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슬럼가, 초고층의 경고

입력 2019.11.25 (10:00) 수정 2019.1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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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부산의 최고 마천루, '엘시티'보다 훨씬 높은 건물이 전통 문화 도시 전주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구 65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이렇게 높은 건물이 필요한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합니다.

 주변과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 개발, 그 결과는 어떨까요? 중국의 사례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43층짜리 복합타워. 설계안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지금 전주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건물을 지으려면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 당연히 특혜 시비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도시 규모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더 거셉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인터뷰]
 "전주라고 하는 전통과 문화가 어울리는 도시의 개념과 도시의 정체성과 143층 타워가 맞는지도 의문이고요. 143층 타워가 들어설 경우에 도시 계획들이 더욱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겠죠"

 중국 상하이 인근 항구도시 난퉁시. 이곳은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고층 건물 공사판입니다.

 건설사 분양사무소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붐빌 정도로 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릅니다.

 분양사무소 직원[인터뷰]
 "베이징, 미국 화교, 그리고 대만 사람들도 이 지역에 아파트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도시의 이면이 드러납니다. 빈집 투성입니다. 아파트 동 전체에 불 켜진 집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며 중국 전체 공실률이 20%에 육박합니다.

 간 리 /중국 시난대 교수[인터뷰]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빈집은 무려 6,500만 채로 전체 부동산에서 2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묻지마 개발의 결과는 유령 도시입니다. 특히 초고층 건물은 공실 위험이 더욱 높습니다.

 기타 메타 /미국 건축가[인터뷰]
"잘못된 방식의 개발은 초고층을 지어 놓고공공 영역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미래의 슬럼가를 짓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미래의 게토를 만드는 겁니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도시 설계. 그것이,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향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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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의 슬럼가, 초고층의 경고
    • 입력 2019-11-26 02:38:17
    • 수정2019-11-26 11:10:46
    뉴스9(부산)
[앵커멘트]  부산의 최고 마천루, '엘시티'보다 훨씬 높은 건물이 전통 문화 도시 전주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구 65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이렇게 높은 건물이 필요한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합니다.  주변과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 개발, 그 결과는 어떨까요? 중국의 사례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43층짜리 복합타워. 설계안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지금 전주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건물을 지으려면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 당연히 특혜 시비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도시 규모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더 거셉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인터뷰]  "전주라고 하는 전통과 문화가 어울리는 도시의 개념과 도시의 정체성과 143층 타워가 맞는지도 의문이고요. 143층 타워가 들어설 경우에 도시 계획들이 더욱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겠죠"  중국 상하이 인근 항구도시 난퉁시. 이곳은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고층 건물 공사판입니다.  건설사 분양사무소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붐빌 정도로 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릅니다.  분양사무소 직원[인터뷰]  "베이징, 미국 화교, 그리고 대만 사람들도 이 지역에 아파트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도시의 이면이 드러납니다. 빈집 투성입니다. 아파트 동 전체에 불 켜진 집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며 중국 전체 공실률이 20%에 육박합니다.  간 리 /중국 시난대 교수[인터뷰]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빈집은 무려 6,500만 채로 전체 부동산에서 2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묻지마 개발의 결과는 유령 도시입니다. 특히 초고층 건물은 공실 위험이 더욱 높습니다.  기타 메타 /미국 건축가[인터뷰] "잘못된 방식의 개발은 초고층을 지어 놓고공공 영역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미래의 슬럼가를 짓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미래의 게토를 만드는 겁니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도시 설계. 그것이,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향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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