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끝까지 추적”…국군간호사관학교 ‘단톡방 성희롱’ 은폐 논란

입력 2019.11.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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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터지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번엔 예비 간호장교들이 생활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폭로가 나왔습니다. 일부 남자 생도들이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생도들과 훈육장교를 대상으로 성희롱과 모욕 발언을 일삼았다는 겁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남성생도들의 단체 채팅방 내용.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남성생도들의 단체 채팅방 내용.

"훈육관님 ○리둥절 개꿀잼"…일상화된 성차별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채팅방 내용을 살펴보면, 그대로 옮기기 힘든 단어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정 기수 단체 채팅방에선 한 남생도가 동기생을 언급하며 "ㄹㅇ(진짜) 공부만 하다 온 ○들"이라면서 "(동기생의) 번호는 있는데 일단 스팸(수신차단)"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남동기들은 "폭탄반 수준", "화장으로 여드름 자국이 안 지워진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두 학년 남생도가 모인 단체 채팅방에선 여생도들에게 "○○ 지렸다"는 등 여성의 성기와 관련된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상관인 여성 훈육 장교를 두고도 "훈육관 이 ○들은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우리가 다 하게 하네"라거나 "훈육관님 ○리둥절 개꿀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약간 ○○이는 그냥 허수아비 소령, 세워만 놓은 듯. ○○도 아니고"라며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냅니다.

[연관기사] 남성 간호생도들 ‘단톡방 성희롱’…신고했지만 학교가 ‘묵살’ (2019.11.25)

남생도들이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주고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채팅방은 여생도가 대부분인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20명 남짓한 남생도들을 위한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설됐습니다.

다른 '단톡방 성희롱 사건'처럼 이 방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희롱성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됐습니다. 이후 채팅방에선 성차별과 여성혐오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같은 채팅방 내용을 공개한 군인권센터는 "예비 장교들이 이토록 저열한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방혜린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채팅방…학교 "신고하면 끝까지 추적"

군인권센터는 "여생도들이 담당 훈육관을 찾아갔지만 '동기를 고발해서 단합을 저해하는 너희가 괘씸하다'며 돌려보냈다"며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또 다른 훈육관은 이 가해 남생도들을 찾아가 커피, 도넛 등을 사주며 "괜한 일에 휘말려서 일이 이렇게 됐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군간호사관학교 측은 "3학년 훈육관에게 편지로 채팅방 내용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고, 즉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4학년을 담당하는 훈육관이 가해 남생도들을 찾은 건 "인성교육과장을 겸직하는 훈육관이 충분히 반성하고 어떻게 살아나갈지 훈육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학교 측이 "(외부에) 신고를 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공개하겠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3학년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훈육관이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풍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해당(가해) 생도들이 무슨 발언은 했는지, 어떤 말로 상관을 모욕했는지 궁금해해야겠냐"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훈육관이 단체 채팅방에 남긴 글.이번 사건과 관련해 훈육관이 단체 채팅방에 남긴 글.

그러면서 "제발 다른 학년이나 다른 기수로부터 퍼지는 말도 듣는 것은 자유지만 다소 냉정하겠지만, 신경 끄는 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좋지 않겠냐"고 덧붙입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졸업 장교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학년 훈육관이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단체교육시간을 가지며 "3학년 일에 우리가 휘말렸는데 우리는 임관이 목표니까 더 무시하고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면서 해당 훈육관이 이 자리에서 "(사건을) 외부로 유출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후에도 학교 간부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퇴교 조치된 가해자를 거론하며 "생도를 잃은 너무 슬픈 일이 일어났다"거나 "한 기수끼리 신고를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라는 등 피해 생도를 탓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고 이 장교는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사건 무마 은폐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신경 끄고 목표 달성 향해 가자고 말한 의도는 잘 해결하고 나아가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어떻게 바른 교육과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이 사건 가해자 11명 가운데 1명은 퇴교 조치됐고, 나머지 10명은 4주에서 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피해자가 특정되고,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힌 1명에 대해 퇴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10명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다시 한 번 교육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학교 내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간호장교는 환자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과 평가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체 채팅방에서 저급한 대화를 나눴던 이들이 여성 동료와 환자를 어떻게 바라볼 지도 걱정된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 장교도 "이런 아이들이 어떻게 (장교로서) 바른 교육과 평가를 할 수 있겠냐"며 걱정했습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뤄야 할 예비 장교 사이에서 벌어진 성차별과 여성혐오. 학교 측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쉬쉬하는 사이 가해자 가운데 몇몇은 현재 현장 실습을 나가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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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하면 끝까지 추적”…국군간호사관학교 ‘단톡방 성희롱’ 은폐 논란
    • 입력 2019-11-26 17:44:22
    취재K
잊을만하면 터지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번엔 예비 간호장교들이 생활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폭로가 나왔습니다. 일부 남자 생도들이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생도들과 훈육장교를 대상으로 성희롱과 모욕 발언을 일삼았다는 겁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남성생도들의 단체 채팅방 내용.
"훈육관님 ○리둥절 개꿀잼"…일상화된 성차별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채팅방 내용을 살펴보면, 그대로 옮기기 힘든 단어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정 기수 단체 채팅방에선 한 남생도가 동기생을 언급하며 "ㄹㅇ(진짜) 공부만 하다 온 ○들"이라면서 "(동기생의) 번호는 있는데 일단 스팸(수신차단)"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남동기들은 "폭탄반 수준", "화장으로 여드름 자국이 안 지워진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두 학년 남생도가 모인 단체 채팅방에선 여생도들에게 "○○ 지렸다"는 등 여성의 성기와 관련된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상관인 여성 훈육 장교를 두고도 "훈육관 이 ○들은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우리가 다 하게 하네"라거나 "훈육관님 ○리둥절 개꿀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약간 ○○이는 그냥 허수아비 소령, 세워만 놓은 듯. ○○도 아니고"라며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냅니다.

