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극심한 불안 ‘공황장애’…“심약해서 걸리는 거 아닙니다”

입력 2019.11.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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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 박광식의 토요건강이야기.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간에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한 수험생이 있어 119구급대가 이를 도운 일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황장애는 드물었던 것 같은데 이젠 연예인을 비롯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공황장애를 앓는 경우를 봅니다. 공황장애의 핵심은 죽을 것 같은 불안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신영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 로 알아봅니다.

Q: 공황장애로 약을 드시는 분을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생기는 병인가요?

A: 물론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황장애 자체는 무조건 스트레스만 연관이 있는 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일상의 리듬'입니다. 언제 불안할까요? 잠을 못 자면 많이 불안합니다. 또, 식사를 못 하면 불안이 올라갑니다. 탄수화물, 당이 떨어지면 불안이 올라갑니다. 두 끼만 굶어도 후들후들 떨리는데 이게 불안 증상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카페인 많이 섭취하는 것도 불안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합니다.

술을 어떨까요? 술은 긴장을 줄여주죠? 불안에 좋을까요? 아닙니다. 불안 점수가 10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술을 마시면 일단 불안을 5로 줄여줍니다. 기분이 엄청 편안해지죠. 문제는 4시간 이후 술기운이 떨어지면 불안이 어제 10보다 더 올라 13, 15 이렇게 더 올라간다는 겁니다. 순간 알코올이 불안을 줄여줄 수 있지만, 술 깬 이후에 반동으로 더 불안해지는 원리입니다.

너무 피곤한 것도 불안 증가의 큰 요인이 됩니다. 아주 피곤하면 잘 잘까요? 아니면 못 잘까요? 잘 자는 분도 있겠지만, 대체로 잠은 오는데 잠들 수가 없습니다. 세포를 비롯해 근육이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인들은 리듬이 깨지잖아요? 이게 불안을 일으키고 공황을 일으키는 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인사 겸 매일 물어보는 것들인데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낮에는 뭘 하셨는지. 이런 질문들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일상의 리듬을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이 리듬이 깨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Q: 공황이란 단어 주는 공포감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영어로 패닉(Panic)이라고 해서 일종의 급성불안발작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쓰러질 것 같고 심하면 죽을 것 같은 이런 공포가 밀려옵니다. 이런 불안발작이 몇십 분 지속하는 것을 우리가 '공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한번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자주 오면 안 됩니다. 한 달에 몇 번씩 온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이게 일상에 지장을 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한번 경험을 해봤고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 그냥 살면 됩니다. 너무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못 타겠고 어떤 장소를 못 가는 등 회피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 일상에 지장이 오게 됩니다. 이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Q: 공황장애에 대해서 일부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말하던데 일리가 있나요?

A: 많은 사람이 불안이나 우울증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약하다. 그러면 우울증 환자한테 뭐라고 위로하죠? '힘내라, 우울해 하지 마라.' 그럽니다. 불안증 환자한테는 '불안해하지 마라.' 불면증 환자한테는 '푹 자라!' 이걸 마음의 문제라고 믿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힘내고 싶죠. 왜 안 내고 싶겠어요? 불안한 사람도 스스로 불안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증상이 오는 거예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고 마음이 약한 게 아닙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리듬이 깨진 거고 신체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당연히 이것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마음이 약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Q: 공황장애 증상을 보면 가슴이 벌렁대기도 하고 해서 심장병으로 오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당연하죠. 호흡기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오해하고 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검진을 먼저 받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게 맞습니다. 실제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이 겹칠 수 있습니다. 이게 애매해서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심장 정밀검사나 호흡기검사를 받아보면서 정신과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공황장애 증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뭘까요? 죽는 거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딨있습니까? 그런데 공황장애의 증상이 마치 죽는 것과 똑같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심장이 멈추거나 숨이 안 쉬어지는 겁니다. 공황장애가 이걸 닮았어요.

