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에 무릎 꿇고 “도와주세요 대표님”

입력 2019.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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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권력 남용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오늘(28일) 국회에서 국가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44),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 곽정례(79)씨 등 3명은 오늘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을 찾아 "나 원내대표님 얼굴 한 번 뵙고 법안 처리를 부탁하러 왔다"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한 씨는 14살이던 1984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3년간 감금되는 피해를 당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동행한 곽 씨는 6·25 당시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서 인민군으로 위장한 경찰들이 민간인 35명을 학살한 '나주부대 학살사건' 피해자 유족입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저한테 그러시지 마시고"

"한 번만 봐주십시오. 너무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대표님."

이들은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나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형제복지원 노숙농성 2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1인 시위 2년 끝에 야당 원내대표를 처음 만난 겁니다. 나 원내대표는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인사한 뒤, "협의 중인데, 정리가 안 된 사항이 있고 행안위에서 (민주당이) 일방 통과를 시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자리를 이동하려 하자, 피해자들은 무릎을 꿇고 길을 막아섰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함께 몸을 낮췄지만, "저한테만 그러시지 말고, 민주당에 가서 법적 문제 있는 부분을 빼 달라고 요구하라"는 답변을 반복하다 국회 방호원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빠져나갔습니다.

피해자들은 국회 본관 출입구까지 오열하며 나 원내대표를 따라갔습니다. 추가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국회를 떠나는 나 원내대표의 차량을 내려다보며, 곽 씨는 "이게 나라냐"라고 울부짖었습니다. 허락된 면담 시간은 5분이었습니다.

곽 씨는 올해 5월에도 6·25전쟁 유족과 함께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 회의장을 기습 방문해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당시에도 의결은 무산됐습니다.

여야 이견 여전…19대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무산?

반년 뒤인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불참 속에 과거사법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했으나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해 어제(27일) 법사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내일(29일) 법사위 처리 안건에서도 제외돼, 이번 정기국회 안에 본회의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상규명 권한을 가지는 과거사위원회 정수와 위원 구성방식을 둘러싸고 여야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15인으로 예정된 조사위원 정수를 9인으로 줄이고, 위원 후보를 여야 동수로 추천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사위에 오른 과거사법을 행안위로 돌려보내 여야가 다시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과거사법이 통과되면 한국전쟁 학살 피해, 형제복지원 인권유린뿐 아니라 소년 수용소 '선감학원', 극빈층 주민을 간척사업에 동원한 서산개척단 등 공권력의 부당한 인권 침해를 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이라도, 위원회 의결로 다시 진실규명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한국당 요구사항 대폭 수용하겠다"…한국당 "날치기"

국회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법이 천신만고 끝에 행안위를 통과했지만, 계속되는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에 본회의에 올라오지 못한 채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면서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폭력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이제라도 응답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사법이 행안위에서 처리된 직후인 23일, 한국당 행안위 위원들은 "날치기 처리"라며 "민주당은 한국당의 합리적 제안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과 야당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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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에 무릎 꿇고 “도와주세요 대표님”
    • 입력 2019-11-28 18:31:18
    취재K
과거 공권력 남용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오늘(28일) 국회에서 국가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44),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 곽정례(79)씨 등 3명은 오늘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을 찾아 "나 원내대표님 얼굴 한 번 뵙고 법안 처리를 부탁하러 왔다"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한 씨는 14살이던 1984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3년간 감금되는 피해를 당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동행한 곽 씨는 6·25 당시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서 인민군으로 위장한 경찰들이 민간인 35명을 학살한 '나주부대 학살사건' 피해자 유족입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저한테 그러시지 마시고"

"한 번만 봐주십시오. 너무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대표님."

이들은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나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형제복지원 노숙농성 2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1인 시위 2년 끝에 야당 원내대표를 처음 만난 겁니다. 나 원내대표는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인사한 뒤, "협의 중인데, 정리가 안 된 사항이 있고 행안위에서 (민주당이) 일방 통과를 시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자리를 이동하려 하자, 피해자들은 무릎을 꿇고 길을 막아섰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함께 몸을 낮췄지만, "저한테만 그러시지 말고, 민주당에 가서 법적 문제 있는 부분을 빼 달라고 요구하라"는 답변을 반복하다 국회 방호원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빠져나갔습니다.

피해자들은 국회 본관 출입구까지 오열하며 나 원내대표를 따라갔습니다. 추가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국회를 떠나는 나 원내대표의 차량을 내려다보며, 곽 씨는 "이게 나라냐"라고 울부짖었습니다. 허락된 면담 시간은 5분이었습니다.

곽 씨는 올해 5월에도 6·25전쟁 유족과 함께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 회의장을 기습 방문해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당시에도 의결은 무산됐습니다.

여야 이견 여전…19대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무산?

반년 뒤인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불참 속에 과거사법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했으나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해 어제(27일) 법사위 안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내일(29일) 법사위 처리 안건에서도 제외돼, 이번 정기국회 안에 본회의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상규명 권한을 가지는 과거사위원회 정수와 위원 구성방식을 둘러싸고 여야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15인으로 예정된 조사위원 정수를 9인으로 줄이고, 위원 후보를 여야 동수로 추천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사위에 오른 과거사법을 행안위로 돌려보내 여야가 다시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과거사법이 통과되면 한국전쟁 학살 피해, 형제복지원 인권유린뿐 아니라 소년 수용소 '선감학원', 극빈층 주민을 간척사업에 동원한 서산개척단 등 공권력의 부당한 인권 침해를 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이라도, 위원회 의결로 다시 진실규명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한국당 요구사항 대폭 수용하겠다"…한국당 "날치기"

국회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법이 천신만고 끝에 행안위를 통과했지만, 계속되는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에 본회의에 올라오지 못한 채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면서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폭력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이제라도 응답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사법이 행안위에서 처리된 직후인 23일, 한국당 행안위 위원들은 "날치기 처리"라며 "민주당은 한국당의 합리적 제안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과 야당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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