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비핵화 등 현안 산적…집권 후반기 靑의 외교안보 전략은?

입력 2019.11.10 (17:58) 수정 2019.11.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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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을 돌고 후반기 첫날을 맞아, 청와대가 남은 2년 반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습니다. 지소미아 종료와 북한 비핵화 협상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국정 후반기 외교·안보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지소미아 종료 강행할 듯…"국민이 다 이해해주실 것"

정의용 실장은 최근 한일 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은 일본이 제공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관계를 중요시해왔고, 최근 일본 아베 총리와의 환담에서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는데,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제자리걸음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과거사와 현재의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원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본이 안보협력 상 신뢰가 상실됐다며 수출 규제 조치를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연장할 순 없다고 밝혀,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되어야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정 실장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되어야 우리 측은 지소미아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 국민이 다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고도 했습니다. 또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일본과의 군사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할 문제로, 한미 동맹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미국 고위 당국자가 잇따라 방한해 '지소미아 연기론' 등을 언급하고 있고,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될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명확히 정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실장의 말대로라면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는 예정대로 22일 자정을 기해 효력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미국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 상태에서 강제징용 전범 기업의 압류 재산을 현금화하게 되면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한일 갈등은 하반기 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입니다.


"북이 강조한 연내 시한 진지하게 봐"…이례적 '컨틴전시 플랜' 언급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만만치 않은 난제입니다. 지난해에만 해도 장밋빛이 더 많았던 비핵화 협상의 전망이 다시 어두워진 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의 시한을 '올해 말'로 거듭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정의용 실장은 북한이 제시한 '연내 시한'을 상당히 진지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협상 실패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컨틴전시 플랜'을 언급한 건 이례적입니다.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예전보다는 건조하게 표현했습니다. 정의용 실장은 "실무 협상 재개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미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위급 실무 협상이 열리고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해,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을 내비쳤습니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당사자인 만큼 가급적 조기에 실마리를 찾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또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실질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으론 북한이 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언급했습니다. 금강산 시설이 낡아서 관광을 재개하려면 어차피 재개발이 필요했다고 본다면서, 이를 계기로 북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관광 재개에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도모하겠다는 건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 하고 남측은 배제하는 이른바 '통미봉남'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측을 도발하고 있습니다. 연말 안에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끌어내지 못하면 한순간에 북미,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의용 실장은 "2017년 이전 상황으로는 절대 돌아가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지정학적 가치 크다고 자평…미중 사이에서 국익 극대화

최근 갈등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의용 실장은 이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정 실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는 대륙세력인 중국, 러시아 등과 해양세력인 미국이 충돌하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잘 활용해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을 연계시키고, 미국의 인도 태평양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를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을 찾을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5G에서 중국 화웨이의 시설 배제 요구와 동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아주 구체적인 현안을 가지고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치밀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숙제로 지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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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소미아·비핵화 등 현안 산적…집권 후반기 靑의 외교안보 전략은?
    • 입력 2019-11-10 17:58:31
    • 수정2019-11-10 17:59:14
    취재K
임기 반환점을 돌고 후반기 첫날을 맞아, 청와대가 남은 2년 반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습니다. 지소미아 종료와 북한 비핵화 협상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국정 후반기 외교·안보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지소미아 종료 강행할 듯…"국민이 다 이해해주실 것"

정의용 실장은 최근 한일 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은 일본이 제공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관계를 중요시해왔고, 최근 일본 아베 총리와의 환담에서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는데,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제자리걸음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과거사와 현재의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원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본이 안보협력 상 신뢰가 상실됐다며 수출 규제 조치를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연장할 순 없다고 밝혀,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되어야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정 실장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되어야 우리 측은 지소미아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 국민이 다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고도 했습니다. 또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일본과의 군사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할 문제로, 한미 동맹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미국 고위 당국자가 잇따라 방한해 '지소미아 연기론' 등을 언급하고 있고,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될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명확히 정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실장의 말대로라면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는 예정대로 22일 자정을 기해 효력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미국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 상태에서 강제징용 전범 기업의 압류 재산을 현금화하게 되면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한일 갈등은 하반기 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입니다.


"북이 강조한 연내 시한 진지하게 봐"…이례적 '컨틴전시 플랜' 언급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만만치 않은 난제입니다. 지난해에만 해도 장밋빛이 더 많았던 비핵화 협상의 전망이 다시 어두워진 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의 시한을 '올해 말'로 거듭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정의용 실장은 북한이 제시한 '연내 시한'을 상당히 진지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협상 실패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컨틴전시 플랜'을 언급한 건 이례적입니다.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예전보다는 건조하게 표현했습니다. 정의용 실장은 "실무 협상 재개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미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위급 실무 협상이 열리고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해,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을 내비쳤습니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당사자인 만큼 가급적 조기에 실마리를 찾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또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실질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으론 북한이 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언급했습니다. 금강산 시설이 낡아서 관광을 재개하려면 어차피 재개발이 필요했다고 본다면서, 이를 계기로 북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관광 재개에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도모하겠다는 건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 하고 남측은 배제하는 이른바 '통미봉남'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측을 도발하고 있습니다. 연말 안에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끌어내지 못하면 한순간에 북미,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의용 실장은 "2017년 이전 상황으로는 절대 돌아가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지정학적 가치 크다고 자평…미중 사이에서 국익 극대화

최근 갈등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의용 실장은 이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정 실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는 대륙세력인 중국, 러시아 등과 해양세력인 미국이 충돌하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잘 활용해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을 연계시키고, 미국의 인도 태평양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를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을 찾을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5G에서 중국 화웨이의 시설 배제 요구와 동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아주 구체적인 현안을 가지고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치밀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숙제로 지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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