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높이는 북한…‘레드라인’ 넘나?

입력 2019.12.09 (08:06) 수정 2019.12.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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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데 대한 반응인 셈입니다.

동창리 발사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되는 건지,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맥락을 이해하려면 어제 나온 북한 발표 내용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

네,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 어제 북한의 이 한마디에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서해 위성 발사장은 동창리 발사장의 공식 명칭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때 영원히 문을 닫겠다고 약속했던 곳이 바로 동창리 발사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시험을 했다고 북한이 공개 선언을 한 것입니다.

이번 시험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시험 결과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됐다고 강조했는데, 이 말은 즉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보고가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가장 궁금한 건 북한이 과연 '무슨 시험을 했냐'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북한은 무슨 시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해 보입니다.

일단 위치상으로 보면 동창리는 발사 시설과 함께 엔진 시험 시설이 있는 곳입니다.

겉으로는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이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2012년 ICBM급으로 평가되는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고, 2017년엔 ICBM급 화성 14형 등에 사용된 엔진 시험을 한 곳입니다.

때문에 동창리 발사장 영구 폐쇄는 지난해 북미 또 남북 정상회담의 대표적 성과로 발표돼 왔습니다.

[정의용/대통령 국가안보실장(지난달) :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완전히 폐기가 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이런 평가를 받았던 동창리에서 뭔가 중대한 시험이 있었단 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험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근 북한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했죠,

그 선물의 윤곽을 살짝 드러낸 게 아니냐, 즉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번에 담화를 발표한 주체가 국방과학원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국방과학원은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신형 무기를 개발하는 기관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김동엽/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초로 한 ICBM을 개발하고 있고 그것에 필요한 메인 엔진, 1단 엔진을 최초로 시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방금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보면 '고체 연료'를 기초로 한 ICMB 개발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연료가 액체냐 고체냐 하는 부분,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체 연료는 기존의 액체 연료와 달리, 연료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기습 타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 단계 진화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연료를 쓰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용인할 수 한계선, 즉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받아들여집니다.

[앵커]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감행한 날 김정은 위원장 행보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새로 지은 온천관광지구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도발을 감행한 날 왠 온천이냐 싶지만 여기에도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양덕온천문화관광지구는 야외 온천장, 스키장, 승마공원 등을 갖춘 종합 레포츠 시설입니다.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은 북한의 몇 안 되는 돈발이 수단입니다.

자력 갱생을 외치는 김 위원장이 올해에만 네 차례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 온 곳입니다.

이번엔 직접 테이프커팅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문명창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특색있는 인민봉사기지,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됐습니다."]

그러니까 동창리 실험 통해서는 전략 무기 개발 다시 하겠다 이런 뜻을 보인 거고요,

양덕지구 준공식 참석은 자력갱생으로 난관 돌파하겠다 이런 취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재차 얘기해오고 있는 새로운 길, 이 길의 윤곽이 이번에 대체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북한이 연일 비핵화 협상의 예민한 결과를 건드리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도 민감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겠군요?

[기자]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면,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힘든 건 불보듯 뻔합니다.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중단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해 왔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 "핵실험은 없었습니다. 매우 짧은 거리(의 미사일)를 제외하면 없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치적에 흠집이 날 조짐이 보이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며 거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특히 내년 선거용으로 시간끌기를 한다는 북한 비난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미국 반응이 어쨌든 간에 북한은 강약을 조절하면서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북미가 정한 협상 시한인 연말까지, 좀더 길게 본다면 내년 미국 대선까지는 이런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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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9 08:07:51
    • 수정2019-12-09 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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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데 대한 반응인 셈입니다.

동창리 발사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되는 건지,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맥락을 이해하려면 어제 나온 북한 발표 내용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

네,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 어제 북한의 이 한마디에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서해 위성 발사장은 동창리 발사장의 공식 명칭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때 영원히 문을 닫겠다고 약속했던 곳이 바로 동창리 발사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시험을 했다고 북한이 공개 선언을 한 것입니다.

이번 시험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시험 결과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됐다고 강조했는데, 이 말은 즉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보고가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가장 궁금한 건 북한이 과연 '무슨 시험을 했냐'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북한은 무슨 시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해 보입니다.

일단 위치상으로 보면 동창리는 발사 시설과 함께 엔진 시험 시설이 있는 곳입니다.

겉으로는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이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2012년 ICBM급으로 평가되는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고, 2017년엔 ICBM급 화성 14형 등에 사용된 엔진 시험을 한 곳입니다.

때문에 동창리 발사장 영구 폐쇄는 지난해 북미 또 남북 정상회담의 대표적 성과로 발표돼 왔습니다.

[정의용/대통령 국가안보실장(지난달) :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완전히 폐기가 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이런 평가를 받았던 동창리에서 뭔가 중대한 시험이 있었단 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험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근 북한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했죠,

그 선물의 윤곽을 살짝 드러낸 게 아니냐, 즉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번에 담화를 발표한 주체가 국방과학원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국방과학원은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신형 무기를 개발하는 기관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김동엽/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초로 한 ICBM을 개발하고 있고 그것에 필요한 메인 엔진, 1단 엔진을 최초로 시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방금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보면 '고체 연료'를 기초로 한 ICMB 개발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연료가 액체냐 고체냐 하는 부분,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체 연료는 기존의 액체 연료와 달리, 연료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기습 타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 단계 진화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연료를 쓰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용인할 수 한계선, 즉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로 받아들여집니다.

[앵커]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감행한 날 김정은 위원장 행보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새로 지은 온천관광지구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도발을 감행한 날 왠 온천이냐 싶지만 여기에도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양덕온천문화관광지구는 야외 온천장, 스키장, 승마공원 등을 갖춘 종합 레포츠 시설입니다.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은 북한의 몇 안 되는 돈발이 수단입니다.

자력 갱생을 외치는 김 위원장이 올해에만 네 차례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 온 곳입니다.

이번엔 직접 테이프커팅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문명창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특색있는 인민봉사기지,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됐습니다."]

그러니까 동창리 실험 통해서는 전략 무기 개발 다시 하겠다 이런 뜻을 보인 거고요,

양덕지구 준공식 참석은 자력갱생으로 난관 돌파하겠다 이런 취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재차 얘기해오고 있는 새로운 길, 이 길의 윤곽이 이번에 대체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북한이 연일 비핵화 협상의 예민한 결과를 건드리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도 민감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겠군요?

[기자]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면,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힘든 건 불보듯 뻔합니다.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중단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해 왔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 "핵실험은 없었습니다. 매우 짧은 거리(의 미사일)를 제외하면 없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치적에 흠집이 날 조짐이 보이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며 거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특히 내년 선거용으로 시간끌기를 한다는 북한 비난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미국 반응이 어쨌든 간에 북한은 강약을 조절하면서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북미가 정한 협상 시한인 연말까지, 좀더 길게 본다면 내년 미국 대선까지는 이런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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