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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지고 싶다’…지자체의 ‘특례시 전쟁’
입력 2019.12.06 (14:06) 취재K
'특례시' 관련 규정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제출
기초지자체 권한 확대가 골자...'특례군' 지정 요구까지 등장
무리한 서명운동 논란...연말 법안처리는 '안갯속'
"지방자치가 너무 획일적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인구 백만 이상의 도시에 대해서는 광역시가 승격은 아니더라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중간 정도라도 되는 별도의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주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특례시 도입을 주장하는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의 말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10년이 넘는 오랜 숙원이라며 강하게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차지하려는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특례시. 과연 이것이 무엇이길래 기초자치단체들은 이를 간절히 원하는 것일까?


특별한 도시, '특례시'…기초지자체 권한 확대 가능

특례시(特例市)는 지난 3월 행정안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담긴 개념이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문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제175조(대도시에 대한 특례인정)
① 서울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이하 “특례시”라 한다)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 재정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하여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특례시는 행정적 명칭일 뿐이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가 신설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존 지자체들이 광역자치단체로 승격되는 것이 아니고 주소나 안내판 등도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대통령과 관계 법률로 정해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특례를 둘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2003년 '특정시'제안…오랜 기초지자체의 숙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갖기 위한 기초지자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정부 안대로라면 전국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례시 기준에 부합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창원시다. 이들 지자체는 당연히 '특례시' 조항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국회 기자회견과 집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며 법안 통과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사실 '특례시' 지정 요구는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 개념의 모태는 이미 지난 2003년 수원, 안양 등 인구 50만 이상의 11개 기초자치단체가 '특정시'라는 개념으로 제안했다. 내용도 비슷하다. 결국 같은 해 인구 50만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는 행정, 재정 운영과 관련해 특례 조항을 둘 수 있다란 취지의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특정시'라는 명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아 '특별한 명칭'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체급은 광역시급인데 대우는 기초지자체...이유 있는 항변

기초지자체들이 '특별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구는 광역시에 가까운데 권한은 기초지자체에 불과한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 명으로 광역자치단체 지위를 갖지만, 인구 120만 명의 경기 수원시는 기초자치단체다. 행정수요는 비슷한데 권한은 적어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수원시장)은 이러한 현실이 복지제도 등 시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염태영 회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광역시에서는 1억 원 미만의 주택에 거주해야 하지만 인구가 광역시급이고 주택가격도 더 비싼 수원시는 기초자치단체라는 이유로 6천8백만 원 이상의 주택에 거주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너도 나도 특례시, '특례군'까지

하지만 갈등도 있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지만 법률안이 정한 특례시 기준 100만 명에 미달하는 기초지자체들이 그렇다. 인구가 94만 명인 성남시가 대표적이다. 성남시는 인구기준으로 특례시를 정하는데 반대 입장이다. 인구가 아니라 행정수요가 특례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도청 소재지이지만 광역시급은 아닌 청주, 전주 등도 지역 위상에 맞게 자신들도 특례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특례군'까지 등장했다. 규모에 맞는 권한과 위상 확보가 골자인 특례시 지정과달리 '특례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지역을 위해 행정, 재정적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등장했다. 실제 '특례군' 지정을 위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무리한 서명운동 논란 등 과열 양상도…연말 처리는 '안갯속'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은 도시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은 특례시 지정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약하기도 했다.

치열하게 매달리다 보니 잡음도 나온다. 특례시 지정을 위해 대대적 서명운동을 벌인 성남시는 시 인구(94만 명)보다도 더 많은 107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다른 지역 주민까지 서명을 받은 셈인데 성남시의회 이기인 시의원은 이를 두고 "통장과 동 직원들에게 인원수까지 정해주고 관제서명을 진행해 서명운동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말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처리 전망은 어둡다. 현재 이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심사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법 등 쟁점법안들이 실타래같이 엉켜있는 상태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데드라인은 내년 5월이다. 이후엔 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내년 총선일정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 법안을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이번 정기국회뿐이다.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얻기 위한 기초지자체들의 전쟁이 더욱 급박해지는 이유다.
  • ‘특별해지고 싶다’…지자체의 ‘특례시 전쟁’
    • 입력 2019-12-06 14:06:03
    취재K
'특례시' 관련 규정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제출 <br />기초지자체 권한 확대가 골자...'특례군' 지정 요구까지 등장 <br />무리한 서명운동 논란...연말 법안처리는 '안갯속'
"지방자치가 너무 획일적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인구 백만 이상의 도시에 대해서는 광역시가 승격은 아니더라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중간 정도라도 되는 별도의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주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특례시 도입을 주장하는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의 말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10년이 넘는 오랜 숙원이라며 강하게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차지하려는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특례시. 과연 이것이 무엇이길래 기초자치단체들은 이를 간절히 원하는 것일까?


