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홍콩…‘행정장관 직선제’ 물거품 되나?

입력 2019.11.20 (21:28) 수정 2019.11.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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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이곳이 아시아 금융과 경제중심지 홍콩의 지금 모습입니다.

지난 6월 백만 인파와 함께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는 극심한 폭력 충돌로 치달으면서 출구 없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일국양제'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중국은 시위대가 하나의 국가, 일국의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시위대는 중국이 두 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일국양제, 먼저 홍콩을 가봅니다.

안양봉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홍콩에선 오늘(20일)도 직장인들의 점심 번개시위가 계속됐습니다.

발단이 된 '송환법'은 공식 폐기됐지만 홍콩 시위는 잦아들 기미가 없습니다.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핵심은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 입니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은 2017년 1200명의 선거인단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됐습니다.

중국은 시위대들이 '일국양제'를 거스르고 서방의 힘을 빌어서 체제 전복을 시도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은 이 '일국양제'를 지키지 않는 건 오히려 중국이라고 주장합니다.

1997년 영국으로 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50년 동안 '시장 경제 체제' 그리고 '사법권 독립' '자치 행정'을 약속했는데 중국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송환법이 홍콩 민주주의자를 중국 사법체계로 처벌하려는 의도라며 발끈해 일어선 건이 이번 홍콩 사태입니다.

홍콩인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수 있을 때 '일국양제'가 온전히 보장된다고 받아들입니다.

[조/홍콩 직장인 : "직선제만이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세운 친중 행정장관은 꼭두각시나 다름없습니다."]

2014년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도 지난 9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홍콩사태 최종 해결은 '자유선거'라고 못박았습니다.

[조슈아 웡/2019년 9월 : "홍콩 시위의 최종 목표는 자유선거 실시입니다.우리는 홍콩 정부를 스스로 선출해야 합니다."]

홍콩 시위대가 이토록 원하는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중국 ‘행정장관 직선제’ 절대 양보 못하는 이유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는 홍콩 반환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송환법 시위 전에 2014년 우산 혁명, 2012년 애국교육 반대 시위,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결국은 직선제 요구로 귀결됐습니다.

[라우 친 쉑/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자/2004년 7월 : "(시위 목적은) 단결했음을 보여 주고, 민주화와 직접·보통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복되는 시위에 중국 정부는 여러차례 직선제 수용 의사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장더장/전인대 상무위원장/2014년 8월 : "의견을 종합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안건이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말하는 직선제와 홍콩 시민이 원하는 직선제는 내용이 전혀 달랐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투표하되, 행정장관 후보군을 친중 성향으로 미리 한정해 놓는 '무늬만 직선제' 안을 제시한 겁니다.

중국 정부의 마지노 선은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합니다.

[리페이/전인대 상임위 부비서장/2014년 9월 :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은 반드시 중국 정부를 옹호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을 수호하는 (애국적) 인물이어야 합니다."]

자칫 반중인사가 행정장관이 될 경우 홍콩의 분리 독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중국 대륙으로까지 확산될 것을 경계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산당 총서기를 국민 직접 선거로 선출하자고 공개 제안한 전직 공산당 당교 교사를 국가 전복 선동죄 혐의로 기소했을 정도로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는 분위깁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제2의 홍콩 될라”…일국양제 NO

[앵커]

미국 상원이 오늘(20일)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서방국가들의 압박이 거셉니다.

하지만 중국은 주권 문제라며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민해방군을 투입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놓으며 홍콩에 대한 고삐를 틀어쥐는 것은 또다른 문제, 타이완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2020년 승리하자! 타이완!"]

재선에 도전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선거대책본부 출정식.

마치 중국에 맞선 '주권수호 총궐기대회' 같습니다.

[차이잉원/타이완 총통/민진당 대선 후보 : "중국이 타이완에 가할 압력은 거세지기만 할 뿐, 절대로 약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타이완을 지키고, 민주를 지키고, 자유를 지키고, 개혁을 지키는 것입니다. 맞습니까!"]

차이잉원 지지자들이 느끼는 중국에 대한 위협감은 올 초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무력 통일'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관광 중단 압박으로 경제까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추구하는 국민당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이 민생 문제 해결을 앞세우며 뒤쫓고 있지만, 격차는 18%포인트 넘게 벌어진 상탭니다.

혼란을 겪는 홍콩의 상황은 타이완 사람들을 중국에 더 돌아서게 하고 있습니다.

'일국양제식 통일'에 반대한다는 타이완인들이 1년 새 10명 중 9명꼴까지 늘었습니다.

[판스핑/국립타이완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 "중국이 타이완을 더욱 압박하고 국제사회에서 괴롭힐수록 오히려 민진당의 표가 느는 것을 돕는 셈입니다."]

중국의 최근 행보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타이완인들 대상으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다가도, 타이완에 군사 지원을 이어가는 미국과의 국방장관 회담에선 독립과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차이 총통의 선거를 돕는 일등 공신은 시진핑 주석이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KBS 뉴스 최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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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구 없는 홍콩…‘행정장관 직선제’ 물거품 되나?
    • 입력 2019-11-20 21:34:51
    • 수정2019-11-20 22:01:44
    뉴스 9
[앵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이곳이 아시아 금융과 경제중심지 홍콩의 지금 모습입니다.

