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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앞뒤 안 맞는 국토부의 ‘KTX-SRT 통합연구’ 해명
입력 2019.11.22 (16:10) 수정 2019.11.22 (17:42) 취재후·사건후
중단시킨 통합연구 어찌 처리할까.. 진퇴양난에 빠진 국토부

지난달 중순,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국토부의 공문이 접수됐다. 올해 1월 국토부의 요구로 중단됐던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를 재개하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는 KTX와 SRT의 통합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국토부가 지난해 발주했던 연구용역이다. 해당 연구는 현재 파업 중인 철도노조가 연구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19일 철도정책과 팀장이 세종청사에서 연구진을 직접 만나 연구용역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논의했다.

연구진은 이를 당연히 '연구재개'로 받아들였다. 이 과정은 어제 KBS 뉴스9를 'KTX-SRT 통합 연구용역 비밀리 재개... 파업 해결 단초 되나?'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일부 보도됐다.

[연관 기사] KTX-SRT 통합 연구용역 비밀리 재개... 파업 해결 단초 되나?

보도가 나간 이후 국토부는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 해명 원문은 아래와 같다.

#국토부 해명 - 현재 중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절차 등을 논의 중으로, 구조개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이 용역을 재개한 것은 아닙니.

언뜻 봐서는 국토부의 해명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 지으려면 당연히 재개되어야 한다. 중단된 상태에서 남겨두면 그건 그냥 중단이다.

물론 연구를 중단시키는 일 자체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부의 정책연구관리업무 담당자는 "연구자가 사망하는 정도의 특이한 일이 아니면 연구를 중단시키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중단된 연구용역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단된 연구 -> 재개 -> 최종보고서 제출 -> 종료(완료)

여기서 국토부의 난제가 시작된다. 최근 국토부는 통합 연구용역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이제 어떻게든 정상적인 종료(국토부 표현으로 마무리)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토부가 피하고 싶은 '최종보고서'의 존재다. 최종보고서에 KTX-SRT 통합에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면 KTX-SRT의 통합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최종보고서'를 건너뛰고 '종료'를 하기 위한 절차를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절차 등을 논의 중"으로 표현한 셈이다.


'최종 보고서'없는 '연구종료'가 가능할까?

보도가 나간 뒤 국토부 철도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연구를 종결하는 절차에 있으며 어떤 식으로 비용을 처리할지 연구진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과 정책연구용관리 업무편람 등에 따르면 최종보고서 없는 연구종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도 연구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

만약 최종보고서가 없는 상황에서 관련 비용 정산이 이뤄진다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공무원들은 당연히 징계 대상이다.

국토부의 연구용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진행된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는 3억 원 미만의 용역에 대해 계약금액의 50%에 대해 선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입찰금액 2억 2,700만 원의 절반인 1억 1,350만 원 정도는 선금으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경실련은 "결국 국토부의 잘못된 용역의 중단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구 중단 이유.. '안전 용역' 때문인가?

국토부는 연구를 중단시킨 이유가 감사원의 감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구조적 안전 문제 전반에 대해 국토부가 연구용역 등을 통하여 적정성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안전 관련 연구용역 2건의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반영하여 철도산업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는 불과 두 달 전인 2019년 9월 나왔다. 국토부가 연구용역을 중단시킨 건 2019년 1월이다. 감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감사에 착수한 배경만 가지고 연구를 중단시킨 셈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 관리 담당자는 "연구자의 비리 등 심각하게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구를 중단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통합연구용역의 중단 사유로 현재 진행 중인 안전 관련 용역 핑계를 댔지만, 지난해 통합연구용역이 발주됐을 때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용역이 발주됐을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경쟁체제(KTX-SRT) 도입 등 그간의 철도 구조개혁으로 인해 철도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됨에 따라, 그간의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KTX와 SRT 경쟁체제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발주된 용역이 코레일의 안전문제를 결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또 다른 성격의 용역으로 뒤바뀐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철도를 포함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간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SRT 철도경쟁체제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경욱 2차관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철도 공공성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김현미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공감했던 사안"이라면서 "국토부 관료들이 KTX-SRT 통합에 유리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것이 두려워서 자가당착적인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KBS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결론을 내야 할 통합 연구용역을 마지못해 수행하고 나서, 창고 속 서류 뭉치로 전락시키려는 고도의 술책이 아닌지 우려한다"면서 "눈엣가시 같은 과제 하나를 덜어내려는 것이라면 개혁에 저항하는 관료집단의 가장 나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기왕 중단됐던 연구 용역이 재개되는 만큼 국토부는 이 연구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 개입하거나 원하는 결론을 압박해 연구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취재후] 앞뒤 안 맞는 국토부의 ‘KTX-SRT 통합연구’ 해명
    • 입력 2019-11-22 16:10:55
    • 수정2019-11-22 17:42:36
    취재후·사건후
중단시킨 통합연구 어찌 처리할까.. 진퇴양난에 빠진 국토부

지난달 중순,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국토부의 공문이 접수됐다. 올해 1월 국토부의 요구로 중단됐던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를 재개하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는 KTX와 SRT의 통합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국토부가 지난해 발주했던 연구용역이다. 해당 연구는 현재 파업 중인 철도노조가 연구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19일 철도정책과 팀장이 세종청사에서 연구진을 직접 만나 연구용역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논의했다.