공황장애가 오면 자율 신경이 흥분하니까 일단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호흡을 하게 됩니다. 산소가 과다하게 들어가니까 오히려 문제가 생깁니다. 머리가 하얘지고 손끝이 저리고 숨이 더 답답해 지면서 얕은 숨을 쉬게 됩니다. 산소가 과도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둘째는 심장이 마구 뛰니까 멈추면 어떡해요. 죽을 것 같잖아요. 이게 너무나 공포스럽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불안해서 가슴이 뛰었는데 이분들은 가슴이 뛰니까 불안해하는 겁니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간단합니다. 불안해서 가슴이 뛰는 건 정상입니다. 그런데 가슴이 뛰니까 불안해지는 건 병입니다. 이걸 고쳐야 하는 겁니다.

Q: 공황장애가 있으면 다른 정신질환과 연동이 되나요?

A: 물론 단독으로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는 우울증의 한 유형으로 공황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공황장애를 오래 앓게 되면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 공황이란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꾸 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고 와서 내가 공황발작을 경험했습니다. 다음 날 타고 싶겠어요? 무서워서 못 탑니다. 그다음 날 탈 수 있겠어요? 무서워서 못 탑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환경을 조성해 버립니다. 축소시킵니다. 친구들이 나오라고 해도 안 나가고 점점 더 주변을 축소합니다. 당연히 우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건강염려증상이 생깁니다. 이런 큰 경험을 하게 되면 아주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도 신체적인 과각성이 생기는데요. 아침에 눈 뜨면 맥박이 잘 뛰나 재보고 숨 잘 쉬나 보고 보통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그런 작은 신체감각에 예민해집니다. 그러면 하루의 일과가 전부 몸에만 가 있는 거예요.

보통사람의 관심사가 100이라면 자신에 30, 일에 30, 가족에 30, 취미에 10 이렇게 분산돼있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눈만 뜨면 맥 짚고 호흡을 확인합니다. 그러니까 눈만 뜨면 모든 관심이 건강에 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측)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측)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악순환을 끊어야 할 텐데 항우울제를 공황장애 환자에게도 처방하나요?

A: 네, 맞습니다. 공황장애인데 왜 우울증약을 주느냐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급성기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물치료를 하는 겁니다. 너무 심하게 공황이 오고 너무 심하게 불안해하면 무슨 말도 안 통합니다. 지금 죽을 지경인데 무슨 말이 통하겠어요. 잠도 못 자죠. 식사도 못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급성기 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가 아주 잘 듣는 병 가운데 하나라는 점입니다. 그때는 약을 쓰는데 항불안제와 함께 예방을 위해 또 증상을 좋게 하려고 항우울제를 같이 쓰게 됩니다. 두 가지를 병행했을 때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고 급성기 증상이 좋아지면 재발하지 않도록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면 인지행동치료라고 해서 쉽게 말하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치료인데요. 예를 들어 무서워서 전철을 못 탔다. 그러면 그 무서움을 줄여가면서 전철을 타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외부와 접촉하는 훈련을 통해서 극복하는 원리입니다.

Q: 공황장애 치료에서 완치라는 단어를 쓸 수 있나요?

A: 일정한 기간 이상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는 단어를 쓸 법도 한데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불안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공황장애라는 것은 한 번 급성불안발작이 오면 한동안은 괜찮습니다. 또 한 번 오게 되고 또 한동안은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고 이 중간중간에도 '예기불안'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오면 어떡하지.' 늘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회피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걸 '안전행동'이라고 하는 데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동을 차단해 버리는 겁니다. 이러니까 늘 불안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예기불안까지 다 좋아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일단은 완치됐다고 봅니다.

