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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대금은 ‘블랙머니’였을까
입력 2019.11.26 (07:01) 취재K
*영화 '블랙머니'가 지향하는 진실을 실제 '론스타 매각' 과정과 비교합니다. 따라서, 스포일러를 대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충어빙" 여름 한 철 사는 벌레가 얼음을 말하다

'블랙머니'는 분노를 자양분으로 돌진하는 영화입니다. 분노가 치솟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와 비정상'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정상을 말하면 '하충어빙'(夏蟲語氷 여름 한 철 사는 벌레가 얼음을 말하다, 식견 좁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더 큰 섭리가 있다)이라고 탓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게 '거대한 음모'라고 말합니다.


음모 1. 팩스 5장, 헐값 매각을 위한 조작

영화에선 대한은행을 외국자본(스타펀드)에 싸게 팝니다. 그런데 파는 쪽(은행, 한국 경제관료)이 이상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할 텐데, 싸게 팔지 못해 안달입니다. 은행 상태가 매우 안 좋기 때문에 헐값에라도 서둘러 팔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딱 걸린 증거가 하나 있습니다. 서류 조작입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팩스 5장입니다. 매각 직전, 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보낸 팩스입니다. '우리 은행의 BIS 비율(쉽게, 은행 건전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이 형편없이 안 좋아 질 겁니다'라는 5장짜리 문서. 이 문서를 핵심 근거로 금융당국이 헐값 매각을 진두지휘했단 겁니다.

음모 2. 검은 머리 외국인, 외국자본 대부분은 사실은 한국 돈

파는 사람이 대체 왜? 숨은 의도는 '검은돈'입니다. '외국 자본 유치로 금융을 선진화 한다'는 명분 뒤에 '모피아' 배를 불리려는 의도가 있었단 겁니다.


역시 증거가 등장합니다. 스타펀드의 입금내역 문서 한 장입니다. 수십 차례에 걸쳐서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데 일부 숫자가 이상합니다. 376만 2703 달러, 287만 9834달러... 이런 식으로 끝자리가 떨어지지 않는 입금이 이어집니다. 이 '달러'로는 딱 떨어지지 않는 돈, '원'화로 바꾸니 놀라운 숫자가 됩니다. 200억 원, 300억 원,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는 겁니다. 즉, 이 돈은 외국 자본이 아니고 한국에서 한국인이 입금한 돈인 겁니다.

여기서 지금의 '뉴스타파' 같은 탐사보도 매체가 등장합니다. 조세피난처를 거친 이 돈들을 추적했더니, 시골 주소가 나옵니다. 들어가 봤더니 금융감독원 고위 관료가 내연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前) 총리의 아내나 다른 관료의 친척 돈이었습니다. 저 유명한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표현은 이렇게 등장합니다.

음모 3. 모피아, 영원한 경제 권력이 먹튀를 보장, 승인하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은행을(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은 그러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수사는 압력에 의해 중단되기 일쑤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은 당당합니다. '여름 한 철 벌레가 얼음을 어찌 알겠냐'거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일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조롱 섞인 협박을 당합니다.


그리고 스타펀드는 떠납니다. 2조 원 안팎의 투자원금은 물론 4조 7천억 원대의 어마어마한 차익을 거둡니다. 이른바 '먹튀'입니다. 아, 한국을 떠난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투자자금 대부분이 '검은머리 외국인'의 것이었다면요.

그래서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나라 경제는 우리가 움직이는 거'라고 당당히 말하는 경제관료(모피아)가 이 모든 사단의 원흉입니다.

팩트체크 ① 헐값 매각을 못 해 안달이 났다? 대체로 사실

영화에서 묘사된 이런 상황, 외환은행 매각 당시에는 어땠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봅니다. 1번 의혹, 팩스 5장으로 상징되는 '헐값 매각 조작'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외환은행이 자체 이사회에는 연말(2003년) 기준 BIS 비율을 10%로 보고하고, 금감원에 보낸 팩스에서는 6.16%로 적습니다. 론스타에 인수 자격을 주려고 '무리'한 겁니다. 법적으로 금융회사만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부실은행은 사모펀드가 인수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부실은행이 된 겁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도 잘 드러납니다.


