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도 간격도 제각각…시각장애인 울리는 ‘엉터리 점자’

입력 2019.12.02 (07:35) 수정 2019.12.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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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만져보고도 그 뜻을 알기 어렵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실제로 대중교통이나 식품, 의약품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식별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요.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계단 앞, 시각장애인 김혜일 씨가 손잡이에 새겨진 점자를 만지고 또 만집니다.

점과 점 사이가 너무 가까워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간 간격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게 선을 그어 놓은 건지 점자를 해 놓은 건지..."]

대합실의 '실'을 나타내야 할 이 점자는 점 간격이 기준보다 좁아 '욘'이라는 글자로 엉뚱하게 해석됩니다.

지하철 안전문에 붙은 점자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김혜일/시각장애인 : "한쪽은 점자가 익숙한 느낌의 작은 점자였고 다른 한쪽은 크고 그래서 되게 낯설다 이게 점자가 맞나?"]

점자의 끝은 둥근 돔 형태로, 점 간격이 2.5mm 글자 간격이 7mm 높이 0.6~0.7mm로 만들도록 장애인단체는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 규격이 아니어서 안 지켜도 그만입니다.

서울 주민센터 25곳의 점자 표지판 270개를 조사해 보니, 90% 이상이 권고한 점자 규격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식품과 약품 포장지 점자도 마찬가집니다.

이 약 상자의 점자는 너무 밋밋해 만지기 힘들고, 이 음료수 캔은 점자가 찍힌 공간이 좁은 탓에 둥근 테두리에 손끝이 걸립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 "손가락을 수평으로 해서 읽어야 잘 읽혀지는데 이 제품은 이렇게 세워서 점자를 읽어야 되거든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점자의 규격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점자 표준 규격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관련 연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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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07:37:43
    • 수정2019-12-02 07: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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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만져보고도 그 뜻을 알기 어렵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실제로 대중교통이나 식품, 의약품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식별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요.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계단 앞, 시각장애인 김혜일 씨가 손잡이에 새겨진 점자를 만지고 또 만집니다.

점과 점 사이가 너무 가까워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간 간격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게 선을 그어 놓은 건지 점자를 해 놓은 건지..."]

대합실의 '실'을 나타내야 할 이 점자는 점 간격이 기준보다 좁아 '욘'이라는 글자로 엉뚱하게 해석됩니다.

지하철 안전문에 붙은 점자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김혜일/시각장애인 : "한쪽은 점자가 익숙한 느낌의 작은 점자였고 다른 한쪽은 크고 그래서 되게 낯설다 이게 점자가 맞나?"]

점자의 끝은 둥근 돔 형태로, 점 간격이 2.5mm 글자 간격이 7mm 높이 0.6~0.7mm로 만들도록 장애인단체는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 규격이 아니어서 안 지켜도 그만입니다.

서울 주민센터 25곳의 점자 표지판 270개를 조사해 보니, 90% 이상이 권고한 점자 규격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식품과 약품 포장지 점자도 마찬가집니다.

이 약 상자의 점자는 너무 밋밋해 만지기 힘들고, 이 음료수 캔은 점자가 찍힌 공간이 좁은 탓에 둥근 테두리에 손끝이 걸립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 "손가락을 수평으로 해서 읽어야 잘 읽혀지는데 이 제품은 이렇게 세워서 점자를 읽어야 되거든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점자의 규격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점자 표준 규격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관련 연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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