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가 먼저다”…위안부 할머니들이 ‘문희상 안’에 성낸 까닭은?

입력 2019.11.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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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안(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안인데, 한·일 양국 정부와 양국 기업, 또 양국 국민이 모두 참여해 하나의 자발적인 기금을 만들자, 그래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대신 변제하자, 이런 내용입니다. 문 의장은 곧 관련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27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강제징용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이 열었습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국회 앞에서 ‘문희상 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국회 앞에서 ‘문희상 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문희상 안'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해"

첫 발언자는 징용 피해자 분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였습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문희상 안이 뭔지 모른다, 원고(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안'이 어떤지 설명하고,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청와대 쪽에서 전화를 걸어 와 '(국회의장실과 피해자 측이) 만났냐, 합의했냐, 이런 절차가 진행되고 있냐'"고 물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절차를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이 사실을 한국 외교부·청와대는 모르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도 "문 의장이 일본 대학에서 먼저 '문희상 안'에 대해 메시지를 흘리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면서 "얼마나 피해자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지 느껴진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정치권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건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회견에선 '한 달 안에 끝내려는 거냐'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 달'은, 다음 달 말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부가 외교 일정만 고려해, 법안 통과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피해자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옥선 할머니 "사죄가 먼저다"

'문희상 안'의 핵심은 자발적인 출연금입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일본이 강제로 내는 돈이 아니라, 자발적 성금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가장 중요한 '사죄'가 빠졌다고 반발했습니다.

몸이 안 좋아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이옥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메시지를 통해 이 부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첫째, 일단 사죄가 먼저다. 둘째, 배상은 일본 정부가 해야지 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성)한 돈은 일절 못 받는다. 돌려줘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현장에선 '문희상 안'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방식이 비슷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피해자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된 방식을 현 정부가 반복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문희상 안' 관건은 피해자 설득...이걸로 한 풀릴까?

문 의장은 피해자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한일관계가 어려운데, (강제동원 등) 피해자들만 피해자가 아니지 않나, 한일관계 어려워 한국과 일본에서 경제갈등으로 한국 국민들의 피해를 고려하면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는데요,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한 지 어느새 28년. 수요집회는 1400회를 훌쩍 넘겼고, 대법원에서는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의 한을 풀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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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18:23:01
    취재K
'문희상 안(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안인데, 한·일 양국 정부와 양국 기업, 또 양국 국민이 모두 참여해 하나의 자발적인 기금을 만들자, 그래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대신 변제하자, 이런 내용입니다. 문 의장은 곧 관련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27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강제징용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이 열었습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국회 앞에서 ‘문희상 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문희상 안'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해"

첫 발언자는 징용 피해자 분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였습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문희상 안이 뭔지 모른다, 원고(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안'이 어떤지 설명하고,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청와대 쪽에서 전화를 걸어 와 '(국회의장실과 피해자 측이) 만났냐, 합의했냐, 이런 절차가 진행되고 있냐'"고 물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절차를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이 사실을 한국 외교부·청와대는 모르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도 "문 의장이 일본 대학에서 먼저 '문희상 안'에 대해 메시지를 흘리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면서 "얼마나 피해자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지 느껴진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정치권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건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회견에선 '한 달 안에 끝내려는 거냐'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 달'은, 다음 달 말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부가 외교 일정만 고려해, 법안 통과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피해자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옥선 할머니 "사죄가 먼저다"

'문희상 안'의 핵심은 자발적인 출연금입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일본이 강제로 내는 돈이 아니라, 자발적 성금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가장 중요한 '사죄'가 빠졌다고 반발했습니다.

몸이 안 좋아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이옥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메시지를 통해 이 부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첫째, 일단 사죄가 먼저다. 둘째, 배상은 일본 정부가 해야지 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성)한 돈은 일절 못 받는다. 돌려줘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현장에선 '문희상 안'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방식이 비슷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피해자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된 방식을 현 정부가 반복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문희상 안' 관건은 피해자 설득...이걸로 한 풀릴까?

문 의장은 피해자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한일관계가 어려운데, (강제동원 등) 피해자들만 피해자가 아니지 않나, 한일관계 어려워 한국과 일본에서 경제갈등으로 한국 국민들의 피해를 고려하면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는데요,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한 지 어느새 28년. 수요집회는 1400회를 훌쩍 넘겼고, 대법원에서는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의 한을 풀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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