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부쩍 늘어나는 부고, 주범은 한파?

입력 2019.12.02 (14:00) 수정 2019.12.02 (14: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겨울철만 되면 유난히 부고가 자주 들려오는 것 같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아마도 추위를 원인으로 떠올리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딜 가나 난방이 빵빵한 요즘 세상에 '추위가 설마 사람 목숨을 좌우할까?' 하는 의심도 드실 겁니다.

정말 겨울철에는 추위 때문에 부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 걸까요? 최근 통계와 연구 자료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월별 사망자 통계 확인해 보니…겨울철이 최다


먼저 사망자 수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5년간의 월별 사망자 수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1월이 평균 2만 6천61명으로 1년 중 가장 많았고, 12월이 2만 5천279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2월은 날짜 수가 적은 탓에 순위가 조금 뒤로 밀렸지만, 겨울철에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5~14% 정도 높아 겨울철 사망자 수가 확연히 많았습니다.

다만, 겨울철에 사망자 수가 많다고 추위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겨울철에만 나타나는 또 다른 요소가 사망자 수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파와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한파가 밀려오면 사망자 수는 얼마나 늘어날까?

1991~2010년 6대 대도시 기준 한파가 지나간 후 7일간의 초과사망률(%) 변화1991~2010년 6대 대도시 기준 한파가 지나간 후 7일간의 초과사망률(%) 변화

국립기상과학원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등 6대 광역 도시를 기준으로 한파가 지난 뒤 일주일간 초과 사망률의 변화를 조사한 자료입니다. 초과 사망은 특정한 원인이 작용해서 통상의 수준을 넘어서 일어나는 사망을 말하는데요. 위의 자료는 사고 등의 원인을 제외하고 질병에 의한 초과 사망률 변화를 살펴본 결과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파는 겨울철 최저기온 빈도로 하위 6% 이하에 해당되는 날로, 서울의 경우 영하 8.2도 이하인 날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파가 지난 하루 뒤 모든 연령대의 초과 사망률은 7.1%,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11.6%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하루에 고령자 100명이 숨진다면 한파가 닥친 다음 날에는 111.6명으로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파가 남긴 영향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날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기는 했지만, 조사 기간 마지막 날인 7일 뒤까지 평소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시행한 이대근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는 "한파의 건강 영향은 고령자에게 더 강하게 지속되는데 특히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는 한파가 나타난 5일 후에, 독감 등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은 한파 3일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한파 때 받은 한랭 스트레스가 수일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1월 사망자 사상 최다…주범은 한파?

그렇다면 같은 겨울이어도 추운 해에는 사망자 수가 더 많을까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2018년) 1월 전국의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 3만 1천550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는 탓에 해마다 사망자 수 기록이 경신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1월의 이 기록은 그래도 조금 특별합니다. 전년(2017년) 1월보다 1년 새 무려 22%나 급증한 건데요. 올해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통계청이 사망자 수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한파'입니다. 지난해 1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밑돈 한파 일수는 총 7일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 1월 서울의 한파 일수가 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는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올해 1월 사망자 수는 지난해보다 15% 정도 급감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세먼지입니다. 요즘 '삼한사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추위가 지나고 날이 풀리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현상이 일상적인데요. 그만큼 기온과 미세먼지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미세먼지보다 추운 게 낫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의 기록만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월은 추위가 심하고 상대적으로 미세먼지는 덜했지만, 올해 1월은 포근한 가운데 미세먼지가 극성이었는데요. 사망자 수는 보시는 것처럼 지난해 1월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한파가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셈입니다. 다만 미세먼지는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우리 몸에 훨씬 해로운 만큼 위 결과만으로 '추운 것보다 미세먼지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파 영향예보' 실시…취약 계층 지원 정책도 필요

이렇듯 한파는 여전히 우리 목숨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체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 시설물과 에너지 산업 등 사회 다양한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동안 기상청은 한파에 대해 모든 지역에 같은 기온 기준으로 주의보, 경보의 2단계 특보만을 제공해 왔습니다. 내일(3일)부터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한파의 영향을 '관심-주의-경고-위험'의 4단계로 구분하는 '한파 영향예보'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기상 예보의 확대만으로 한파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겠죠. 열악한 시설에서 난방비 부담 때문에 힘겨운 겨울을 나는 이웃들을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할 일입니다.

