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배구 청년’ 다우디의 V리그 입성기

입력 2019.12.04 (15:15) 수정 2019.12.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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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원정대의 '삼고초려' 다우디 영입전

남자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개막 후 두 번째 경기 만에 주포 에르난데스가 부상하며 위기를 맞았다.

외국인 공격수의 부재 속에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챔피언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술을 받은 에르난데스의 복귀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팀의 계속되는 패배와 국내 선수들의 체력 문제 등을 고려한 현대캐피탈은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의 시즌도 시작된 터라 쓸 만한 공격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사무국장을 필두로 한 소위 '반지원정대'라 불리는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정예 팀을 해외로 파견한다.

반지원정대의 타겟은 바로 다우디 오켈로. 트라이아웃 당시 최태웅 감독이 에르난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눈여겨본 선수다.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선택받지 못한 오켈로는 터키 배구리그 스포르토토와 계약을 맺고 주공격수로 활약 중인 상태였다.

터키 배구리그 5라운드까지 다우디는 세트당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60%를 달리며 스포르토토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었다.

스포르토토는 주전 공격수 다우디의 이적을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국내 다른 구단들도 다우디의 영입 타진에 나섰지만, 구단 측의 단호한 반대로 포기한 상황.

반지원정대는 구단을 설득하는 대신 방향을 돌려 다우디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주력했다. 터키보다 높은 연봉 보장이 가능한 V리그 상황과 현대캐피탈의 훌륭한 훈련 시설 등을 보여주며 다우디를 설득했다.

결국, 다우디는 협상을 위해 터키까지 날아온 현대캐피탈의 정성에 마음을 움직였고, 현대캐피탈행을 결심했다.

다우디는 직접 소속팀 스포르토토에게도 본인의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고 난색을 보이던 스포르토토도 다우디의 강력한 의지에 못 이겨 이적을 허가했다.

반지원정대의 노력은 곧바로 빛을 발휘했다. 다우디는 지난달 24일 OK저축은행과의 데뷔전부터 22점 맹공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어진 리그 선두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3대0 완승에 1등 공신이 됐다.

비록 지난 주말 대한항공과의 리턴매치에선 비예나에 판정패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다우디와 함께하는 남은 시즌, 반등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다우디는 누구인가?

다우디는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으로, 2016-17시즌 OK저축은행의 모하메드에 이은 프로배구 두 번째 아프리카 국적의 선수다. 유럽과 브라질이 대다수였던 프로배구에 아프리카 출신 다우디는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다우디는 5년 전까진 농구 선수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몸싸움이 잦았고, 상대로부터 가격을 당하기까지 해 농구라는 스포츠에 회의를 느낀 상황.

다우디는 상대와의 신체 접촉이 비교적 적은 배구로 전향을 결심한다. 다우디는 본인의 피지컬과 점프력이 배구라는 스포츠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부터 선발은 아니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고, 결국 기회를 잡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원포인트 블로커 역할을 주로 한 다우디. 높은 점프력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으로 곧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배구선수로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m 3cm, 97kg의 체격에서 나오는 호쾌한 스파이크는 다우디의 주 무기.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배구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토스를 비롯한 기본기와 서브는 보완이 필요한 상황.

"최태웅 감독님은 아버지 같아요"

최태웅 감독은 다우디의 기본기 향상에 주력 중이다. 훈련 중에도 다우디에게 수시로 다가가 토스 자세 등을 교정해 주는 등 다우디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인성도 정말 착한 친구예요. 기본기를 조금만 더 보완하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우디는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중이다.

다우디는 이런 최태웅 감독을 아버지 같다고 표현한다. 자기를 믿고 영입해준 최태웅 감독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는 다우디. 최 감독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절 믿고 영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떤 활약을 보이는지에 따라 한국에 얼마나 오래 있게 될 지 알 것 같아요.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현대캐피탈에 리그 2연패를 꼭 안기고 싶다는 다우디. 아프리카 우간다 청년의 한국 배구 적응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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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4 15:15:23
    • 수정2019-12-04 16: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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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원정대의 '삼고초려' 다우디 영입전

남자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개막 후 두 번째 경기 만에 주포 에르난데스가 부상하며 위기를 맞았다.