[연관기사] 남성 간호생도들 ‘단톡방 성희롱’…신고했지만 학교가 ‘묵살’ (2019.11.25)

남생도들이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주고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채팅방은 여생도가 대부분인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20명 남짓한 남생도들을 위한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설됐습니다.

다른 '단톡방 성희롱 사건'처럼 이 방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희롱성 발언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됐습니다. 이후 채팅방에선 성차별과 여성혐오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같은 채팅방 내용을 공개한 군인권센터는 "예비 장교들이 이토록 저열한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채팅방…학교 "신고하면 끝까지 추적"

군인권센터는 "여생도들이 담당 훈육관을 찾아갔지만 '동기를 고발해서 단합을 저해하는 너희가 괘씸하다'며 돌려보냈다"며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또 다른 훈육관은 이 가해 남생도들을 찾아가 커피, 도넛 등을 사주며 "괜한 일에 휘말려서 일이 이렇게 됐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군간호사관학교 측은 "3학년 훈육관에게 편지로 채팅방 내용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고, 즉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4학년을 담당하는 훈육관이 가해 남생도들을 찾은 건 "인성교육과장을 겸직하는 훈육관이 충분히 반성하고 어떻게 살아나갈지 훈육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학교 측이 "(외부에) 신고를 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공개하겠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3학년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훈육관이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풍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해당(가해) 생도들이 무슨 발언은 했는지, 어떤 말로 상관을 모욕했는지 궁금해해야겠냐"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훈육관이 단체 채팅방에 남긴 글.
그러면서 "제발 다른 학년이나 다른 기수로부터 퍼지는 말도 듣는 것은 자유지만 다소 냉정하겠지만, 신경 끄는 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좋지 않겠냐"고 덧붙입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졸업 장교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학년 훈육관이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단체교육시간을 가지며 "3학년 일에 우리가 휘말렸는데 우리는 임관이 목표니까 더 무시하고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면서 해당 훈육관이 이 자리에서 "(사건을) 외부로 유출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후에도 학교 간부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퇴교 조치된 가해자를 거론하며 "생도를 잃은 너무 슬픈 일이 일어났다"거나 "한 기수끼리 신고를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라는 등 피해 생도를 탓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고 이 장교는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사건 무마 은폐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신경 끄고 목표 달성 향해 가자고 말한 의도는 잘 해결하고 나아가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어떻게 바른 교육과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이 사건 가해자 11명 가운데 1명은 퇴교 조치됐고, 나머지 10명은 4주에서 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피해자가 특정되고,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힌 1명에 대해 퇴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10명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다시 한 번 교육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학교 내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간호장교는 환자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과 평가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체 채팅방에서 저급한 대화를 나눴던 이들이 여성 동료와 환자를 어떻게 바라볼 지도 걱정된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 장교도 "이런 아이들이 어떻게 (장교로서) 바른 교육과 평가를 할 수 있겠냐"며 걱정했습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뤄야 할 예비 장교 사이에서 벌어진 성차별과 여성혐오. 학교 측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쉬쉬하는 사이 가해자 가운데 몇몇은 현재 현장 실습을 나가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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