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이나영 교수 “구하라·설리는 사회적 타살당한 것”

입력 2019.11.27 (09:44) 수정 2019.11.27 (09: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구하라,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모욕당해. 가해행위에 대한 성찰 전혀 없어
- 가해자 최종범은 ‘최모씨’, 피해자 구하라는 언론과 사법체계 속 계속 조롱당해
- 악성댓글 차단은 근시안적 처방.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 거두지 않으면 문제 반복
- 아동성착취물 유포는 집행유예, 남자 몸 단톡방에 올리면 실형? 법집행 형평성 점검해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11월 27일(수) 7:35~7:5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이나영 교수 (중앙대 사회학과)



▷ 김경래 : 며칠 전에 가수 구하라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설리 씨의 죽음이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연예인들의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님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나영 : 안녕하세요? 이나영입니다.

▷ 김경래 : 교수님은 연쇄적인 죽음이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이게 어떤 개인적인 부분이 있고 또 사회적인 책임이 있을 텐데, 교수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네요.

▶ 이나영 : 일단 돌아가신 분께서 얼마나 일상 속에서 고통스러웠고 또 공포스러웠고 또 그러한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들에 대해서 혹은 그런 상태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분노를 느꼈을지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 김경래 :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있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영역으로 보면 우울증 얘기도 나오고요. 그리고 악성댓글 얘기도 있고 이게 좀 총론적으로 보면 어떤 원인이라고 해석을 하는 게 좋을까요?

▶ 이나영 : 아까 처음에 말씀하셨는데 연쇄적인 죽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연쇄적인 살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두 여성이 결국은 개인적으로는 우울증을 겪었다고 언론에서도 일각에서도 보도하고 있는데요. 만약에 이렇게 계속해서 여러 사람에게 성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고 그리고 자신의 사생활을 찍은 여러 가지 영상이 돌아다니는 일을 겪었다면 어떤 사람이 아프지 않겠어요? 없는 우울증도 생기겠죠? 그러니까 우울증이라고 환원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결국은 자신이 일상 속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그런 가해행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성찰적인 행위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연쇄적인 살인이다, 타살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이런 말씀이시네요. 이게 구하라 씨 사건 이후에 구하라 씨 관련된 사건은 이미 법원에서 한 차례 판결을 내린 내용이에요. 판결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재판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계속 지속적으로 발생을 했다, 이런 논란이 있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나영 : 판사의 판결들을 그동안 쭉 보니까요. 아동성착취물 혹은 성학대물을 가지고 있었던 자, 유포했던 자들을 다 집행유예를 때리셨더라고요. 아주 일관되시고요.

▷ 김경래 : 아, 구하라 씨 남자친구를 불법 촬영으로 무죄를 준 판사를 보니까 그렇다는 거죠?

▶ 이나영 : 네, 그렇고요. 그리고 그 판사님뿐만 아니고 사실은 그런 현상은 다른 판사님들도 마찬가지고 여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만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을 감행했다든지 성범죄와 관련된 범죄행위들에 대해서는 유독 판사들이 굉장히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은 피해자인 구하라 씨에 더 집중하면서 가해자 최종범 씨가 아니라 가해자의 이름은 최모 씨라고 나오지만 피해자의 이름은 계속해서 언론이든 일반 시민이든 계속해서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괴롭히죠. 결국 이 사태는 저는 굉장히 여러 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이중의 취약성이죠. 그러니까 여성의 취약성과 연예인이라는 취약성을 고리 삼아서 끊임없이 조롱하고 사생활을 계속해서 쫓고 그 사생활을 가지고 또 언론은 보도를 하고 이 점에 대해서 계속해서 여성에 대한 품평을 하는 일반 악성댓글러들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가 계속해서 낙인화가 되는 이 체인에서 판사나 또는 형사 사법체계가 계속해서 가해자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때 결국은 어떤 여성이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의 이중, 삼중의 취약한 상태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자성할 필요가 있고 그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 연예인을 얼굴이든 외모든 사생활이든 품평하면서 성적인 공격을 했던 수많은 댓글러들이 반성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죠.

▷ 김경래 : 그런데 이번에 구하라 씨 죽음 같은 경우도 그 기사에도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 이나영 : 맞습니다.

