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마을들…침몰하는 자카르타

입력 2019.11.09 (21:46) 수정 2019.11.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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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9월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 섬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죠.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는 자카르타 지반이 침하돼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도 크게 고려됐는데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까지 해수면보다 낮아진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상황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직접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17세기 네덜란드가 바다와 맞닿은 늪지대를 개발한 곳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8미터에도 못미칩니다.

지반 침하가 가장 심각한 자카르타 북부 해안 지대.

건물 하나가 바다에 잠겨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모스크입니다.

지은지 25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지만 물에 잠긴 채 방치돼 천장과 벽체 곳곳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스크의 상징인 돔 지붕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더 육지 쪽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공장으로 쓰던 건물이 물에 잠겨 있습니다.

깊은 곳은 1미터 이상 됩니다.

5년 전 홍수 때 물에 잠긴 뒤로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빗물이 배수가 안되는데다 바닷물까지 새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만/건물 관리인 : "비가 오게 되면 물이 더 많이 차 올라요. 그러니까 (땅을) 더 높여야 해요."]

침수를 막기 위해 인근 도로를 높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건물은 더 낮아졌습니다.

건물 내부는 곳곳이 부식으로 떨어져 나가고 앙상하게 기둥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인데요.

건기 때에도 물이 이렇게 차오르면서 건물은 완전히 폐쇄되고 마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우기 때만 되면 물에 잠기고 바닷물까지 역류해 들어오면서 해안 마을들마다 제방이나 방파제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보다 낮은 곳이 많아 제방 안쪽으로 바닷물이 계속 새어 들어옵니다.

하르따티 부인은 집안에 물이 차올라 아이를 업고 2층으로 피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스리 하르따티/북부 자카르타 주민 : "바닷물이 제일 무서워요. 바닷물이 제방을 넘었던 적이 많이 있는데 자주 넘치거든요."]

대부분 생활 형편이 어려운데다 생업이 어업인 경우가 많아 이사를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크만/북부 자카르타 주민 : "이 동네에 산 지 오래된 원주민인데 어딜 가겠어요. 홍수가 나도 갈데가 없어요."]

마을이 상습적으로 물에 잠기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반 침하 때문.

북부 자카르타 해안 지역은 연평균 7.5에서 13 센티미터씩 내려앉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는 203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반 침하 원인의 약 75%는 과도한 지하수 추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자카르타는 상수도 보급률이 60% 정도에 불과해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쿠스 위어릭스/네덜란드 해안개발 전문가 : "가정이든 산업계든 모두 지하수를 뽑아 씁니다. 지반이 계속 침하되죠. 이런 과정이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지반 침하가 계속되면서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도 같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낮아진 제방을 반복해서 높이고 있습니다.

[엄명철/인도네시아 해안개발사업 컨설팅 용역단장 : "지반침하가 계속되다 보니까 바닷물이 넘어온거죠. 넘어오다 보니까 그 이후에 다시 이만큼 쌓은 겁니다.그래도 또 내려간 거예요. 바닷물이 또다시 넘어오니까 더 쌓아 올린거죠."]

해안선을 따라 인위적으로 방파제와 제방을 쌓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파제로 해변이 사라지는데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불편도 큽니다.

자카르타 해안선 곳곳에는 바닷물이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렇게 수백미터씩 방파제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앞 마을과 해안이 분리되고있습니다.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도 이전 결정에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시급한 문제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결책은 제방과 별도로 먼바다에 대방조제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현재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우리나라의 코이카와 농어촌공사가 맡아하고 있습니다.

[아흐마드 가니/인도네시아 공공주택부 차관 :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측의 협조가 해변 제방과 대방조제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합니다."]

코이카측은 내년까지 기본 설계를 마무리 하고 2030년까지 자이언트 월로 불리는 대 방조제를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새만금 방조제 기술을 적용하되 생태환경을 고려해 매립형이 아닌 바닷물이 통하는 개방형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회진/코이카 인도네시아사무소장 : "수질 오염을 최대한 저감시키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생태적인 연안의 이점을 유지되게끔 함으로써 서민들의 경제활동도 보장하는."]

현재 상태로 간다면 2100년에 대부분의 해안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는 인도네시아.