② 검은머리 외국인은 차명으로 위장한 경제관료(모피아)? : 확인 안 됨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등을 통해 론스타의 한국 임직원들이 투자에 참여해서 큰 이익을 본 사실이 알려진 건 사실입니다. 보도 속 명단에는 전직 금융위원장의 처조카, 전직 경제부총리 딸의 이름 등이 있었습니다. 직원 명의로 수십, 수백억 원이 차명으로 거래된 흔적도 포착됩니다. 영화에서처럼 달러로는 끝자리가 떨어지지 않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딱 떨어지는 송금 서류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김준환 유한대 교수 제공김준환 유한대 교수 제공

이를 근거로 '자기 이익' 때문에 나라 팔아먹는 경제관료 카르텔의 존재를 헐값 매각의 원흉으로 봅니다. 영화적 분노는 여기서 터지지만,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돈의 실제 주인을 밝혀내는데는 실패합니다. 조세피난처로 간 돈이었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했다는게 뉴스타파 보도 속 검찰 수사 관계자의 입장입니다.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여튼 이 돈 상당수가 명확히 '모피아' 돈이라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③ 먹튀를 알고도 승인한 모피아? : 확인 안 됨

론스타 먹튀를 막을 수도 있었단 주장이 있습니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매각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가 인정되어서 징역형(3년)을 삽니다. 산업자본이라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요는, 정부가 이를 근거로 징벌적 매각을 결정했다면 론스타는 헐값에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야 했을 거란 겁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에 '징벌'이 아닌 '단순' 매각을 명령합니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게 허락합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추산하는 차익 4조 7천억 원이 가능했던 건 이 금융위원회 결정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잘못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 영화의 설정 역시 확인된 바 없습니다. 가설일 뿐입니다. 단순매각 결정을 한 금융위원회 위원장(2012년)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2003년) 금감위 정책1국장이던 김석동 전 장관이긴 했지만, 그 자체가 묵인의 증거가 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가설에는 반대가설이 존재합니다.

변양호,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003년 당시 은행매각을 지휘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변양호 현 VIG 파트너스 고문은 200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부도덕한 모피아로 지목당한 정책 결정자는 '개인의 사익'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감사원이 매각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하고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법률적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정책판단'이지 '부패'가 아니란 겁니다. 대법원에서 '헐값 매각'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도덕하다는 질타를 받은 관료의 고충에 대한 기사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와 현실의 법적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 소송…패소하면 세금 5조 원이 더 나갑니다

론스타는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론스타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5조 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결론을 향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혹은 내년 즈음에는 판단이 나옵니다. 사실, '블랙머니' 개봉 시점도 여기 맞춘 면이 없지 않습니다. 진실이 묻힌 상태에서 만약 론스타가 제기한 이 소송까지 진다면 대한민국은 최대 5조 원의 세금을 론스타에 추가로 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사건은 현재진행형인 겁니다.

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그래서 '기억'을 말합니다. 영화제작은 2012년부터 추진됐습니다. 매각 직후입니다. 밝혀지지 않아서 확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는 겁니다.

처음엔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불법 증거 수집과 절도, 도·감청, 현주건조물 침입 등은 과연 검사보다는 기자들에게 어울리는(?) 행동들이긴 합니다.

