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듯’…삶을 파괴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입력 2019.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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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어도 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듯' '송곳에 찔리듯'

머리만 조금 아파도 아무 일도 못 하는데, 온종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며 삶이 어떨까요? 바람이나 옷깃만 스쳐도 상상하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명도 생소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타들어 가는'‘칼로 베는’'송곳으로 찌르는'듯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산통'에 비견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통증

통증을 0점부터 10점까지로 점수화하면 0점은 통증이 없을 때, 10점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나타냅니다. 분만 통은 7~8점 정도입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최소 7 이상입니다. 산통에 비견되는 통증에 시달리는 겁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다치거나 수술을 받은 부위에 드물게 나타납니다. 취재한 한 여성은 교통사고로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다친 부위의 통증 때문에 잘 몰랐다고 합니다. 한 달간 깁스를 한 뒤 풀었는데, 이때부터 이불만 덮어도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밖에 있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입니다.

"외출했을 때 쓰러져서 응급실에 온 적도 많이 있어요. 잘 가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기절하듯이 쓰러져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통증 자체가 질환인 경우입니다. 아직 원인을 잘 몰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가장 세다는 마약성 진통제에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수자극요법이나 신경차단술 등의 치료방법이 있지만, 환자의 절반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환자의 80% '자살 충동' 경험…. 삶의 질 무의미

심한 통증은 인간의 삶을 파괴합니다. 삶의 질을 논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대한통증학회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250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8명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통증이 심하면 잠을 자기도 힘들죠. 절반가량이 하루 4시간을 채 못 자는 등 수면장애에 시달렸습니다.

화장실 기어서 가지만 장애 판정은 '요원'

20년간 이 질환을 앓아온 30대 남성을 취재했습니다. 처음엔 양쪽 손이 저리고 쓰라리다 이내 다리까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발을 딛기만 해도 칼로 베듯 심한 통증이 와 걷지를 못합니다. 온종일 누워서 지내다 병원에 올 때만 휠체어를 탑니다. 화장실도 기어서 갈 정도입니다.

"대부분 혼자서 그냥 해요. 기어 다닐 수는 있으니까 기어서 화장실에 가서 올라가서 볼일 보고 나오고 밥은 거의 굶다시피 하죠."

이처럼 상당수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듭니다. 가벼운 일상 활동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은 멀기만 합니다. 통증이 장애 판정 척도로 인정받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통증이 삶을 파괴할 정도라면 그 통증은 장애로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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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듯’…삶을 파괴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 입력 2019-12-05 07:00:55
    취재K
바람만 불어도 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듯' '송곳에 찔리듯'

머리만 조금 아파도 아무 일도 못 하는데, 온종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며 삶이 어떨까요? 바람이나 옷깃만 스쳐도 상상하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명도 생소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타들어 가는'‘칼로 베는’'송곳으로 찌르는'듯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산통'에 비견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통증

통증을 0점부터 10점까지로 점수화하면 0점은 통증이 없을 때, 10점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나타냅니다. 분만 통은 7~8점 정도입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최소 7 이상입니다. 산통에 비견되는 통증에 시달리는 겁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다치거나 수술을 받은 부위에 드물게 나타납니다. 취재한 한 여성은 교통사고로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다친 부위의 통증 때문에 잘 몰랐다고 합니다. 한 달간 깁스를 한 뒤 풀었는데, 이때부터 이불만 덮어도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밖에 있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입니다.

"외출했을 때 쓰러져서 응급실에 온 적도 많이 있어요. 잘 가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기절하듯이 쓰러져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통증 자체가 질환인 경우입니다. 아직 원인을 잘 몰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가장 세다는 마약성 진통제에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수자극요법이나 신경차단술 등의 치료방법이 있지만, 환자의 절반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환자의 80% '자살 충동' 경험…. 삶의 질 무의미

심한 통증은 인간의 삶을 파괴합니다. 삶의 질을 논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대한통증학회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250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8명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통증이 심하면 잠을 자기도 힘들죠. 절반가량이 하루 4시간을 채 못 자는 등 수면장애에 시달렸습니다.

화장실 기어서 가지만 장애 판정은 '요원'

20년간 이 질환을 앓아온 30대 남성을 취재했습니다. 처음엔 양쪽 손이 저리고 쓰라리다 이내 다리까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발을 딛기만 해도 칼로 베듯 심한 통증이 와 걷지를 못합니다. 온종일 누워서 지내다 병원에 올 때만 휠체어를 탑니다. 화장실도 기어서 갈 정도입니다.

"대부분 혼자서 그냥 해요. 기어 다닐 수는 있으니까 기어서 화장실에 가서 올라가서 볼일 보고 나오고 밥은 거의 굶다시피 하죠."

이처럼 상당수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듭니다. 가벼운 일상 활동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은 멀기만 합니다. 통증이 장애 판정 척도로 인정받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통증이 삶을 파괴할 정도라면 그 통증은 장애로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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