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포장테이프 붙인 바나나가 1억 4천만 원…‘이게 예술이야?’

입력 2019.12.06 (18:07) 수정 2019.12.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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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Comedian)’ 2019 (출처: Artnet)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Comedian)’ 2019 (출처: Artnet)

작품명 '코미디언'. 이번 주에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나온 작품입니다. 바나나를 우리식 청테이프쯤 되는 포장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이 모습이, 보이는 그대로 하나의 '작품'인데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 바나나는 진짜인지, 이런 궁금증도 궁금증이지만 정말 궁금한 게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작품가격일 텐데요!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인 아트바젤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작품에 가격이 매겨져 있고 작품 거래가 실제 오고 갑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화 120,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 넘는 가격이 매겨졌습니다.

포장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가 120,000달러라니!

CNN에 따르면 '코미디언'은 이번 주 아트바젤에 걸리자마자 우리 돈 약 1억 4천만 원 정도에 팔렸습니다. 심지어 같은 모습의 3개 작품에 가운데 두 작품은 이미 팔렸고 나머지 한 작품은 미화 150,000달러로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작가가 가격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이쯤 되면 '대체 작가가 의도한 건 무엇일까'라든가 '예술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됩니다.

'샘'에서 '아메리카'까지..'변기'와 현대 미술

마르셀 뒤샹 ‘샘’ 1917 (출처 : 위키피디아)마르셀 뒤샹 ‘샘’ 1917 (출처 : 위키피디아)

'예술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야만 예술이다'라는 당시 예술에 대한 개념을 깨부순 작품입니다. 파격적인 모습만큼이나 당시에도 화제가 됐고 지금은 '레디메이드 (ready-made)'개념을 예술에 끌어온 대표작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건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개념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죠.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만든 작가는 벽에 붙은 바나나를 통해 어떤 개념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처음에는 바나나를 레진이나 청동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그냥 바나나를 전시하기로 했다는데요.

사실 이번 '코미디언'을 세상에 내놓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뒤샹의 '샘'과 같은 '변기' 작품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America’ 2016 (출처: AP=연합)마우리치오 카텔란 ‘America’ 2016 (출처: AP=연합)

18k 금으로 만들어진 변기가 바로 그 문제작인데요. 작품명은 '아메리카'. 실제로도 작동(?)된다는 '황금 변기'는 2016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2017년 또다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요. 미국 백악관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에 반 고흐의 작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술관 측이 바로 이 '황금 변기'를 대신 보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올가을에는 잉글랜드에서 전시 중에 '황금 변기'가 도난을 당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출처 : EPA=연합)마우리치오 카텔란 (출처 : EPA=연합)

카텔란은 '더 뉴요커'라는 잡지를 통해 "당신이 무엇을 먹든, 그게 200달러짜리 점심이든 2달러짜리 핫도그든, 결과는 똑같다. 화장실행"이라며 자신의 작품 '아메리카'를 "99%를 위한 1% 예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풍자와 해학으로 대중문화를 도발하다

실제로도 이 작품을 비롯해 카텔란 작가의 많은 작품들은 역설적인 유머를 담은 도발적인 작품으로 기존 대중문화를 풍자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him’ 1999 (출처 : EPA=연합)마우리치오 카텔란 ‘him’ 1999 (출처 : EPA=연합)

이번 '코미디언'에 대해서는 아직 작가가 직접 어떤 뜻을 담았다고 밝힌 바는 없습니다. 다만 프랑스의 아트 딜러이자 작가와 오랜 세월 함께 일하고 있는 엠마누엘 페로탱은, 이번 작품을 아트바젤에 전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나나는 세계무역의 상징이자 유머의 고전적 장치"라면서 "카텔란은 평범한 물건들을 유머와 비판의 도구로 바꾼다"고 말입니다. 또 "이런 작품은 작품을 팔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텔란 작가가 원한 건 결국 '코미디언'을 보면서 우리가 떠올렸던 바로 그 질문들을 하도록 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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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18:07:44
    • 수정2019-12-06 18: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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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Comedian)’ 2019 (출처: Artnet)

작품명 '코미디언'. 이번 주에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나온 작품입니다. 바나나를 우리식 청테이프쯤 되는 포장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이 모습이, 보이는 그대로 하나의 '작품'인데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 바나나는 진짜인지, 이런 궁금증도 궁금증이지만 정말 궁금한 게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작품가격일 텐데요!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인 아트바젤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작품에 가격이 매겨져 있고 작품 거래가 실제 오고 갑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화 120,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 넘는 가격이 매겨졌습니다.

포장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가 120,000달러라니!

CNN에 따르면 '코미디언'은 이번 주 아트바젤에 걸리자마자 우리 돈 약 1억 4천만 원 정도에 팔렸습니다. 심지어 같은 모습의 3개 작품에 가운데 두 작품은 이미 팔렸고 나머지 한 작품은 미화 150,000달러로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작가가 가격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이쯤 되면 '대체 작가가 의도한 건 무엇일까'라든가 '예술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됩니다.

'샘'에서 '아메리카'까지..'변기'와 현대 미술

마르셀 뒤샹 ‘샘’ 1917 (출처 : 위키피디아)
'예술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야만 예술이다'라는 당시 예술에 대한 개념을 깨부순 작품입니다. 파격적인 모습만큼이나 당시에도 화제가 됐고 지금은 '레디메이드 (ready-made)'개념을 예술에 끌어온 대표작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건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개념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죠.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만든 작가는 벽에 붙은 바나나를 통해 어떤 개념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처음에는 바나나를 레진이나 청동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그냥 바나나를 전시하기로 했다는데요.

사실 이번 '코미디언'을 세상에 내놓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뒤샹의 '샘'과 같은 '변기' 작품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America’ 2016 (출처: AP=연합)
18k 금으로 만들어진 변기가 바로 그 문제작인데요. 작품명은 '아메리카'. 실제로도 작동(?)된다는 '황금 변기'는 2016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2017년 또다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요. 미국 백악관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에 반 고흐의 작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술관 측이 바로 이 '황금 변기'를 대신 보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올가을에는 잉글랜드에서 전시 중에 '황금 변기'가 도난을 당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출처 : EPA=연합)
카텔란은 '더 뉴요커'라는 잡지를 통해 "당신이 무엇을 먹든, 그게 200달러짜리 점심이든 2달러짜리 핫도그든, 결과는 똑같다. 화장실행"이라며 자신의 작품 '아메리카'를 "99%를 위한 1% 예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풍자와 해학으로 대중문화를 도발하다

실제로도 이 작품을 비롯해 카텔란 작가의 많은 작품들은 역설적인 유머를 담은 도발적인 작품으로 기존 대중문화를 풍자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him’ 1999 (출처 : EPA=연합)
이번 '코미디언'에 대해서는 아직 작가가 직접 어떤 뜻을 담았다고 밝힌 바는 없습니다. 다만 프랑스의 아트 딜러이자 작가와 오랜 세월 함께 일하고 있는 엠마누엘 페로탱은, 이번 작품을 아트바젤에 전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나나는 세계무역의 상징이자 유머의 고전적 장치"라면서 "카텔란은 평범한 물건들을 유머와 비판의 도구로 바꾼다"고 말입니다. 또 "이런 작품은 작품을 팔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텔란 작가가 원한 건 결국 '코미디언'을 보면서 우리가 떠올렸던 바로 그 질문들을 하도록 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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