앞선 연구에서 한파에 더 취약한 사람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고령자와 뇌심혈관, 호흡기 질환자입니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취약 계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대비와 함께 요즘 세상에도 추위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겨울철 부쩍 늘어나는 부고, 주범은 한파?
    • 입력 2019-12-02 14:00:45
    • 수정2019-12-02 14:01:30
    취재K
겨울철만 되면 유난히 부고가 자주 들려오는 것 같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아마도 추위를 원인으로 떠올리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딜 가나 난방이 빵빵한 요즘 세상에 '추위가 설마 사람 목숨을 좌우할까?' 하는 의심도 드실 겁니다.

정말 겨울철에는 추위 때문에 부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 걸까요? 최근 통계와 연구 자료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월별 사망자 통계 확인해 보니…겨울철이 최다


먼저 사망자 수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5년간의 월별 사망자 수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1월이 평균 2만 6천61명으로 1년 중 가장 많았고, 12월이 2만 5천279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2월은 날짜 수가 적은 탓에 순위가 조금 뒤로 밀렸지만, 겨울철에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5~14% 정도 높아 겨울철 사망자 수가 확연히 많았습니다.

다만, 겨울철에 사망자 수가 많다고 추위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겨울철에만 나타나는 또 다른 요소가 사망자 수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파와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한파가 밀려오면 사망자 수는 얼마나 늘어날까?

1991~2010년 6대 대도시 기준 한파가 지나간 후 7일간의 초과사망률(%) 변화
국립기상과학원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등 6대 광역 도시를 기준으로 한파가 지난 뒤 일주일간 초과 사망률의 변화를 조사한 자료입니다. 초과 사망은 특정한 원인이 작용해서 통상의 수준을 넘어서 일어나는 사망을 말하는데요. 위의 자료는 사고 등의 원인을 제외하고 질병에 의한 초과 사망률 변화를 살펴본 결과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파는 겨울철 최저기온 빈도로 하위 6% 이하에 해당되는 날로, 서울의 경우 영하 8.2도 이하인 날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파가 지난 하루 뒤 모든 연령대의 초과 사망률은 7.1%,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11.6%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하루에 고령자 100명이 숨진다면 한파가 닥친 다음 날에는 111.6명으로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파가 남긴 영향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날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기는 했지만, 조사 기간 마지막 날인 7일 뒤까지 평소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시행한 이대근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는 "한파의 건강 영향은 고령자에게 더 강하게 지속되는데 특히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는 한파가 나타난 5일 후에, 독감 등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은 한파 3일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한파 때 받은 한랭 스트레스가 수일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1월 사망자 사상 최다…주범은 한파?

그렇다면 같은 겨울이어도 추운 해에는 사망자 수가 더 많을까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2018년) 1월 전국의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 3만 1천550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는 탓에 해마다 사망자 수 기록이 경신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1월의 이 기록은 그래도 조금 특별합니다. 전년(2017년) 1월보다 1년 새 무려 22%나 급증한 건데요. 올해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통계청이 사망자 수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한파'입니다. 지난해 1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밑돈 한파 일수는 총 7일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 1월 서울의 한파 일수가 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는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올해 1월 사망자 수는 지난해보다 15% 정도 급감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세먼지입니다. 요즘 '삼한사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추위가 지나고 날이 풀리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현상이 일상적인데요. 그만큼 기온과 미세먼지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미세먼지보다 추운 게 낫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의 기록만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월은 추위가 심하고 상대적으로 미세먼지는 덜했지만, 올해 1월은 포근한 가운데 미세먼지가 극성이었는데요. 사망자 수는 보시는 것처럼 지난해 1월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한파가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셈입니다. 다만 미세먼지는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우리 몸에 훨씬 해로운 만큼 위 결과만으로 '추운 것보다 미세먼지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파 영향예보' 실시…취약 계층 지원 정책도 필요

이렇듯 한파는 여전히 우리 목숨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체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 시설물과 에너지 산업 등 사회 다양한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동안 기상청은 한파에 대해 모든 지역에 같은 기온 기준으로 주의보, 경보의 2단계 특보만을 제공해 왔습니다. 내일(3일)부터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한파의 영향을 '관심-주의-경고-위험'의 4단계로 구분하는 '한파 영향예보'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기상 예보의 확대만으로 한파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겠죠. 열악한 시설에서 난방비 부담 때문에 힘겨운 겨울을 나는 이웃들을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할 일입니다.

앞선 연구에서 한파에 더 취약한 사람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고령자와 뇌심혈관, 호흡기 질환자입니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취약 계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대비와 함께 요즘 세상에도 추위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