대방조제가 세워지면 바닷물의 범람을 막는데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반침하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상수원 공급 체계 확보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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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에 잠긴 마을들…침몰하는 자카르타
    • 입력 2019-11-09 22:04:58
    • 수정2019-11-09 22: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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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9월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 섬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죠.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는 자카르타 지반이 침하돼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도 크게 고려됐는데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까지 해수면보다 낮아진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상황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직접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17세기 네덜란드가 바다와 맞닿은 늪지대를 개발한 곳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8미터에도 못미칩니다.

지반 침하가 가장 심각한 자카르타 북부 해안 지대.

건물 하나가 바다에 잠겨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모스크입니다.

지은지 25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지만 물에 잠긴 채 방치돼 천장과 벽체 곳곳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스크의 상징인 돔 지붕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더 육지 쪽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공장으로 쓰던 건물이 물에 잠겨 있습니다.

깊은 곳은 1미터 이상 됩니다.

5년 전 홍수 때 물에 잠긴 뒤로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빗물이 배수가 안되는데다 바닷물까지 새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만/건물 관리인 : "비가 오게 되면 물이 더 많이 차 올라요. 그러니까 (땅을) 더 높여야 해요."]

침수를 막기 위해 인근 도로를 높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건물은 더 낮아졌습니다.

건물 내부는 곳곳이 부식으로 떨어져 나가고 앙상하게 기둥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인데요.

건기 때에도 물이 이렇게 차오르면서 건물은 완전히 폐쇄되고 마치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우기 때만 되면 물에 잠기고 바닷물까지 역류해 들어오면서 해안 마을들마다 제방이나 방파제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보다 낮은 곳이 많아 제방 안쪽으로 바닷물이 계속 새어 들어옵니다.

하르따티 부인은 집안에 물이 차올라 아이를 업고 2층으로 피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스리 하르따티/북부 자카르타 주민 : "바닷물이 제일 무서워요. 바닷물이 제방을 넘었던 적이 많이 있는데 자주 넘치거든요."]

대부분 생활 형편이 어려운데다 생업이 어업인 경우가 많아 이사를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크만/북부 자카르타 주민 : "이 동네에 산 지 오래된 원주민인데 어딜 가겠어요. 홍수가 나도 갈데가 없어요."]

마을이 상습적으로 물에 잠기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반 침하 때문.

북부 자카르타 해안 지역은 연평균 7.5에서 13 센티미터씩 내려앉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는 203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반 침하 원인의 약 75%는 과도한 지하수 추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자카르타는 상수도 보급률이 60% 정도에 불과해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쿠스 위어릭스/네덜란드 해안개발 전문가 : "가정이든 산업계든 모두 지하수를 뽑아 씁니다. 지반이 계속 침하되죠. 이런 과정이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지반 침하가 계속되면서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도 같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낮아진 제방을 반복해서 높이고 있습니다.

[엄명철/인도네시아 해안개발사업 컨설팅 용역단장 : "지반침하가 계속되다 보니까 바닷물이 넘어온거죠. 넘어오다 보니까 그 이후에 다시 이만큼 쌓은 겁니다.그래도 또 내려간 거예요. 바닷물이 또다시 넘어오니까 더 쌓아 올린거죠."]

해안선을 따라 인위적으로 방파제와 제방을 쌓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파제로 해변이 사라지는데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불편도 큽니다.

자카르타 해안선 곳곳에는 바닷물이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렇게 수백미터씩 방파제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앞 마을과 해안이 분리되고있습니다.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도 이전 결정에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시급한 문제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결책은 제방과 별도로 먼바다에 대방조제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현재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우리나라의 코이카와 농어촌공사가 맡아하고 있습니다.

[아흐마드 가니/인도네시아 공공주택부 차관 :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측의 협조가 해변 제방과 대방조제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합니다."]

코이카측은 내년까지 기본 설계를 마무리 하고 2030년까지 자이언트 월로 불리는 대 방조제를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새만금 방조제 기술을 적용하되 생태환경을 고려해 매립형이 아닌 바닷물이 통하는 개방형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회진/코이카 인도네시아사무소장 : "수질 오염을 최대한 저감시키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생태적인 연안의 이점을 유지되게끔 함으로써 서민들의 경제활동도 보장하는."]

현재 상태로 간다면 2100년에 대부분의 해안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는 인도네시아.

대방조제가 세워지면 바닷물의 범람을 막는데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반침하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상수원 공급 체계 확보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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