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린도 해안포 사격’이 9·19 군사합의 위반인 이유는?

입력 2019.11.25 (19:57) 수정 2019.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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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오늘(25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국방부는 즉각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올 들어 북한이 10여차례에 걸쳐 단거리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등을 시험발사했지만, 정부가 직접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가 이번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이렇게 엄중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정은 '서부전선' 시찰…창린도는 어떤 곳?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남북 접경지역의 작은 섬입니다.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어 광복 직후에는 우리 영토였지만, 6.25전쟁 당시 남북한 사이 점령과 탈환을 반복한 끝에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 땅이 됐습니다.(그래픽 참조)

김 위원장은 이곳을 시찰하면서 "해안포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는데요.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탄착점이 바다인지 내륙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격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리였다"고 전해 실사격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창린도를 "전선(戰線)섬", 그 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한 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한 사진.

김 위원장은 또 "예고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 높이 전선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조국의 최전방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싸움준비와 전투력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 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9.19 군사합의상 완충수역…"포사격은 합의 위반"

포사격의 탄착점이나 포문의 방향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창린도가 9.19 군사합의에서 정한 완충수역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군사합의 당시 '육상, 해상, 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원칙 하에, 육상은 군사분계선 5km 이내, 해상은 '완충수역' 안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에서 북측 초도까지 구간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완충수역 안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합의를 북한이 어겼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매체의 해안포 사격 보도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남북 군사 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러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 들어 여러 차례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행동이 있어 왔지만, 정부가 명확히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 잇단 군사 행보…의도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행보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3번째입니다. 지난 16일(北매체 보도일 기준)에는 2년 만에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했고, 이틀 뒤에는 낙하산 침투훈련을 시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번 시찰은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접경 도서까지 내려와 사격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접경지역 군부대 시찰을 공개한 것은 남북 사이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5월 이후 2년 6개월 만입니다. 남북 사이 대화 흐름이 시작된 지난해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한 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한 사진.

9.19 군사합의는 올 초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으로 평가돼 왔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큽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 유지의 가장 중요한 고리가 바로 군사합의 1조 완충구역에 관한 것으로, 어쩌면 남은 것은 이것 뿐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남북간 합의사항을 모르고 이런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포사격을 지시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어쩌면 남북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남은 마지막 고리를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해안포 사격 지시는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9.19 군사분야 합의도 위험해 질 수 있다라는 북한의 경고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합의도 깰 수 있다는 고강도의 대남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연말까지 대남, 특히 대미 관계에서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계속 압박 강도와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며 "다만 ICBM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판을 깰 수 있는 고강도의 도발 가능성은 연말까지는 희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4월 시정 연설에서 스스로 올 연말까지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정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했지만 북한은 적대시정책 철회 전에는 협상 의사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북한이 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무력시위'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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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린도 해안포 사격’이 9·19 군사합의 위반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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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1-25 20:00:52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오늘(25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국방부는 즉각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올 들어 북한이 10여차례에 걸쳐 단거리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등을 시험발사했지만, 정부가 직접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가 이번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이렇게 엄중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정은 '서부전선' 시찰…창린도는 어떤 곳?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남북 접경지역의 작은 섬입니다.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어 광복 직후에는 우리 영토였지만, 6.25전쟁 당시 남북한 사이 점령과 탈환을 반복한 끝에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 땅이 됐습니다.(그래픽 참조)

김 위원장은 이곳을 시찰하면서 "해안포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는데요.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탄착점이 바다인지 내륙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격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리였다"고 전해 실사격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창린도를 "전선(戰線)섬", 그 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한 사진.
김 위원장은 또 "예고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 높이 전선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조국의 최전방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싸움준비와 전투력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 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9.19 군사합의상 완충수역…"포사격은 합의 위반"

포사격의 탄착점이나 포문의 방향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창린도가 9.19 군사합의에서 정한 완충수역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군사합의 당시 '육상, 해상, 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원칙 하에, 육상은 군사분계선 5km 이내, 해상은 '완충수역' 안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에서 북측 초도까지 구간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완충수역 안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합의를 북한이 어겼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매체의 해안포 사격 보도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남북 군사 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러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 들어 여러 차례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행동이 있어 왔지만, 정부가 명확히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 잇단 군사 행보…의도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행보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3번째입니다. 지난 16일(北매체 보도일 기준)에는 2년 만에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했고, 이틀 뒤에는 낙하산 침투훈련을 시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번 시찰은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접경 도서까지 내려와 사격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접경지역 군부대 시찰을 공개한 것은 남북 사이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5월 이후 2년 6개월 만입니다. 남북 사이 대화 흐름이 시작된 지난해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며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한 사진.
9.19 군사합의는 올 초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으로 평가돼 왔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큽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 유지의 가장 중요한 고리가 바로 군사합의 1조 완충구역에 관한 것으로, 어쩌면 남은 것은 이것 뿐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남북간 합의사항을 모르고 이런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포사격을 지시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어쩌면 남북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남은 마지막 고리를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해안포 사격 지시는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9.19 군사분야 합의도 위험해 질 수 있다라는 북한의 경고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합의도 깰 수 있다는 고강도의 대남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연말까지 대남, 특히 대미 관계에서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계속 압박 강도와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며 "다만 ICBM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판을 깰 수 있는 고강도의 도발 가능성은 연말까지는 희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4월 시정 연설에서 스스로 올 연말까지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정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했지만 북한은 적대시정책 철회 전에는 협상 의사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북한이 정책 전환을 촉구하며 '무력시위'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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