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처음으로 홍콩 거리에…무력투입 되나?

입력 2019.11.17 (16:17) 수정 2019.11.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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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한 지 이틀 만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에 나섰습니다. 시위대가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청소작업에 투입된 것이지만,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 사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즉 무력투입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란 분석이 나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어제(16일) 오후 4시 30반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수십 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웠습니다.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 차림의 중국군은 지역주민, 경찰, 소방관과 함께 홍콩 침례대학 인근 거리에 널려있는 벽돌을 치우는 작업을 40분가량 한 뒤 주둔지로 복귀했습니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많은 홍콩시민이 주둔군 기지 부근에 와 자발적으로 도로를 청소했다"며 "장병들이 시민과 협조해 청소작업을 했고 주변 도로 교통이 회복됐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6월 초 홍콩 시위 사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에 나선 것인 데다, 홍콩 사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최후통첩'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이어서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홍콩에서 계속해 과격한 폭력 범죄 행위가 벌어져 법치와 사회 질서가 짓밟히고 있다"며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 방문 중 국내 사안을 언급하는 게 극히 드문 일인데다, 시진핑 주석이 열흘 새 두차례나 홍콩의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 주석은 앞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홍콩 거리에 나온 중국군 지휘관의 발언입니다. 한 지휘관은 "오늘 여기에 나온 목적은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14일 시 주석의 '최후통첩' 때 나온 발언을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어제 해방군의 작업이 단순한 청소작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이는 홍콩 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위대에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오늘 두 달 만에 처음으로 1면에 홍콩 문제와 관련한 논평을 실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최후통첩' 발언을 인용하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통해 조속히 질서 회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 시위대는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홍콩 범민주 진영 의원 25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거리 청소는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을 서서히 데워 개구리를 삶는 것(溫水煮蛙·온수자와)처럼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공개적인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홍콩 정부는 기본법 14조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에 치안 유지 등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활동은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금지한 주군법(駐軍法) 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안 유지와 재난 구호를 위해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주군법 제9조는 인민해방군이 홍콩 지역 문제에 개입할 수 없으며, 훈련과 작전 활동 등 공익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행동을 할 경우 홍콩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제 홍콩 정부는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콩 시위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민간기자회는 "인민해방군의 이번 출동은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벽돌을 치웠지만, 다음에는 시위 진압에 나서 홍콩 시민들을 도살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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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인민해방군, 처음으로 홍콩 거리에…무력투입 되나?
    • 입력 2019-11-17 16:17:18
    • 수정2019-11-17 16: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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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한 지 이틀 만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에 나섰습니다. 시위대가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청소작업에 투입된 것이지만,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 사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즉 무력투입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란 분석이 나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어제(16일) 오후 4시 30반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수십 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웠습니다.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 차림의 중국군은 지역주민, 경찰, 소방관과 함께 홍콩 침례대학 인근 거리에 널려있는 벽돌을 치우는 작업을 40분가량 한 뒤 주둔지로 복귀했습니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많은 홍콩시민이 주둔군 기지 부근에 와 자발적으로 도로를 청소했다"며 "장병들이 시민과 협조해 청소작업을 했고 주변 도로 교통이 회복됐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6월 초 홍콩 시위 사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에 나선 것인 데다, 홍콩 사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최후통첩'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이어서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홍콩에서 계속해 과격한 폭력 범죄 행위가 벌어져 법치와 사회 질서가 짓밟히고 있다"며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 방문 중 국내 사안을 언급하는 게 극히 드문 일인데다, 시진핑 주석이 열흘 새 두차례나 홍콩의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 주석은 앞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홍콩 거리에 나온 중국군 지휘관의 발언입니다. 한 지휘관은 "오늘 여기에 나온 목적은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14일 시 주석의 '최후통첩' 때 나온 발언을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어제 해방군의 작업이 단순한 청소작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이는 홍콩 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위대에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오늘 두 달 만에 처음으로 1면에 홍콩 문제와 관련한 논평을 실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최후통첩' 발언을 인용하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통해 조속히 질서 회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 시위대는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홍콩 범민주 진영 의원 25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거리 청소는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을 서서히 데워 개구리를 삶는 것(溫水煮蛙·온수자와)처럼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공개적인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홍콩 정부는 기본법 14조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에 치안 유지 등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활동은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금지한 주군법(駐軍法) 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안 유지와 재난 구호를 위해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주군법 제9조는 인민해방군이 홍콩 지역 문제에 개입할 수 없으며, 훈련과 작전 활동 등 공익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행동을 할 경우 홍콩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제 홍콩 정부는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콩 시위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민간기자회는 "인민해방군의 이번 출동은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벽돌을 치웠지만, 다음에는 시위 진압에 나서 홍콩 시민들을 도살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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