▷ 김경래 : 이게 말씀하신 대로 문제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게 또 난감한 부분 아닙니까?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어떤 딱 잘라서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모색을 해야 되는지, 그 얘기를 듣고 싶네요.

▶ 이나영 : 보통 우리가 악성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댓글을 차단하는 정책이나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건 굉장히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 한번 돌아보자는 거죠, 이 기회에. 옛날부터 여성은 순결과 정조를 강요했죠. 그렇지만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그 여성이 ‘더러운 X, 음란한 X, 걸레 같은 X’ 이렇게 되죠. 오명과 낙인이 덮어 씌워집니다. 그리고 조금만 안 웃으면 어떻게 돼요? ‘상냥하지 않다, 여자가 왜 그러느냐?’ 그러다가 조금 웃으면 ‘헤프다, 쪼갠다, 아무나 보고 웃는다, 싸게 군다.’ 이렇게 이야기하죠. 그리고 여성은 항상 남성들의 소통과 교류, 의리와 비즈니스 그것을 위해서 교환되고 거래되어 왔죠. 그게 성매매 역사이기도 하고 지금 현재 각종 음란물과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로 연결되죠. 그리고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촬영물들은 음란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또 남성들의 놀이문화와 오락을 위해 소비되죠. 그리고 그건 돈이 됩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어떤 특정한 댓글이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때 과연 이런 문화는 없어질까요? 굉장히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해요.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는 여성의 몸을 찍고 사생활을 품평한 그런 불법촬영물 그다음에 소위 리벤지 포르노물 그다음에 딥페이크라고 얼굴을 합성한 물 그리고 실제 성매매 여성을 찍은 사진도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피해자를 알 수 없는 그런 영상들이 어마어마하게 광고물로 뜨고 이것을 미끼로 성구매자를 유도하고 성구매자가 또다시 그런 영상을 올리고 또 그 밑에 후기를 단다는 말이에요. 한 사이트당 회원만 70만 명입니다.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우리가 어떤 포털사이트에 악성댓글을 단다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러면 모든 네티즌들 다 잡아넣어야 되는 거죠?

▷ 김경래 : 그런 전반적으로 여성 차별적인 여성 혐오적인 그런 문화들을 바꾸어야 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면? 그게 너무 본질적인 얘기라서.

▶ 이나영 : 그렇죠. 본질적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지금부터라도... 물론 당위적인 대책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예를 들어 혐오범죄나 증오발화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이것이 이렇게 혐오범죄인지, 이게 어떤 것이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남성에 대해서 비판했을 때와 여성에 대해서 비판했을 때 똑같은 혹은 훨씬 더 남성에 대한 비판이 무거운 벌을 받기 쉽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성의 몸을 불법촬영한 동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돌아다니고 실제 아동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유포한 자도 집행유예를 받는데, 남자의 몸을 하나만 단톡방에 올려도 실형을 삽니다. 남자의 몸을 찍은 것은 사실상 어떤 포르노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지 않아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왜?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여성 연예인이나 여성들의 몸은 하나만 올라가도 수십만 명이 댓글을 달고 클릭을 합니다. 돈이 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본다는 뜻이죠. 이런 일에는 남자 판사들이 혹은 남자 경찰 혹은 검찰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심지어 무죄를 때린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여성들이 만약에 이런 상태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생겼다. 댓글을 규정하는 어떤 법이 생겼다고 할 때 어떤 댓글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 김경래 : 댓글 규제 이런 것들은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건 굉장히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다.

▶ 이나영 : 맞습니다.

▷ 김경래 : 본질적으로 문화를 바꾸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 그게 참...

