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의 ‘두 얼굴’

입력 2019.12.03 (08:13) 수정 2019.12.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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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입니다.

이 영화가 그려낸 사회에서는 신분증이 필요 없습니다.

얼굴 인식만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섭니다.

심지어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개별 신원도 정확히 식별합니다.

전광판에 설치된 기기가 그 사람의 얼굴과 홍채 정보를 읽어내는 까닭입니다.

2054년의 미래 사회를 상상한 내용이지만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단연 중국입니다.

자, 지하철에 딱 도착했는데, 지갑을 깜박 두고 와서 당황한 경험 있으신가요?

중국에서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주는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개표구 앞에 다가가서 화면을 바라보면 순식간에 문이 '띠링'하고 열립니다.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한 건데요.

승객의 신원과 승하차 지점까지 인식해 요금을 앱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중국은 범죄자를 잡아내는데도 안면 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추셉니다.

지난해 12월 홍콩 유명가수 겸 배우인 장쉐여우의 중국 콘서트에서는 수십 명이 체포돼 화제가 됐습니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던 지명 수배자들이 행사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에 딱 걸린 겁니다.

이 영상도 잠시 보실까요.

지난 1월 상하이의 한 고속도로 검문소인데요,

화장실을 가려던 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남자친구를 살해한 뒤 17년 간 도망다녔지만 검문소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루천후이/검문소 교통경찰 : "만약 인식된 이미지와 도주 중인 범인의 데이터가 일치한다면 경보장치가 작동됩니다."]

이렇게 요모조모 재미를 본 때문인지 중국 정부, 앞으로 휴대전화 개통할 때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새 규정에 대해 중국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은 '신규 이용자의 정면 모습은 물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모습까지 촬영해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는 휴대전화 개통할 때 신분증 사본만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얼굴 스캔도 받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에서 휴대전화 쓰려면 먼저 자신의 얼굴 정보부터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인공지능,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시스템 도입에 나섰습니다.

'모든 국민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한다'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습니다.

통째로 화장지를 들고 가는 것을 막겠다며 공중화장실에서도 안면을 인식하기 시작했고요.

이제는 거의 모든 공항과 기차역, 주요 고속도로 등에서 안면 인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2억 대에 달하는 감시 카메라와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됐습니다.

[CCTV 보도 : "(온라인에서) 10위안(1700원)에 팔리는 데이터 모음을 열어보니 사람의 얼굴 사진이 5000여 장 들어 있었습니다."]

페이스 아이디, Face ID.

기술 발달로 얼굴이 신분증인 시댑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도 안면 인식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나라에서는 감시자를 뜻하는 이른바 '빅 브러더'의 출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첫 장에서부터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출현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토커 분별을 위해 공연장에 관객 동의 없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했다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 여론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는 감시 사회의 재현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안면 인식 기술 적용을 제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애런 페스킨/샌프란시스코시 감독관 : "사람들은 거리와 공원 등 공공영역의 모든 면에서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그곳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닙니다."]

최근 중국이 안면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사회 통제 강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곳곳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인 안면 인식 기술 혁신과 인권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기술의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부터 고민이 필요한 듯 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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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면인식의 ‘두 얼굴’
    • 입력 2019-12-03 08:15:54
    • 수정2019-12-03 0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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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입니다.

이 영화가 그려낸 사회에서는 신분증이 필요 없습니다.

얼굴 인식만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섭니다.

심지어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개별 신원도 정확히 식별합니다.

전광판에 설치된 기기가 그 사람의 얼굴과 홍채 정보를 읽어내는 까닭입니다.

2054년의 미래 사회를 상상한 내용이지만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단연 중국입니다.

자, 지하철에 딱 도착했는데, 지갑을 깜박 두고 와서 당황한 경험 있으신가요?

중국에서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주는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개표구 앞에 다가가서 화면을 바라보면 순식간에 문이 '띠링'하고 열립니다.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한 건데요.

승객의 신원과 승하차 지점까지 인식해 요금을 앱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중국은 범죄자를 잡아내는데도 안면 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추셉니다.

지난해 12월 홍콩 유명가수 겸 배우인 장쉐여우의 중국 콘서트에서는 수십 명이 체포돼 화제가 됐습니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던 지명 수배자들이 행사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에 딱 걸린 겁니다.

이 영상도 잠시 보실까요.

지난 1월 상하이의 한 고속도로 검문소인데요,

화장실을 가려던 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남자친구를 살해한 뒤 17년 간 도망다녔지만 검문소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루천후이/검문소 교통경찰 : "만약 인식된 이미지와 도주 중인 범인의 데이터가 일치한다면 경보장치가 작동됩니다."]

이렇게 요모조모 재미를 본 때문인지 중국 정부, 앞으로 휴대전화 개통할 때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새 규정에 대해 중국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은 '신규 이용자의 정면 모습은 물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깜박이는 모습까지 촬영해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는 휴대전화 개통할 때 신분증 사본만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얼굴 스캔도 받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에서 휴대전화 쓰려면 먼저 자신의 얼굴 정보부터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인공지능,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시스템 도입에 나섰습니다.

'모든 국민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한다'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습니다.

통째로 화장지를 들고 가는 것을 막겠다며 공중화장실에서도 안면을 인식하기 시작했고요.

이제는 거의 모든 공항과 기차역, 주요 고속도로 등에서 안면 인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2억 대에 달하는 감시 카메라와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됐습니다.

[CCTV 보도 : "(온라인에서) 10위안(1700원)에 팔리는 데이터 모음을 열어보니 사람의 얼굴 사진이 5000여 장 들어 있었습니다."]

페이스 아이디, Face ID.

기술 발달로 얼굴이 신분증인 시댑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도 안면 인식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나라에서는 감시자를 뜻하는 이른바 '빅 브러더'의 출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첫 장에서부터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출현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토커 분별을 위해 공연장에 관객 동의 없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했다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 여론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는 감시 사회의 재현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안면 인식 기술 적용을 제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애런 페스킨/샌프란시스코시 감독관 : "사람들은 거리와 공원 등 공공영역의 모든 면에서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그곳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닙니다."]

최근 중국이 안면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사회 통제 강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곳곳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인 안면 인식 기술 혁신과 인권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기술의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부터 고민이 필요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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