는 수백 개 푸른 조명이 등장했습니다. 장벽을 넘다가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불빛입니다.

싸늘한 장벽을 무너뜨린 소통의 힘은 점토 전시회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악수하며 만든 점토가 벌써 3천 점이 넘었습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이듬해 통일을 공식 선언했죠.

브란덴부르크문 근처를 비롯한 일부 장벽만 기념물로 남고 냉전 시대 삼엄했던 초소는 이제 관광객이 몰리는 사진촬영 장소가 됐습니다.

통일세대로 불리는 이곳 청소년들에게도 베를린 장벽 붕괴는 책으로만 접한 역사입니다.

그래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조나스/학생 : "동독 사람들이 어떻게 탈출했고, 자유를 누리고 싶어 어떻게 했는지 들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앵커]

장벽 붕괴 30년, 통일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미완의 통일’이다.

이런 반성도 나온다는데 어떤 이야깁니까?

[기자]

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지만 동서 경제격차 때문에 갈등이 여전합니다.

독일정부가 발표한 통일 연례보고서를 보면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의 75% 수준입니다.

동서 격차를 좁혔다는 해석도 있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지난 9월 정부 설문조사에서 동독 시민 57%는 자신을 ‘2등 시민’으로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8월 기준 독일의 전체 실업률은 3.1%로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깝지만 옛 동독지역 실업률은 6%로 2배 높습니다.

독일의 500대 기업 본사가 위치한 곳도 각각 464곳, 36곳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동독 출신은 생활수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만 서독 출신은 재건예산으로 혈세를 부담하는 데 불만이 컸는데요.

통일 후 절감하게 된 동서 마음의 분단을 해소하는 것 역시 현 독일 정부의 숙제입니다.

[앵커]

옛 동독지역에서 극우정당이 힘을 얻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죠?

[기자]

네, 극우정당이 옛 동독지역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동독 시민들의 박탈감을 기반으로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옛 동독지역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AfD가 제2당으로 약진했는데요.

앞선 선거에서 1위를 했던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연합도 제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옛 동독시민들의 박탈감을 이용해 반유대, 반난민을 외치면서 인종차별적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현장]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동서격차 여전
    • 입력 2019-11-07 20:48:26
    • 수정2019-11-07 20:52:27
    글로벌24
[앵커]

오는 9일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냉전의 상징물은 사라졌지만 동서독 경제격차를 해소하고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숙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유광석 특파원, 장벽 붕괴 30주년이라 독일 국민들 감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은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합니다.

시내 곳곳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옛 동독 비밀경찰의 근거지였던 슈타지 박물관은 밤이 되면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해서 기록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슈프레 강에는 수백 개 푸른 조명이 등장했습니다. 장벽을 넘다가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불빛입니다.

싸늘한 장벽을 무너뜨린 소통의 힘은 점토 전시회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악수하며 만든 점토가 벌써 3천 점이 넘었습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이듬해 통일을 공식 선언했죠.

브란덴부르크문 근처를 비롯한 일부 장벽만 기념물로 남고 냉전 시대 삼엄했던 초소는 이제 관광객이 몰리는 사진촬영 장소가 됐습니다.

통일세대로 불리는 이곳 청소년들에게도 베를린 장벽 붕괴는 책으로만 접한 역사입니다.

그래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조나스/학생 : "동독 사람들이 어떻게 탈출했고, 자유를 누리고 싶어 어떻게 했는지 들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앵커]

장벽 붕괴 30년, 통일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미완의 통일’이다.

이런 반성도 나온다는데 어떤 이야깁니까?

[기자]

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지만 동서 경제격차 때문에 갈등이 여전합니다.

독일정부가 발표한 통일 연례보고서를 보면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의 75% 수준입니다.

동서 격차를 좁혔다는 해석도 있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지난 9월 정부 설문조사에서 동독 시민 57%는 자신을 ‘2등 시민’으로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8월 기준 독일의 전체 실업률은 3.1%로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깝지만 옛 동독지역 실업률은 6%로 2배 높습니다.

독일의 500대 기업 본사가 위치한 곳도 각각 464곳, 36곳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동독 출신은 생활수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만 서독 출신은 재건예산으로 혈세를 부담하는 데 불만이 컸는데요.

통일 후 절감하게 된 동서 마음의 분단을 해소하는 것 역시 현 독일 정부의 숙제입니다.

[앵커]

옛 동독지역에서 극우정당이 힘을 얻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죠?

[기자]

네, 극우정당이 옛 동독지역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동독 시민들의 박탈감을 기반으로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옛 동독지역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AfD가 제2당으로 약진했는데요.

앞선 선거에서 1위를 했던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연합도 제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옛 동독시민들의 박탈감을 이용해 반유대, 반난민을 외치면서 인종차별적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