물론 재발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공황장애는 그렇게 무서운 병이 아닙니다. 사실 이것만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업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질환이 그렇지만 공황장애 역시 초기치료가 중요하고요. 방치하면 점점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방송일시: 2019.11.23(토)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유튜브 콩,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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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극심한 불안 ‘공황장애’…“심약해서 걸리는 거 아닙니다”
    • 입력 2019-11-23 08:02:40
    박광식의 건강 365
건강365 박광식의 토요건강이야기.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간에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한 수험생이 있어 119구급대가 이를 도운 일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황장애는 드물었던 것 같은데 이젠 연예인을 비롯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공황장애를 앓는 경우를 봅니다. 공황장애의 핵심은 죽을 것 같은 불안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신영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 로 알아봅니다.

Q: 공황장애로 약을 드시는 분을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생기는 병인가요?

A: 물론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황장애 자체는 무조건 스트레스만 연관이 있는 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일상의 리듬'입니다. 언제 불안할까요? 잠을 못 자면 많이 불안합니다. 또, 식사를 못 하면 불안이 올라갑니다. 탄수화물, 당이 떨어지면 불안이 올라갑니다. 두 끼만 굶어도 후들후들 떨리는데 이게 불안 증상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카페인 많이 섭취하는 것도 불안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합니다.

술을 어떨까요? 술은 긴장을 줄여주죠? 불안에 좋을까요? 아닙니다. 불안 점수가 10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술을 마시면 일단 불안을 5로 줄여줍니다. 기분이 엄청 편안해지죠. 문제는 4시간 이후 술기운이 떨어지면 불안이 어제 10보다 더 올라 13, 15 이렇게 더 올라간다는 겁니다. 순간 알코올이 불안을 줄여줄 수 있지만, 술 깬 이후에 반동으로 더 불안해지는 원리입니다.

너무 피곤한 것도 불안 증가의 큰 요인이 됩니다. 아주 피곤하면 잘 잘까요? 아니면 못 잘까요? 잘 자는 분도 있겠지만, 대체로 잠은 오는데 잠들 수가 없습니다. 세포를 비롯해 근육이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인들은 리듬이 깨지잖아요? 이게 불안을 일으키고 공황을 일으키는 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인사 겸 매일 물어보는 것들인데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낮에는 뭘 하셨는지. 이런 질문들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일상의 리듬을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이 리듬이 깨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Q: 공황이란 단어 주는 공포감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영어로 패닉(Panic)이라고 해서 일종의 급성불안발작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쓰러질 것 같고 심하면 죽을 것 같은 이런 공포가 밀려옵니다. 이런 불안발작이 몇십 분 지속하는 것을 우리가 '공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한번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자주 오면 안 됩니다. 한 달에 몇 번씩 온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이게 일상에 지장을 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한번 경험을 해봤고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 그냥 살면 됩니다. 너무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못 타겠고 어떤 장소를 못 가는 등 회피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 일상에 지장이 오게 됩니다. 이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Q: 공황장애에 대해서 일부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말하던데 일리가 있나요?

A: 많은 사람이 불안이나 우울증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약하다. 그러면 우울증 환자한테 뭐라고 위로하죠? '힘내라, 우울해 하지 마라.' 그럽니다. 불안증 환자한테는 '불안해하지 마라.' 불면증 환자한테는 '푹 자라!' 이걸 마음의 문제라고 믿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힘내고 싶죠. 왜 안 내고 싶겠어요? 불안한 사람도 스스로 불안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증상이 오는 거예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고 마음이 약한 게 아닙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리듬이 깨진 거고 신체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당연히 이것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마음이 약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Q: 공황장애 증상을 보면 가슴이 벌렁대기도 하고 해서 심장병으로 오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당연하죠. 호흡기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오해하고 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검진을 먼저 받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게 맞습니다. 실제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이 겹칠 수 있습니다. 이게 애매해서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심장 정밀검사나 호흡기검사를 받아보면서 정신과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공황장애 증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뭘까요? 죽는 거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딨있습니까? 그런데 공황장애의 증상이 마치 죽는 것과 똑같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심장이 멈추거나 숨이 안 쉬어지는 겁니다. 공황장애가 이걸 닮았어요.