"꼭 잡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잡을 사람도 있습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스티븐 리를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론스타 코리아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대표였던 스티븐 리가 14년째 도주 중입니다.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으며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적도 있었지만, 국내 송환에 실패했습니다. 현재 기소중지 상태인 스티븐 리를 잡으면 경제관료를 향한 로비나 뇌물의 존재 여부, 나아가 헐값매각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때 영화가 정말 '하충어빙'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확인되지 않은 '블랙머니'가 진실인지가 분명해질 지도 모릅니다.
  • 외환은행 매각 대금은 ‘블랙머니’였을까
    • 입력 2019-11-26 07:01:10
    취재K
*영화 '블랙머니'가 지향하는 진실을 실제 '론스타 매각' 과정과 비교합니다. 따라서, 스포일러를 대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충어빙" 여름 한 철 사는 벌레가 얼음을 말하다

'블랙머니'는 분노를 자양분으로 돌진하는 영화입니다. 분노가 치솟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와 비정상'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정상을 말하면 '하충어빙'(夏蟲語氷 여름 한 철 사는 벌레가 얼음을 말하다, 식견 좁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더 큰 섭리가 있다)이라고 탓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게 '거대한 음모'라고 말합니다.


음모 1. 팩스 5장, 헐값 매각을 위한 조작

영화에선 대한은행을 외국자본(스타펀드)에 싸게 팝니다. 그런데 파는 쪽(은행, 한국 경제관료)이 이상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할 텐데, 싸게 팔지 못해 안달입니다. 은행 상태가 매우 안 좋기 때문에 헐값에라도 서둘러 팔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딱 걸린 증거가 하나 있습니다. 서류 조작입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팩스 5장입니다. 매각 직전, 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보낸 팩스입니다. '우리 은행의 BIS 비율(쉽게, 은행 건전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이 형편없이 안 좋아 질 겁니다'라는 5장짜리 문서. 이 문서를 핵심 근거로 금융당국이 헐값 매각을 진두지휘했단 겁니다.

음모 2. 검은 머리 외국인, 외국자본 대부분은 사실은 한국 돈

파는 사람이 대체 왜? 숨은 의도는 '검은돈'입니다. '외국 자본 유치로 금융을 선진화 한다'는 명분 뒤에 '모피아' 배를 불리려는 의도가 있었단 겁니다.


역시 증거가 등장합니다. 스타펀드의 입금내역 문서 한 장입니다. 수십 차례에 걸쳐서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데 일부 숫자가 이상합니다. 376만 2703 달러, 287만 9834달러... 이런 식으로 끝자리가 떨어지지 않는 입금이 이어집니다. 이 '달러'로는 딱 떨어지지 않는 돈, '원'화로 바꾸니 놀라운 숫자가 됩니다. 200억 원, 300억 원,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는 겁니다. 즉, 이 돈은 외국 자본이 아니고 한국에서 한국인이 입금한 돈인 겁니다.

여기서 지금의 '뉴스타파' 같은 탐사보도 매체가 등장합니다. 조세피난처를 거친 이 돈들을 추적했더니, 시골 주소가 나옵니다. 들어가 봤더니 금융감독원 고위 관료가 내연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前) 총리의 아내나 다른 관료의 친척 돈이었습니다. 저 유명한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표현은 이렇게 등장합니다.

음모 3. 모피아, 영원한 경제 권력이 먹튀를 보장, 승인하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은행을(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은 그러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수사는 압력에 의해 중단되기 일쑤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은 당당합니다. '여름 한 철 벌레가 얼음을 어찌 알겠냐'거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일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조롱 섞인 협박을 당합니다.


그리고 스타펀드는 떠납니다. 2조 원 안팎의 투자원금은 물론 4조 7천억 원대의 어마어마한 차익을 거둡니다. 이른바 '먹튀'입니다. 아, 한국을 떠난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투자자금 대부분이 '검은머리 외국인'의 것이었다면요.

그래서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나라 경제는 우리가 움직이는 거'라고 당당히 말하는 경제관료(모피아)가 이 모든 사단의 원흉입니다.

팩트체크 ① 헐값 매각을 못 해 안달이 났다? 대체로 사실

영화에서 묘사된 이런 상황, 외환은행 매각 당시에는 어땠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봅니다. 1번 의혹, 팩스 5장으로 상징되는 '헐값 매각 조작'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외환은행이 자체 이사회에는 연말(2003년) 기준 BIS 비율을 10%로 보고하고, 금감원에 보낸 팩스에서는 6.16%로 적습니다. 론스타에 인수 자격을 주려고 '무리'한 겁니다. 법적으로 금융회사만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부실은행은 사모펀드가 인수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부실은행이 된 겁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도 잘 드러납니다.


