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신 ‘살 빼는 약’?…구멍 뚫린 의료 시스템

입력 2019.11.27 (21:38) 수정 2019.11.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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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중감량, 다이어트 시장이 커지면서 식욕억제제 처방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식욕억제제에는 마약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 약을 과잉처방한 의원과 대량 구매한 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마약 대용으로 악용하는 건데,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김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욕억제제입니다.

마약 성분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1년 동안 129만 명이나 처방받는 상황.

[옥선명/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식욕억제제는) 뇌 중추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불면이나 불안 증상, 어지럼증, 두통, 심할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발작이나 환청 환각과 같은 위중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식욕억제제를 구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A 씨는 의원 12곳을 돌며, 1년 동안 무려 11년 치 복용할 양을 받아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병원 여러 곳을 돌며 식욕억제제를 과잉 처방받거나 처방전을 위조한 21명을 적발했습니다.

[서지영/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현장대응TF 팀장 : "환자의 처방, 구입 행태와 구입량 등을 봤을 때 본인이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수사 의뢰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비급여 항목인 '식욕억제제'는 주로 내과와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 의원에서 처방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할 경우, 앞서 얼마나 많은 양을 처방받았는지 의사가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몇 달 치를 한꺼번에 과잉 처방하는 의원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이미 사용된 내역을 파악하는 등 대부분 사후 관리에 그쳐 문제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의사가 환자의 앞선 식욕억제제 처방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어서, 실제 얼마나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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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대신 ‘살 빼는 약’?…구멍 뚫린 의료 시스템
    • 입력 2019-11-27 21:39:35
    • 수정2019-11-27 21:49:43
    뉴스9(경인)
[앵커]

체중감량, 다이어트 시장이 커지면서 식욕억제제 처방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식욕억제제에는 마약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 약을 과잉처방한 의원과 대량 구매한 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마약 대용으로 악용하는 건데,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김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욕억제제입니다.

마약 성분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1년 동안 129만 명이나 처방받는 상황.

[옥선명/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식욕억제제는) 뇌 중추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불면이나 불안 증상, 어지럼증, 두통, 심할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발작이나 환청 환각과 같은 위중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식욕억제제를 구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A 씨는 의원 12곳을 돌며, 1년 동안 무려 11년 치 복용할 양을 받아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병원 여러 곳을 돌며 식욕억제제를 과잉 처방받거나 처방전을 위조한 21명을 적발했습니다.

[서지영/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현장대응TF 팀장 : "환자의 처방, 구입 행태와 구입량 등을 봤을 때 본인이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수사 의뢰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비급여 항목인 '식욕억제제'는 주로 내과와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 의원에서 처방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할 경우, 앞서 얼마나 많은 양을 처방받았는지 의사가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몇 달 치를 한꺼번에 과잉 처방하는 의원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이미 사용된 내역을 파악하는 등 대부분 사후 관리에 그쳐 문제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의사가 환자의 앞선 식욕억제제 처방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어서, 실제 얼마나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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