외국인 공격수의 부재 속에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챔피언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술을 받은 에르난데스의 복귀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팀의 계속되는 패배와 국내 선수들의 체력 문제 등을 고려한 현대캐피탈은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의 시즌도 시작된 터라 쓸 만한 공격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사무국장을 필두로 한 소위 '반지원정대'라 불리는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정예 팀을 해외로 파견한다.

반지원정대의 타겟은 바로 다우디 오켈로. 트라이아웃 당시 최태웅 감독이 에르난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눈여겨본 선수다.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선택받지 못한 오켈로는 터키 배구리그 스포르토토와 계약을 맺고 주공격수로 활약 중인 상태였다.

터키 배구리그 5라운드까지 다우디는 세트당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60%를 달리며 스포르토토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었다.

스포르토토는 주전 공격수 다우디의 이적을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국내 다른 구단들도 다우디의 영입 타진에 나섰지만, 구단 측의 단호한 반대로 포기한 상황.

반지원정대는 구단을 설득하는 대신 방향을 돌려 다우디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주력했다. 터키보다 높은 연봉 보장이 가능한 V리그 상황과 현대캐피탈의 훌륭한 훈련 시설 등을 보여주며 다우디를 설득했다.

결국, 다우디는 협상을 위해 터키까지 날아온 현대캐피탈의 정성에 마음을 움직였고, 현대캐피탈행을 결심했다.

다우디는 직접 소속팀 스포르토토에게도 본인의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고 난색을 보이던 스포르토토도 다우디의 강력한 의지에 못 이겨 이적을 허가했다.

반지원정대의 노력은 곧바로 빛을 발휘했다. 다우디는 지난달 24일 OK저축은행과의 데뷔전부터 22점 맹공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어진 리그 선두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3대0 완승에 1등 공신이 됐다.

비록 지난 주말 대한항공과의 리턴매치에선 비예나에 판정패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과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다우디와 함께하는 남은 시즌, 반등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다우디는 누구인가?

다우디는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으로, 2016-17시즌 OK저축은행의 모하메드에 이은 프로배구 두 번째 아프리카 국적의 선수다. 유럽과 브라질이 대다수였던 프로배구에 아프리카 출신 다우디는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다우디는 5년 전까진 농구 선수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몸싸움이 잦았고, 상대로부터 가격을 당하기까지 해 농구라는 스포츠에 회의를 느낀 상황.

다우디는 상대와의 신체 접촉이 비교적 적은 배구로 전향을 결심한다. 다우디는 본인의 피지컬과 점프력이 배구라는 스포츠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부터 선발은 아니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고, 결국 기회를 잡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원포인트 블로커 역할을 주로 한 다우디. 높은 점프력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으로 곧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배구선수로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m 3cm, 97kg의 체격에서 나오는 호쾌한 스파이크는 다우디의 주 무기.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배구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토스를 비롯한 기본기와 서브는 보완이 필요한 상황.

"최태웅 감독님은 아버지 같아요"

최태웅 감독은 다우디의 기본기 향상에 주력 중이다. 훈련 중에도 다우디에게 수시로 다가가 토스 자세 등을 교정해 주는 등 다우디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인성도 정말 착한 친구예요. 기본기를 조금만 더 보완하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우디는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중이다.

다우디는 이런 최태웅 감독을 아버지 같다고 표현한다. 자기를 믿고 영입해준 최태웅 감독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는 다우디. 최 감독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절 믿고 영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떤 활약을 보이는지에 따라 한국에 얼마나 오래 있게 될 지 알 것 같아요.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현대캐피탈에 리그 2연패를 꼭 안기고 싶다는 다우디. 아프리카 우간다 청년의 한국 배구 적응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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