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출산장려에만 급급…미래세대 요구 들어야

입력 2019.11.18 (07:44) 수정 2019.11.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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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객원 해설위원

청년들이 혼인을 연기하고 출산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청년들이 출산장려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삶의 불안을 깊이 공감하지 않고 출산 장려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갖게 합니다.

저출산이 사회의 위기라고 단정하기에 앞서 청년들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속에서 내려진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산을 선택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 궁극적인 요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성장만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사회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독점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교육, 양육, 돌봄을 가족에 위임하고 그 가족 역할을 여성이 욕망하도록 틀 지웠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라고 외치는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젠더차별적으로 살라는 사회에 대해 젊은 여성들은 심각한 부조리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무늬만 젠더평등, 선심성 청년지원, 출산장려금 지원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정말 초저출산이 위기라고 인식한다면,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등한 젠더관계에 대한 미래세대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도화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누구나 주체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 돌봄, 노동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가 연대하여 보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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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출산장려에만 급급…미래세대 요구 들어야
    • 입력 2019-11-18 07: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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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객원 해설위원

청년들이 혼인을 연기하고 출산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청년들이 출산장려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삶의 불안을 깊이 공감하지 않고 출산 장려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갖게 합니다.

저출산이 사회의 위기라고 단정하기에 앞서 청년들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속에서 내려진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산을 선택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 궁극적인 요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성장만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사회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독점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교육, 양육, 돌봄을 가족에 위임하고 그 가족 역할을 여성이 욕망하도록 틀 지웠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라고 외치는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젠더차별적으로 살라는 사회에 대해 젊은 여성들은 심각한 부조리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무늬만 젠더평등, 선심성 청년지원, 출산장려금 지원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정말 초저출산이 위기라고 인식한다면,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등한 젠더관계에 대한 미래세대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도화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누구나 주체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 돌봄, 노동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가 연대하여 보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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