지난 6월 백만 인파와 함께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는 극심한 폭력 충돌로 치달으면서 출구 없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일국양제'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체제, 중국은 시위대가 하나의 국가, 일국의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시위대는 중국이 두 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일국양제, 먼저 홍콩을 가봅니다.

안양봉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홍콩에선 오늘(20일)도 직장인들의 점심 번개시위가 계속됐습니다.

발단이 된 '송환법'은 공식 폐기됐지만 홍콩 시위는 잦아들 기미가 없습니다.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핵심은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 입니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은 2017년 1200명의 선거인단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됐습니다.

중국은 시위대들이 '일국양제'를 거스르고 서방의 힘을 빌어서 체제 전복을 시도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은 이 '일국양제'를 지키지 않는 건 오히려 중국이라고 주장합니다.

1997년 영국으로 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50년 동안 '시장 경제 체제' 그리고 '사법권 독립' '자치 행정'을 약속했는데 중국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송환법이 홍콩 민주주의자를 중국 사법체계로 처벌하려는 의도라며 발끈해 일어선 건이 이번 홍콩 사태입니다.

홍콩인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수 있을 때 '일국양제'가 온전히 보장된다고 받아들입니다.

[조/홍콩 직장인 : "직선제만이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세운 친중 행정장관은 꼭두각시나 다름없습니다."]

2014년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도 지난 9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홍콩사태 최종 해결은 '자유선거'라고 못박았습니다.

[조슈아 웡/2019년 9월 : "홍콩 시위의 최종 목표는 자유선거 실시입니다.우리는 홍콩 정부를 스스로 선출해야 합니다."]

홍콩 시위대가 이토록 원하는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중국 ‘행정장관 직선제’ 절대 양보 못하는 이유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는 홍콩 반환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송환법 시위 전에 2014년 우산 혁명, 2012년 애국교육 반대 시위,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결국은 직선제 요구로 귀결됐습니다.

[라우 친 쉑/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자/2004년 7월 : "(시위 목적은) 단결했음을 보여 주고, 민주화와 직접·보통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복되는 시위에 중국 정부는 여러차례 직선제 수용 의사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장더장/전인대 상무위원장/2014년 8월 : "의견을 종합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안건이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말하는 직선제와 홍콩 시민이 원하는 직선제는 내용이 전혀 달랐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투표하되, 행정장관 후보군을 친중 성향으로 미리 한정해 놓는 '무늬만 직선제' 안을 제시한 겁니다.

중국 정부의 마지노 선은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합니다.

[리페이/전인대 상임위 부비서장/2014년 9월 :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은 반드시 중국 정부를 옹호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을 수호하는 (애국적) 인물이어야 합니다."]

자칫 반중인사가 행정장관이 될 경우 홍콩의 분리 독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중국 대륙으로까지 확산될 것을 경계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산당 총서기를 국민 직접 선거로 선출하자고 공개 제안한 전직 공산당 당교 교사를 국가 전복 선동죄 혐의로 기소했을 정도로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는 분위깁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제2의 홍콩 될라”…일국양제 NO

[앵커]

미국 상원이 오늘(20일)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서방국가들의 압박이 거셉니다.

하지만 중국은 주권 문제라며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민해방군을 투입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놓으며 홍콩에 대한 고삐를 틀어쥐는 것은 또다른 문제, 타이완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2020년 승리하자! 타이완!"]

재선에 도전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선거대책본부 출정식.

마치 중국에 맞선 '주권수호 총궐기대회' 같습니다.

[차이잉원/타이완 총통/민진당 대선 후보 : "중국이 타이완에 가할 압력은 거세지기만 할 뿐, 절대로 약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타이완을 지키고, 민주를 지키고, 자유를 지키고, 개혁을 지키는 것입니다. 맞습니까!"]

차이잉원 지지자들이 느끼는 중국에 대한 위협감은 올 초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무력 통일'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관광 중단 압박으로 경제까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추구하는 국민당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이 민생 문제 해결을 앞세우며 뒤쫓고 있지만, 격차는 18%포인트 넘게 벌어진 상탭니다.

혼란을 겪는 홍콩의 상황은 타이완 사람들을 중국에 더 돌아서게 하고 있습니다.

'일국양제식 통일'에 반대한다는 타이완인들이 1년 새 10명 중 9명꼴까지 늘었습니다.

[판스핑/국립타이완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 : "중국이 타이완을 더욱 압박하고 국제사회에서 괴롭힐수록 오히려 민진당의 표가 느는 것을 돕는 셈입니다."]

중국의 최근 행보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타이완인들 대상으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다가도, 타이완에 군사 지원을 이어가는 미국과의 국방장관 회담에선 독립과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차이 총통의 선거를 돕는 일등 공신은 시진핑 주석이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KBS 뉴스 최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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