특별한 도시, '특례시'…기초지자체 권한 확대 가능

특례시(特例市)는 지난 3월 행정안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담긴 개념이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문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제175조(대도시에 대한 특례인정)
① 서울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이하 “특례시”라 한다)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 재정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하여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특례시는 행정적 명칭일 뿐이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가 신설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존 지자체들이 광역자치단체로 승격되는 것이 아니고 주소나 안내판 등도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대통령과 관계 법률로 정해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특례를 둘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2003년 '특정시'제안…오랜 기초지자체의 숙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갖기 위한 기초지자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정부 안대로라면 전국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례시 기준에 부합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창원시다. 이들 지자체는 당연히 '특례시' 조항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국회 기자회견과 집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며 법안 통과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사실 '특례시' 지정 요구는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 개념의 모태는 이미 지난 2003년 수원, 안양 등 인구 50만 이상의 11개 기초자치단체가 '특정시'라는 개념으로 제안했다. 내용도 비슷하다. 결국 같은 해 인구 50만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는 행정, 재정 운영과 관련해 특례 조항을 둘 수 있다란 취지의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특정시'라는 명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아 '특별한 명칭'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체급은 광역시급인데 대우는 기초지자체...이유 있는 항변

기초지자체들이 '특별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구는 광역시에 가까운데 권한은 기초지자체에 불과한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 명으로 광역자치단체 지위를 갖지만, 인구 120만 명의 경기 수원시는 기초자치단체다. 행정수요는 비슷한데 권한은 적어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회장(수원시장)은 이러한 현실이 복지제도 등 시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염태영 회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광역시에서는 1억 원 미만의 주택에 거주해야 하지만 인구가 광역시급이고 주택가격도 더 비싼 수원시는 기초자치단체라는 이유로 6천8백만 원 이상의 주택에 거주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너도 나도 특례시, '특례군'까지

하지만 갈등도 있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지만 법률안이 정한 특례시 기준 100만 명에 미달하는 기초지자체들이 그렇다. 인구가 94만 명인 성남시가 대표적이다. 성남시는 인구기준으로 특례시를 정하는데 반대 입장이다. 인구가 아니라 행정수요가 특례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도청 소재지이지만 광역시급은 아닌 청주, 전주 등도 지역 위상에 맞게 자신들도 특례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특례군'까지 등장했다. 규모에 맞는 권한과 위상 확보가 골자인 특례시 지정과달리 '특례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지역을 위해 행정, 재정적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등장했다. 실제 '특례군' 지정을 위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무리한 서명운동 논란 등 과열 양상도…연말 처리는 '안갯속'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은 도시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은 특례시 지정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약하기도 했다.

치열하게 매달리다 보니 잡음도 나온다. 특례시 지정을 위해 대대적 서명운동을 벌인 성남시는 시 인구(94만 명)보다도 더 많은 107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다른 지역 주민까지 서명을 받은 셈인데 성남시의회 이기인 시의원은 이를 두고 "통장과 동 직원들에게 인원수까지 정해주고 관제서명을 진행해 서명운동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말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처리 전망은 어둡다. 현재 이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심사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법 등 쟁점법안들이 실타래같이 엉켜있는 상태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데드라인은 내년 5월이다. 이후엔 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내년 총선일정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 법안을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이번 정기국회뿐이다. '특례시'라는 상징자본을 얻기 위한 기초지자체들의 전쟁이 더욱 급박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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