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고층 아파트에 사십니까?” 심장마비 오면 생존율 절반↓

입력 2019.11.29 (08:38) 수정 2019.11.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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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분들, 굉장히 많으실 텐데요.

그런데 갑작스레 고층에서 심장마비라도 오면 저층에 사는 사람에 비해 생존율은 물론 생존해도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심장마비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저층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먼저 어떤 연구 내용인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고층 건물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저층과 비교해 생존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겁니다.

고층일수록 응급의료작동시간이 지연될뿐더러 건물 내 자동심장충격기 미비 같은 응급상황 대비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한림의대 연구팀이 한국심정지 컨소시엄 자료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병원이 아닌 일반 건물 안에서 심정지가 온 환자 천 5백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1~2층 저층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과 3층 이상 고층에 발생한 사람을 나눠 생존율 등을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저층에서 심장마비가 온 경우 생존율이 17%였지만 고층에선 8%에 불과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심폐소생술 이후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될 확률은 저층이 11%인 반면 고층은 5%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확실히 층수에 따른 영향이 있는 건데, 높을수록 구조가 더 늦어진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사실 심정지 상황에선 1분 경과할 때마다 생존율이 7~10%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생존율에 영향을 끼친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층수에 따른 응급의료작동시간을 추가 분석했습니다.

119전화부터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응급의료반응' 시간은 저층의 경우 5~9분이 걸렸지만 고층에선 6~10분으로 약 1분 정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해 응급처치하고 떠나기 직전까지 '응급의료 현장 체류' 시간도 저층에 비해 고층에서 약 4분 정도 지연됐습니다.

[앵커]

결국, 저층과 고층의 차이는 수직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입니다.

구급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타고 올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이동 중에도 심장이 멎은 환자를 누운 채로 계속 가슴 압박을 해야 하는데요.

엘리베이터 크기가 작다보니 환자를 이동할 카트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위아래로 이동하는 동안은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평소라면 내려가는데 1~2분이 별거 아니겠지만, 응급상황에선 환자의 뇌로 피가 공급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고층건물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없는 곳이 많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는데요.

실제로 이번 심정지 환자 분석에서도 저층의 경우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비율이 2.1%인 반면 고층에선 0.2%에 불과했습니다.

%로 보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고층에선 654명 중 단 1명만이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겁니다.

전체적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이용률이 낮은 점과 건물 내 자동심장충격기가 아예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은 심정지 시 생존율을 낮추는데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땅이 작아 고층 건물은 계속 늘어날 것 같은데요.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인구수로 세계 27위지만 땅 면적으로 107위에 해당합니다.

단위면적당 인구수가 많은 국가입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고층 건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데 이 중 15층 이상 고층 건물의 비율은 73%에 달합니다.

이런 점을 미뤄보면 앞으로 고층에서 발생하는 심정지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건물 또는 아파트 단지 내 자동심장충격기 설치를 비롯해 건물 관리인력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한, 119구급대가 화재 등 고층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처럼 고층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앞으로 신설되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설계부터 응급 카트가 들어갈 수 있는 구급용 엘리베이터를 지정하는 등 고층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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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건강 톡톡] “고층 아파트에 사십니까?” 심장마비 오면 생존율 절반↓
    • 입력 2019-11-29 08:42:37
    • 수정2019-11-29 0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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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분들, 굉장히 많으실 텐데요.

그런데 갑작스레 고층에서 심장마비라도 오면 저층에 사는 사람에 비해 생존율은 물론 생존해도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심장마비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저층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먼저 어떤 연구 내용인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고층 건물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저층과 비교해 생존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겁니다.

고층일수록 응급의료작동시간이 지연될뿐더러 건물 내 자동심장충격기 미비 같은 응급상황 대비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한림의대 연구팀이 한국심정지 컨소시엄 자료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병원이 아닌 일반 건물 안에서 심정지가 온 환자 천 5백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1~2층 저층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과 3층 이상 고층에 발생한 사람을 나눠 생존율 등을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저층에서 심장마비가 온 경우 생존율이 17%였지만 고층에선 8%에 불과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심폐소생술 이후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될 확률은 저층이 11%인 반면 고층은 5%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확실히 층수에 따른 영향이 있는 건데, 높을수록 구조가 더 늦어진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사실 심정지 상황에선 1분 경과할 때마다 생존율이 7~10%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생존율에 영향을 끼친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층수에 따른 응급의료작동시간을 추가 분석했습니다.

119전화부터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응급의료반응' 시간은 저층의 경우 5~9분이 걸렸지만 고층에선 6~10분으로 약 1분 정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해 응급처치하고 떠나기 직전까지 '응급의료 현장 체류' 시간도 저층에 비해 고층에서 약 4분 정도 지연됐습니다.

[앵커]

결국, 저층과 고층의 차이는 수직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입니다.

구급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타고 올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이동 중에도 심장이 멎은 환자를 누운 채로 계속 가슴 압박을 해야 하는데요.

엘리베이터 크기가 작다보니 환자를 이동할 카트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위아래로 이동하는 동안은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평소라면 내려가는데 1~2분이 별거 아니겠지만, 응급상황에선 환자의 뇌로 피가 공급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고층건물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없는 곳이 많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는데요.

실제로 이번 심정지 환자 분석에서도 저층의 경우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비율이 2.1%인 반면 고층에선 0.2%에 불과했습니다.

%로 보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고층에선 654명 중 단 1명만이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한 겁니다.

전체적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이용률이 낮은 점과 건물 내 자동심장충격기가 아예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은 심정지 시 생존율을 낮추는데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땅이 작아 고층 건물은 계속 늘어날 것 같은데요.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인구수로 세계 27위지만 땅 면적으로 107위에 해당합니다.

단위면적당 인구수가 많은 국가입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고층 건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데 이 중 15층 이상 고층 건물의 비율은 73%에 달합니다.

이런 점을 미뤄보면 앞으로 고층에서 발생하는 심정지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건물 또는 아파트 단지 내 자동심장충격기 설치를 비롯해 건물 관리인력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한, 119구급대가 화재 등 고층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처럼 고층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앞으로 신설되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설계부터 응급 카트가 들어갈 수 있는 구급용 엘리베이터를 지정하는 등 고층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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