연구진은 이를 당연히 '연구재개'로 받아들였다. 이 과정은 어제 KBS 뉴스9를 'KTX-SRT 통합 연구용역 비밀리 재개... 파업 해결 단초 되나?'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일부 보도됐다.

[연관 기사] KTX-SRT 통합 연구용역 비밀리 재개... 파업 해결 단초 되나?

보도가 나간 이후 국토부는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 해명 원문은 아래와 같다.

#국토부 해명 - 현재 중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절차 등을 논의 중으로, 구조개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이 용역을 재개한 것은 아닙니.

언뜻 봐서는 국토부의 해명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 지으려면 당연히 재개되어야 한다. 중단된 상태에서 남겨두면 그건 그냥 중단이다.

물론 연구를 중단시키는 일 자체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부의 정책연구관리업무 담당자는 "연구자가 사망하는 정도의 특이한 일이 아니면 연구를 중단시키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중단된 연구용역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단된 연구 -> 재개 -> 최종보고서 제출 -> 종료(완료)

여기서 국토부의 난제가 시작된다. 최근 국토부는 통합 연구용역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이제 어떻게든 정상적인 종료(국토부 표현으로 마무리)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토부가 피하고 싶은 '최종보고서'의 존재다. 최종보고서에 KTX-SRT 통합에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면 KTX-SRT의 통합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최종보고서'를 건너뛰고 '종료'를 하기 위한 절차를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절차 등을 논의 중"으로 표현한 셈이다.


'최종 보고서'없는 '연구종료'가 가능할까?

보도가 나간 뒤 국토부 철도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연구를 종결하는 절차에 있으며 어떤 식으로 비용을 처리할지 연구진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과 정책연구용관리 업무편람 등에 따르면 최종보고서 없는 연구종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도 연구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

만약 최종보고서가 없는 상황에서 관련 비용 정산이 이뤄진다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공무원들은 당연히 징계 대상이다.

국토부의 연구용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진행된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는 3억 원 미만의 용역에 대해 계약금액의 50%에 대해 선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입찰금액 2억 2,700만 원의 절반인 1억 1,350만 원 정도는 선금으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경실련은 "결국 국토부의 잘못된 용역의 중단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구 중단 이유.. '안전 용역' 때문인가?

국토부는 연구를 중단시킨 이유가 감사원의 감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구조적 안전 문제 전반에 대해 국토부가 연구용역 등을 통하여 적정성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안전 관련 연구용역 2건의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반영하여 철도산업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는 불과 두 달 전인 2019년 9월 나왔다. 국토부가 연구용역을 중단시킨 건 2019년 1월이다. 감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감사에 착수한 배경만 가지고 연구를 중단시킨 셈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 관리 담당자는 "연구자의 비리 등 심각하게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구를 중단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통합연구용역의 중단 사유로 현재 진행 중인 안전 관련 용역 핑계를 댔지만, 지난해 통합연구용역이 발주됐을 때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용역이 발주됐을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경쟁체제(KTX-SRT) 도입 등 그간의 철도 구조개혁으로 인해 철도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됨에 따라, 그간의 철도 구조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KTX와 SRT 경쟁체제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발주된 용역이 코레일의 안전문제를 결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또 다른 성격의 용역으로 뒤바뀐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철도를 포함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간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SRT 철도경쟁체제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경욱 2차관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철도 공공성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김현미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공감했던 사안"이라면서 "국토부 관료들이 KTX-SRT 통합에 유리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것이 두려워서 자가당착적인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KBS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결론을 내야 할 통합 연구용역을 마지못해 수행하고 나서, 창고 속 서류 뭉치로 전락시키려는 고도의 술책이 아닌지 우려한다"면서 "눈엣가시 같은 과제 하나를 덜어내려는 것이라면 개혁에 저항하는 관료집단의 가장 나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기왕 중단됐던 연구 용역이 재개되는 만큼 국토부는 이 연구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 개입하거나 원하는 결론을 압박해 연구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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