공황장애가 오면 자율 신경이 흥분하니까 일단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호흡을 하게 됩니다. 산소가 과다하게 들어가니까 오히려 문제가 생깁니다. 머리가 하얘지고 손끝이 저리고 숨이 더 답답해 지면서 얕은 숨을 쉬게 됩니다. 산소가 과도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둘째는 심장이 마구 뛰니까 멈추면 어떡해요. 죽을 것 같잖아요. 이게 너무나 공포스럽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불안해서 가슴이 뛰었는데 이분들은 가슴이 뛰니까 불안해하는 겁니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간단합니다. 불안해서 가슴이 뛰는 건 정상입니다. 그런데 가슴이 뛰니까 불안해지는 건 병입니다. 이걸 고쳐야 하는 겁니다.

Q: 공황장애가 있으면 다른 정신질환과 연동이 되나요?

A: 물론 단독으로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는 우울증의 한 유형으로 공황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공황장애를 오래 앓게 되면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 공황이란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꾸 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고 와서 내가 공황발작을 경험했습니다. 다음 날 타고 싶겠어요? 무서워서 못 탑니다. 그다음 날 탈 수 있겠어요? 무서워서 못 탑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환경을 조성해 버립니다. 축소시킵니다. 친구들이 나오라고 해도 안 나가고 점점 더 주변을 축소합니다. 당연히 우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건강염려증상이 생깁니다. 이런 큰 경험을 하게 되면 아주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도 신체적인 과각성이 생기는데요. 아침에 눈 뜨면 맥박이 잘 뛰나 재보고 숨 잘 쉬나 보고 보통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그런 작은 신체감각에 예민해집니다. 그러면 하루의 일과가 전부 몸에만 가 있는 거예요.

보통사람의 관심사가 100이라면 자신에 30, 일에 30, 가족에 30, 취미에 10 이렇게 분산돼있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눈만 뜨면 맥 짚고 호흡을 확인합니다. 그러니까 눈만 뜨면 모든 관심이 건강에 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측)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악순환을 끊어야 할 텐데 항우울제를 공황장애 환자에게도 처방하나요?

A: 네, 맞습니다. 공황장애인데 왜 우울증약을 주느냐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급성기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물치료를 하는 겁니다. 너무 심하게 공황이 오고 너무 심하게 불안해하면 무슨 말도 안 통합니다. 지금 죽을 지경인데 무슨 말이 통하겠어요. 잠도 못 자죠. 식사도 못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급성기 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가 아주 잘 듣는 병 가운데 하나라는 점입니다. 그때는 약을 쓰는데 항불안제와 함께 예방을 위해 또 증상을 좋게 하려고 항우울제를 같이 쓰게 됩니다. 두 가지를 병행했을 때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고 급성기 증상이 좋아지면 재발하지 않도록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면 인지행동치료라고 해서 쉽게 말하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치료인데요. 예를 들어 무서워서 전철을 못 탔다. 그러면 그 무서움을 줄여가면서 전철을 타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외부와 접촉하는 훈련을 통해서 극복하는 원리입니다.

Q: 공황장애 치료에서 완치라는 단어를 쓸 수 있나요?

A: 일정한 기간 이상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는 단어를 쓸 법도 한데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불안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공황장애라는 것은 한 번 급성불안발작이 오면 한동안은 괜찮습니다. 또 한 번 오게 되고 또 한동안은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고 이 중간중간에도 '예기불안'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오면 어떡하지.' 늘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회피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걸 '안전행동'이라고 하는 데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동을 차단해 버리는 겁니다. 이러니까 늘 불안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예기불안까지 다 좋아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일단은 완치됐다고 봅니다.

물론 재발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공황장애는 그렇게 무서운 병이 아닙니다. 사실 이것만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업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질환이 그렇지만 공황장애 역시 초기치료가 중요하고요. 방치하면 점점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방송일시: 2019.11.23(토)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유튜브 콩,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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