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지는 주택연금, 노후 걱정 덜 수 있을까?

입력 2019.11.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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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에서 55살로 5살 낮춘 주택연금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집을 살 때 금융회사로부터 빌리는 대출이라면 주택연금은 산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을 받는 대출이다. 일종의 역모기지론이다.

주택연금은 노후 자금이 부족한 가계에 유용하지만, 가입 요건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입 연령을 60살 이상, 주택가격도 시가 9억 원 이하로 묶어왔기 때문이다. 또 전세 준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가 이 기준을 모두 완화하기로 했다. 가입연령은 5살 낮추고, 주택가격 기준은 시가에서 공시가격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세를 준 단독-다가구 주택은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도 이제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진다.


가입대상 400만에서 53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 것

문턱을 낮추면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크게 늘어난다. 금융위는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400만 가구 수준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130만에서 135만 명 정도가 추가로 가입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0% 이상이 추가되는 셈이다.

늘리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의 50% 이상은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열악한 노후 준비…가장 큰 문제는 현금흐름

노후 대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민연금, 우리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2017년 기준)이 39.3%에 불과하다. 은퇴 전 100의 소득이 있었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은퇴 뒤에 40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덜 내고 덜 받는 구조의 국민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받으려면 더 내는 연금 개혁이 있어야 한다.(실은 지금 수준의 소득 대체율을 유지만 하려고 해도 지금보다는 더 내는 연금 개혁을 당장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 납입액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납입액 인상 논의에 소극적이다.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이 적을 때 다양한 민간연금이 대체제로 거론된다. 하지만 근로자가 가입하는 '퇴직 연금'이나 개인적으로 보험사에 가입하는 '개인연금'의 가입률은 매우 낮다. 퇴직 연금은 절반(50%) 수준이고, 개인연금은 12.6%다. 게다가 이 두 연금은 최근 낮은 수익률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예·적금만도 못한 수익률로 질타받은 보험사도 적지 않다.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산다. 형편이 허락하는 한 가장 많은 대출을 내서,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돈을 동원해 가장 크고 좋은 집을 사고 본다. 역사적으로 그게 가장 좋은 재테크라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이다. 자산구조가 부동산에 집중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 보유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이다. 살고 있는 집이 우리 국민이 가진 재산의 70%라는 이야기다. 부동산은 조금만 쪼개서 팔 수가 없다. 살고 있는 집이라면 옮기기도 쉽지 않다.

이런 자산 구조 때문에 집이 있더라도, 노후에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주택연금의 문턱을 낮추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55살은 노인일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리나라 주택연금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1.5%다. 400만 가구 가운데 6만 가구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매우 낮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가 간 비교를 해보면 그리 낮지 않은 수치다. 미국만 1.9% 정도로 우리보다 많은 사람이 가입했고, 우리보다 집값이 더 비싼 홍콩은 0.5% 수준, 노령화가 가장 심각한 일본 역시 0.1%에 불과하다.

주택연금 가입 자격 완화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노후 대비의 중요한 축으로 삼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연령 하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기 퇴직 등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가계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55살의 가장 가운데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신청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미지수란 것이다.

게다가 오늘 대책을 내놓은 정부 범부처 인구정책 TF는 이 대책을 내놓으며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장기과제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즉, 앞으로 기초연금 등 노인소득보장 정책은 기준연령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세금 부담 등으로 노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는 높여가야 하는 시점인데, 주택연금 기준 연령은 5살 낮춘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는 있다. 그래서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거나, 예적금만 못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개인연금 가입 유도를 위해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정부 논의와 추가 대응도 속도감있게 동시에 치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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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턱 낮아지는 주택연금, 노후 걱정 덜 수 있을까?
    • 입력 2019-11-13 17:04:56
    취재K
60살에서 55살로 5살 낮춘 주택연금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집을 살 때 금융회사로부터 빌리는 대출이라면 주택연금은 산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을 받는 대출이다. 일종의 역모기지론이다.

주택연금은 노후 자금이 부족한 가계에 유용하지만, 가입 요건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입 연령을 60살 이상, 주택가격도 시가 9억 원 이하로 묶어왔기 때문이다. 또 전세 준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가 이 기준을 모두 완화하기로 했다. 가입연령은 5살 낮추고, 주택가격 기준은 시가에서 공시가격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세를 준 단독-다가구 주택은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도 이제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진다.


가입대상 400만에서 53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 것

문턱을 낮추면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크게 늘어난다. 금융위는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400만 가구 수준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130만에서 135만 명 정도가 추가로 가입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0% 이상이 추가되는 셈이다.

늘리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의 50% 이상은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열악한 노후 준비…가장 큰 문제는 현금흐름

노후 대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민연금, 우리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2017년 기준)이 39.3%에 불과하다. 은퇴 전 100의 소득이 있었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은퇴 뒤에 40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덜 내고 덜 받는 구조의 국민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받으려면 더 내는 연금 개혁이 있어야 한다.(실은 지금 수준의 소득 대체율을 유지만 하려고 해도 지금보다는 더 내는 연금 개혁을 당장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 납입액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납입액 인상 논의에 소극적이다.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이 적을 때 다양한 민간연금이 대체제로 거론된다. 하지만 근로자가 가입하는 '퇴직 연금'이나 개인적으로 보험사에 가입하는 '개인연금'의 가입률은 매우 낮다. 퇴직 연금은 절반(50%) 수준이고, 개인연금은 12.6%다. 게다가 이 두 연금은 최근 낮은 수익률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예·적금만도 못한 수익률로 질타받은 보험사도 적지 않다.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산다. 형편이 허락하는 한 가장 많은 대출을 내서,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돈을 동원해 가장 크고 좋은 집을 사고 본다. 역사적으로 그게 가장 좋은 재테크라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이다. 자산구조가 부동산에 집중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 보유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이다. 살고 있는 집이 우리 국민이 가진 재산의 70%라는 이야기다. 부동산은 조금만 쪼개서 팔 수가 없다. 살고 있는 집이라면 옮기기도 쉽지 않다.

이런 자산 구조 때문에 집이 있더라도, 노후에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주택연금의 문턱을 낮추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55살은 노인일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리나라 주택연금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1.5%다. 400만 가구 가운데 6만 가구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매우 낮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가 간 비교를 해보면 그리 낮지 않은 수치다. 미국만 1.9% 정도로 우리보다 많은 사람이 가입했고, 우리보다 집값이 더 비싼 홍콩은 0.5% 수준, 노령화가 가장 심각한 일본 역시 0.1%에 불과하다.

주택연금 가입 자격 완화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노후 대비의 중요한 축으로 삼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연령 하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기 퇴직 등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가계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55살의 가장 가운데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신청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미지수란 것이다.

게다가 오늘 대책을 내놓은 정부 범부처 인구정책 TF는 이 대책을 내놓으며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장기과제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즉, 앞으로 기초연금 등 노인소득보장 정책은 기준연령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세금 부담 등으로 노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는 높여가야 하는 시점인데, 주택연금 기준 연령은 5살 낮춘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는 있다. 그래서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거나, 예적금만 못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개인연금 가입 유도를 위해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정부 논의와 추가 대응도 속도감있게 동시에 치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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