▶ 이나영 : 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남성이 성찰해야 되는 거죠. 보통 여성혐오에 대해서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남성의 일상이 여성혐오입니다. 여성에 대한 심오한 편견,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이런 것들이 일상에서 일어나는데,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걸 스스로가 남성들이 이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그만두지 않는 한, 지금 우리가 얘기한 모든 대책들은 일시적이라는 거예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이것을 들으시는 분들 아마 청취자분들 중에 남성분들이 듣기에 조금 불편하셨을 수는 있어요. 하지 성찰을 해보자, 지금 현재 문화를 우리가 얼마만큼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지, 이 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나영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님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경래의 최강시사] 이나영 교수 “구하라·설리는 사회적 타살당한 것”
    • 입력 2019-11-27 09:44:44
    • 수정2019-11-27 09:47:24
    최강시사
- 구하라,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모욕당해. 가해행위에 대한 성찰 전혀 없어
- 가해자 최종범은 ‘최모씨’, 피해자 구하라는 언론과 사법체계 속 계속 조롱당해
- 악성댓글 차단은 근시안적 처방.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 거두지 않으면 문제 반복
- 아동성착취물 유포는 집행유예, 남자 몸 단톡방에 올리면 실형? 법집행 형평성 점검해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11월 27일(수) 7:35~7:5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이나영 교수 (중앙대 사회학과)



▷ 김경래 : 며칠 전에 가수 구하라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설리 씨의 죽음이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연예인들의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님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나영 : 안녕하세요? 이나영입니다.

▷ 김경래 : 교수님은 연쇄적인 죽음이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이게 어떤 개인적인 부분이 있고 또 사회적인 책임이 있을 텐데, 교수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네요.

▶ 이나영 : 일단 돌아가신 분께서 얼마나 일상 속에서 고통스러웠고 또 공포스러웠고 또 그러한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들에 대해서 혹은 그런 상태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분노를 느꼈을지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 김경래 :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있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영역으로 보면 우울증 얘기도 나오고요. 그리고 악성댓글 얘기도 있고 이게 좀 총론적으로 보면 어떤 원인이라고 해석을 하는 게 좋을까요?

▶ 이나영 : 아까 처음에 말씀하셨는데 연쇄적인 죽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연쇄적인 살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두 여성이 결국은 개인적으로는 우울증을 겪었다고 언론에서도 일각에서도 보도하고 있는데요. 만약에 이렇게 계속해서 여러 사람에게 성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고 그리고 자신의 사생활을 찍은 여러 가지 영상이 돌아다니는 일을 겪었다면 어떤 사람이 아프지 않겠어요? 없는 우울증도 생기겠죠? 그러니까 우울증이라고 환원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결국은 자신이 일상 속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그런 가해행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성찰적인 행위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연쇄적인 살인이다, 타살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이런 말씀이시네요. 이게 구하라 씨 사건 이후에 구하라 씨 관련된 사건은 이미 법원에서 한 차례 판결을 내린 내용이에요. 판결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재판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계속 지속적으로 발생을 했다, 이런 논란이 있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나영 : 판사의 판결들을 그동안 쭉 보니까요. 아동성착취물 혹은 성학대물을 가지고 있었던 자, 유포했던 자들을 다 집행유예를 때리셨더라고요. 아주 일관되시고요.

▷ 김경래 : 아, 구하라 씨 남자친구를 불법 촬영으로 무죄를 준 판사를 보니까 그렇다는 거죠?

▶ 이나영 : 네, 그렇고요. 그리고 그 판사님뿐만 아니고 사실은 그런 현상은 다른 판사님들도 마찬가지고 여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만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을 감행했다든지 성범죄와 관련된 범죄행위들에 대해서는 유독 판사들이 굉장히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은 피해자인 구하라 씨에 더 집중하면서 가해자 최종범 씨가 아니라 가해자의 이름은 최모 씨라고 나오지만 피해자의 이름은 계속해서 언론이든 일반 시민이든 계속해서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괴롭히죠. 결국 이 사태는 저는 굉장히 여러 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이중의 취약성이죠. 그러니까 여성의 취약성과 연예인이라는 취약성을 고리 삼아서 끊임없이 조롱하고 사생활을 계속해서 쫓고 그 사생활을 가지고 또 언론은 보도를 하고 이 점에 대해서 계속해서 여성에 대한 품평을 하는 일반 악성댓글러들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가 계속해서 낙인화가 되는 이 체인에서 판사나 또는 형사 사법체계가 계속해서 가해자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때 결국은 어떤 여성이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의 이중, 삼중의 취약한 상태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자성할 필요가 있고 그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 연예인을 얼굴이든 외모든 사생활이든 품평하면서 성적인 공격을 했던 수많은 댓글러들이 반성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죠.

▷ 김경래 : 그런데 이번에 구하라 씨 죽음 같은 경우도 그 기사에도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 이나영 : 맞습니다.

