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떠난 뒤 “성범죄 양형 바꿔라” 靑 청원 20만 돌파

입력 2019.11.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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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였습니다. 유명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 씨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평소 구 씨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가수 설리 씨가 세상을 떠난 지 41일 만의 일이라 안타까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토대로 볼 때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 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입니다.

"성범죄 양형기준 바꾸자"…청원 20만 돌파

구 씨의 소식이 전해진 뒤, 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입니다.

지난 15일 올라온 이 청원은 그제(23일)까지만 해도 10만 명의 동의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구 씨의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청원은 성폭력 피해자 A 씨가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A 씨는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선배 B 씨의 자취방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올해 4월, A 씨는 성폭력 상담센터의 도움을 얻어 뒤늦게 B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가해자 B 씨는 추행 사실을 인정했고 경찰도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서로 호감이 있던 사이고, 피해자 A 씨가 먼저 입을 맞췄다"는 이유로 B 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입을 먼저 맞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B 씨가 몸을 만져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청원에서 A 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을 두고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판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범죄의 성립조건이 '비동의'가 아닌 '항거 불능할 정도로 폭행과 협박'으로 이를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감정에 이입하는 수사기관들의 인식이 많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구하라 불법촬영 무죄…"동의 없이 찍었지만, 유포하진 않아서"

그렇다면 구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이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 씨 또한, 전 남자 친구의 성범죄를 고소했지만, 법정에서 고소 내용이 무죄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구 씨의 전 남자친구 최 모 씨는 지난 1월, 구 씨를 때리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찍은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 피해자인 구 씨가 촬영을 제지하지 않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최 씨의 협박과 강요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당시 구 씨 측은 "최 씨의 행동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려면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 부당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성범죄 처벌에 있어 양형 기준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그 특성상 피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사정을 많이 접하고 고려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해자 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게 된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 처벌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피해자의 삶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등 피해자의 상황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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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하라 떠난 뒤 “성범죄 양형 바꿔라” 靑 청원 20만 돌파
    • 입력 2019-11-25 17:01:19
    취재K
바로 어제였습니다. 유명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 씨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평소 구 씨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가수 설리 씨가 세상을 떠난 지 41일 만의 일이라 안타까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토대로 볼 때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 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입니다.

"성범죄 양형기준 바꾸자"…청원 20만 돌파

구 씨의 소식이 전해진 뒤, 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입니다.

지난 15일 올라온 이 청원은 그제(23일)까지만 해도 10만 명의 동의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구 씨의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청원은 성폭력 피해자 A 씨가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A 씨는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선배 B 씨의 자취방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올해 4월, A 씨는 성폭력 상담센터의 도움을 얻어 뒤늦게 B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가해자 B 씨는 추행 사실을 인정했고 경찰도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서로 호감이 있던 사이고, 피해자 A 씨가 먼저 입을 맞췄다"는 이유로 B 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입을 먼저 맞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B 씨가 몸을 만져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청원에서 A 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을 두고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판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범죄의 성립조건이 '비동의'가 아닌 '항거 불능할 정도로 폭행과 협박'으로 이를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감정에 이입하는 수사기관들의 인식이 많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구하라 불법촬영 무죄…"동의 없이 찍었지만, 유포하진 않아서"

그렇다면 구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이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 씨 또한, 전 남자 친구의 성범죄를 고소했지만, 법정에서 고소 내용이 무죄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구 씨의 전 남자친구 최 모 씨는 지난 1월, 구 씨를 때리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찍은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 피해자인 구 씨가 촬영을 제지하지 않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최 씨의 협박과 강요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당시 구 씨 측은 "최 씨의 행동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려면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 부당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성범죄 처벌에 있어 양형 기준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그 특성상 피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사정을 많이 접하고 고려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해자 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게 된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 처벌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피해자의 삶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등 피해자의 상황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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