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기름값 3배 인상”…‘산유국’ 이란서 왜?

입력 2019.11.20 (18:08) 수정 2019.11.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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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죠.

우리 돈으로 50원,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는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50원'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나라가 또 있습니다.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 '이란'입니다.

건물마다 불길이 치솟고, 도로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지난 주말, 수도 테헤란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는 마비되고 시설물 등이 훼손됐는데요.

은행 백여 곳과 주유소 등 상점 50여 곳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앵커]

테헤란 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가 또 '50원' 때문이었다는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시위는 휘발윳값 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란 정부가 지난 15일, 1ℓ에 1만 리알이던 휘발유 가격을 1만5천 리알로 올렸는데요.

우리 돈으로 치면 50원 오른 건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시민들은 이제 마음 놓고 휘발유를 살 수도 없게 됐습니다.

이란 정부가 휘발유를 한 달에 60ℓ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한 건데요.

만약 이를 초과하면 리터당 3만 리알을 주고 사야 합니다.

사실상 3배가 오른 겁니다.

[테헤란 시민 : "이제 3만 리알(약 300원)입니다. 음식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더 비싸질 겁니다."]

이란은 아직 대중교통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한 달에 250ℓ씩 쓰던 휘발유량을 앞으로는 60ℓ로 줄여야 하는 겁니다.

택시 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최대 5백 리터까지 주유가 가능하지만, 이를 넘기면 마찬가지로 리터당 3배를 더 내야 합니다.

[테헤란 시민/택시 운전 : "휘발유를 소비하는 이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은 뭔가요?

[답변]

이란은 그동안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매년 23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해왔는데요.

더는 관련 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인상 결정이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인상분을 저소득층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대상자는 약 6천만 명, 천8백만 가구로,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달 6천 원에서 최고 2만5천 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당국은 이번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연간 25억5천만 달러,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가 재정 여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이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죠.

그 이후 양국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란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란은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입니다.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꽁꽁 막혀버렸습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250만 배럴에서 제재 복원 이후 40만 배럴로 급감했습니다.

중국이 그나마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곤 있지만, 미국이 중국 기업들마저도 제재 명단에 포함하고 있죠.

미 재무부는 이달 초에도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아들을 포함, 정권 핵심 인사 9명과 기관 1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미국 재무장관/지난달 28일 : "우리는 이란에 테러 지원 중단,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해서 강화할 것입니다."]

[앵커]

이번에 오른 휘발유 가격도 우리 돈으로 하면 리터당 3백 원 정도죠.

하지만 이란이 처한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게 이해가 됩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이란 물가는 최근 1년간 4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란 국민은 이제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휘발윳값이 오르면서 각종 재화와 서비스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테헤란 시민 : "기름값이 하룻밤 사이에 올랐어요. 이제 집세가 오르고 과일과 채소, 곡물을 포함, 다른 모든 생활비가 오를 겁니다. 우리 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예요."]

지난해 이란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4.8%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는데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낮은 마이너스 9.5%라고 국제통화기금 IMF가 전했습니다.

[앵커]

외신 보도를 보니까, 이번 시위 여파로 사상자만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하죠.

민심이 이런데, 이란 정부는 이번 유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할 뜻은 없는 건가요?

[답변]

네, 이란 정부는 이번 유류 인상 계획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폭도'로 규정하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주말과 비교하면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탭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데다, 16일 밤부터 인터넷을 전면 통제하면서 시위 규모가 위축됐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며칠 내로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란 정부가 미국 제재에 맞서 농축 우라늄의 저장량을 늘리는 가운데 시위가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일각에선 내년 2월 선거를 앞둔 현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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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18:13:42
    • 수정2019-11-20 20: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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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죠.

우리 돈으로 50원,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는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50원'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나라가 또 있습니다.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 '이란'입니다.

건물마다 불길이 치솟고, 도로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지난 주말, 수도 테헤란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는 마비되고 시설물 등이 훼손됐는데요.

은행 백여 곳과 주유소 등 상점 50여 곳이 모두 불에 탔습니다.

[앵커]

테헤란 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가 또 '50원' 때문이었다는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시위는 휘발윳값 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란 정부가 지난 15일, 1ℓ에 1만 리알이던 휘발유 가격을 1만5천 리알로 올렸는데요.

우리 돈으로 치면 50원 오른 건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시민들은 이제 마음 놓고 휘발유를 살 수도 없게 됐습니다.

이란 정부가 휘발유를 한 달에 60ℓ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한 건데요.

만약 이를 초과하면 리터당 3만 리알을 주고 사야 합니다.

사실상 3배가 오른 겁니다.

[테헤란 시민 : "이제 3만 리알(약 300원)입니다. 음식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더 비싸질 겁니다."]

이란은 아직 대중교통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한 달에 250ℓ씩 쓰던 휘발유량을 앞으로는 60ℓ로 줄여야 하는 겁니다.

택시 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최대 5백 리터까지 주유가 가능하지만, 이를 넘기면 마찬가지로 리터당 3배를 더 내야 합니다.

[테헤란 시민/택시 운전 : "휘발유를 소비하는 이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은 뭔가요?

[답변]

이란은 그동안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매년 23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해왔는데요.

더는 관련 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인상 결정이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인상분을 저소득층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대상자는 약 6천만 명, 천8백만 가구로,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달 6천 원에서 최고 2만5천 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당국은 이번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연간 25억5천만 달러,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가 재정 여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이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죠.

그 이후 양국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란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란은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입니다.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꽁꽁 막혀버렸습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250만 배럴에서 제재 복원 이후 40만 배럴로 급감했습니다.

중국이 그나마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곤 있지만, 미국이 중국 기업들마저도 제재 명단에 포함하고 있죠.

미 재무부는 이달 초에도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아들을 포함, 정권 핵심 인사 9명과 기관 1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미국 재무장관/지난달 28일 : "우리는 이란에 테러 지원 중단,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해서 강화할 것입니다."]

[앵커]

이번에 오른 휘발유 가격도 우리 돈으로 하면 리터당 3백 원 정도죠.

하지만 이란이 처한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게 이해가 됩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이란 물가는 최근 1년간 4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란 국민은 이제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휘발윳값이 오르면서 각종 재화와 서비스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테헤란 시민 : "기름값이 하룻밤 사이에 올랐어요. 이제 집세가 오르고 과일과 채소, 곡물을 포함, 다른 모든 생활비가 오를 겁니다. 우리 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예요."]

지난해 이란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4.8%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는데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낮은 마이너스 9.5%라고 국제통화기금 IMF가 전했습니다.

[앵커]

외신 보도를 보니까, 이번 시위 여파로 사상자만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하죠.

민심이 이런데, 이란 정부는 이번 유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할 뜻은 없는 건가요?

[답변]

네, 이란 정부는 이번 유류 인상 계획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폭도'로 규정하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주말과 비교하면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탭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데다, 16일 밤부터 인터넷을 전면 통제하면서 시위 규모가 위축됐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며칠 내로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란 정부가 미국 제재에 맞서 농축 우라늄의 저장량을 늘리는 가운데 시위가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일각에선 내년 2월 선거를 앞둔 현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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