▷ 김경래 : 이게 말씀하신 대로 문제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게 또 난감한 부분 아닙니까?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어떤 딱 잘라서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모색을 해야 되는지, 그 얘기를 듣고 싶네요.

▶ 이나영 : 보통 우리가 악성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댓글을 차단하는 정책이나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건 굉장히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 한번 돌아보자는 거죠, 이 기회에. 옛날부터 여성은 순결과 정조를 강요했죠. 그렇지만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그 여성이 ‘더러운 X, 음란한 X, 걸레 같은 X’ 이렇게 되죠. 오명과 낙인이 덮어 씌워집니다. 그리고 조금만 안 웃으면 어떻게 돼요? ‘상냥하지 않다, 여자가 왜 그러느냐?’ 그러다가 조금 웃으면 ‘헤프다, 쪼갠다, 아무나 보고 웃는다, 싸게 군다.’ 이렇게 이야기하죠. 그리고 여성은 항상 남성들의 소통과 교류, 의리와 비즈니스 그것을 위해서 교환되고 거래되어 왔죠. 그게 성매매 역사이기도 하고 지금 현재 각종 음란물과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로 연결되죠. 그리고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촬영물들은 음란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또 남성들의 놀이문화와 오락을 위해 소비되죠. 그리고 그건 돈이 됩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어떤 특정한 댓글이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때 과연 이런 문화는 없어질까요? 굉장히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해요.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는 여성의 몸을 찍고 사생활을 품평한 그런 불법촬영물 그다음에 소위 리벤지 포르노물 그다음에 딥페이크라고 얼굴을 합성한 물 그리고 실제 성매매 여성을 찍은 사진도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피해자를 알 수 없는 그런 영상들이 어마어마하게 광고물로 뜨고 이것을 미끼로 성구매자를 유도하고 성구매자가 또다시 그런 영상을 올리고 또 그 밑에 후기를 단다는 말이에요. 한 사이트당 회원만 70만 명입니다.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우리가 어떤 포털사이트에 악성댓글을 단다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러면 모든 네티즌들 다 잡아넣어야 되는 거죠?

▷ 김경래 : 그런 전반적으로 여성 차별적인 여성 혐오적인 그런 문화들을 바꾸어야 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면? 그게 너무 본질적인 얘기라서.

▶ 이나영 : 그렇죠. 본질적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지금부터라도... 물론 당위적인 대책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예를 들어 혐오범죄나 증오발화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이것이 이렇게 혐오범죄인지, 이게 어떤 것이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남성에 대해서 비판했을 때와 여성에 대해서 비판했을 때 똑같은 혹은 훨씬 더 남성에 대한 비판이 무거운 벌을 받기 쉽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성의 몸을 불법촬영한 동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돌아다니고 실제 아동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유포한 자도 집행유예를 받는데, 남자의 몸을 하나만 단톡방에 올려도 실형을 삽니다. 남자의 몸을 찍은 것은 사실상 어떤 포르노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지 않아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왜?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여성 연예인이나 여성들의 몸은 하나만 올라가도 수십만 명이 댓글을 달고 클릭을 합니다. 돈이 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본다는 뜻이죠. 이런 일에는 남자 판사들이 혹은 남자 경찰 혹은 검찰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심지어 무죄를 때린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여성들이 만약에 이런 상태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생겼다. 댓글을 규정하는 어떤 법이 생겼다고 할 때 어떤 댓글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 김경래 : 댓글 규제 이런 것들은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건 굉장히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다.

▶ 이나영 : 맞습니다.

▷ 김경래 : 본질적으로 문화를 바꾸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 그게 참...

▶ 이나영 : 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남성이 성찰해야 되는 거죠. 보통 여성혐오에 대해서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남성의 일상이 여성혐오입니다. 여성에 대한 심오한 편견,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이런 것들이 일상에서 일어나는데,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걸 스스로가 남성들이 이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그만두지 않는 한, 지금 우리가 얘기한 모든 대책들은 일시적이라는 거예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이것을 들으시는 분들 아마 청취자분들 중에 남성분들이 듣기에 조금 불편하셨을 수는 있어요. 하지 성찰을 해보자, 지금 현재 문화를 우리가 얼마만큼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지, 이 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나영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님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