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호주 산불·먼지폭풍…최악 기후 재난

입력 2019.11.27 (20:39) 수정 2019.11.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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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구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후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겼는데요.

호주 전역이 지금 대형 산불과 연무로 씨름하면서 기후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유석조 특파원! 호주 현지상황,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시드니 시내가 뉴사우스웨일스 산불 때문에 온통 연기로 뒤덮였는데요.

어제 오후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몰아쳐서 7만 5천여 가정과 사업장이 정전 사태를 겪었고 한때 전철운행도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시민 피해만 키웠을 뿐 비의 양이 많지 않아서 산불 진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달 초 호주 남동부지역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요.

당국이 천 명이 넘는 소방인력을 투입했지만 산불진압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산불로 6명이 숨지고 가옥 570여 채가 불탔고요,

호주 정부는 지난 1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2주 넘게 계속되는 산불 때문에 시드니 도심은 매캐한 연무에 휩싸였습니다.

산불연기가 스카이라인도 모두 삼켜버렸습니다.

[시드니 시민 : "우리가 본 것 중 최악이에요.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시드니 시민 : "정말 끔찍해요. 숨쉬기가 힘들어요.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지난 21일 빅토리아주 밀두라에는 오렌지색 먼지폭풍이 덮치면서 도시기능이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소나기가 내리면서 단비를 반기는 소방대원들의 영상이 화제였는데요.

잠시 소강상태일 뿐 고온 건조한 강풍을 동반한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어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일부 화재가 한 소방대원의 방화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19살 의용 소방대원이 7차례나 불을 낸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앵커]

산불 속에서 구조된 코알라가 결국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는데요?

[기자]

네, 호주 남동부를 강타한 최악의 산불사태로 시민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 한 여성이 코알라를 품에 안고 구조하는 모습인데요.

구조된 코알라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화상이 심각했고요,

상태가 개선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의료진이 안락사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주 코알라 재단은 이번 산불로 코알라가 천 마리 이상 죽었고, 서식지도 80%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호주의 마스코트로 꼽히는 야생동물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상태’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능적 멸종상태'란 살아남은 일부 코알라가 번식을 하더라도 개체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에 장기적, 독자적 생존 가능성이 매주 낮다는 뜻입니다.

코알라의 멸종위기에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호주에서는 2016년에 발의됐던 ‘코알라 보호법’을 서둘러 제정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호주가 기후 재난에 특히 취약한 이유가 있다구요?

[기자]

네, 기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곳 중 가장 건조한 지역이고 때문에 선진국 중에서도 지구 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기 때문에 온난화 정책에 미온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석탄 산업이 발달한 퀸즐랜드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이 스콧 총리의 지지기반이기도 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규제 정책은 늘 호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현 호주 정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엄격한 환경규제가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간과한다면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국제 기후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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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20:34:52
    • 수정2019-11-27 20:53:28
    글로벌24
[앵커]

지구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후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겼는데요.

호주 전역이 지금 대형 산불과 연무로 씨름하면서 기후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유석조 특파원! 호주 현지상황,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시드니 시내가 뉴사우스웨일스 산불 때문에 온통 연기로 뒤덮였는데요.

어제 오후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몰아쳐서 7만 5천여 가정과 사업장이 정전 사태를 겪었고 한때 전철운행도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시민 피해만 키웠을 뿐 비의 양이 많지 않아서 산불 진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달 초 호주 남동부지역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요.

당국이 천 명이 넘는 소방인력을 투입했지만 산불진압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산불로 6명이 숨지고 가옥 570여 채가 불탔고요,

호주 정부는 지난 1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2주 넘게 계속되는 산불 때문에 시드니 도심은 매캐한 연무에 휩싸였습니다.

산불연기가 스카이라인도 모두 삼켜버렸습니다.

[시드니 시민 : "우리가 본 것 중 최악이에요.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시드니 시민 : "정말 끔찍해요. 숨쉬기가 힘들어요.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지난 21일 빅토리아주 밀두라에는 오렌지색 먼지폭풍이 덮치면서 도시기능이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소나기가 내리면서 단비를 반기는 소방대원들의 영상이 화제였는데요.

잠시 소강상태일 뿐 고온 건조한 강풍을 동반한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어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일부 화재가 한 소방대원의 방화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19살 의용 소방대원이 7차례나 불을 낸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앵커]

산불 속에서 구조된 코알라가 결국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는데요?

[기자]

네, 호주 남동부를 강타한 최악의 산불사태로 시민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 한 여성이 코알라를 품에 안고 구조하는 모습인데요.

구조된 코알라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화상이 심각했고요,

상태가 개선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의료진이 안락사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주 코알라 재단은 이번 산불로 코알라가 천 마리 이상 죽었고, 서식지도 80%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호주의 마스코트로 꼽히는 야생동물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상태’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능적 멸종상태'란 살아남은 일부 코알라가 번식을 하더라도 개체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에 장기적, 독자적 생존 가능성이 매주 낮다는 뜻입니다.

코알라의 멸종위기에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호주에서는 2016년에 발의됐던 ‘코알라 보호법’을 서둘러 제정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호주가 기후 재난에 특히 취약한 이유가 있다구요?

[기자]

네, 기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곳 중 가장 건조한 지역이고 때문에 선진국 중에서도 지구 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기 때문에 온난화 정책에 미온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석탄 산업이 발달한 퀸즐랜드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이 스콧 총리의 지지기반이기도 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규제 정책은 늘 호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현 호주 정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엄격한 환경규제가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간과한다면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국제 기후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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