② 검은머리 외국인은 차명으로 위장한 경제관료(모피아)? : 확인 안 됨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등을 통해 론스타의 한국 임직원들이 투자에 참여해서 큰 이익을 본 사실이 알려진 건 사실입니다. 보도 속 명단에는 전직 금융위원장의 처조카, 전직 경제부총리 딸의 이름 등이 있었습니다. 직원 명의로 수십, 수백억 원이 차명으로 거래된 흔적도 포착됩니다. 영화에서처럼 달러로는 끝자리가 떨어지지 않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딱 떨어지는 송금 서류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김준환 유한대 교수 제공김준환 유한대 교수 제공

이를 근거로 '자기 이익' 때문에 나라 팔아먹는 경제관료 카르텔의 존재를 헐값 매각의 원흉으로 봅니다. 영화적 분노는 여기서 터지지만,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돈의 실제 주인을 밝혀내는데는 실패합니다. 조세피난처로 간 돈이었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했다는게 뉴스타파 보도 속 검찰 수사 관계자의 입장입니다.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여튼 이 돈 상당수가 명확히 '모피아' 돈이라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③ 먹튀를 알고도 승인한 모피아? : 확인 안 됨

론스타 먹튀를 막을 수도 있었단 주장이 있습니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매각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가 인정되어서 징역형(3년)을 삽니다. 산업자본이라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요는, 정부가 이를 근거로 징벌적 매각을 결정했다면 론스타는 헐값에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야 했을 거란 겁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에 '징벌'이 아닌 '단순' 매각을 명령합니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게 허락합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추산하는 차익 4조 7천억 원이 가능했던 건 이 금융위원회 결정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잘못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 영화의 설정 역시 확인된 바 없습니다. 가설일 뿐입니다. 단순매각 결정을 한 금융위원회 위원장(2012년)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2003년) 금감위 정책1국장이던 김석동 전 장관이긴 했지만, 그 자체가 묵인의 증거가 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가설에는 반대가설이 존재합니다.

변양호,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003년 당시 은행매각을 지휘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변양호 현 VIG 파트너스 고문은 200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부도덕한 모피아로 지목당한 정책 결정자는 '개인의 사익'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감사원이 매각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하고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법률적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정책판단'이지 '부패'가 아니란 겁니다. 대법원에서 '헐값 매각'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도덕하다는 질타를 받은 관료의 고충에 대한 기사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와 현실의 법적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 소송…패소하면 세금 5조 원이 더 나갑니다

론스타는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론스타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5조 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결론을 향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혹은 내년 즈음에는 판단이 나옵니다. 사실, '블랙머니' 개봉 시점도 여기 맞춘 면이 없지 않습니다. 진실이 묻힌 상태에서 만약 론스타가 제기한 이 소송까지 진다면 대한민국은 최대 5조 원의 세금을 론스타에 추가로 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사건은 현재진행형인 겁니다.

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그래서 '기억'을 말합니다. 영화제작은 2012년부터 추진됐습니다. 매각 직후입니다. 밝혀지지 않아서 확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는 겁니다.

처음엔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불법 증거 수집과 절도, 도·감청, 현주건조물 침입 등은 과연 검사보다는 기자들에게 어울리는(?) 행동들이긴 합니다.

"꼭 잡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잡을 사람도 있습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스티븐 리를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론스타 코리아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대표였던 스티븐 리가 14년째 도주 중입니다.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으며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적도 있었지만, 국내 송환에 실패했습니다. 현재 기소중지 상태인 스티븐 리를 잡으면 경제관료를 향한 로비나 뇌물의 존재 여부, 나아가 헐값매각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때 영화가 정말 '하충어빙'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확인되지 않은 '블랙머니'가 진실인지가 분명해질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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