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휴”…한국당 ‘필리버스터 철회’에 한숨 돌린 엄마들이 있다?
입력 2019.12.09 (17:10) 취재K
"저희가 될 사람들인가 봐요"

오늘(9일) 오후 2시쯤 국회 앞 거리로 속보 한 통이 날아든 뒤 나온 말입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힌 직후입니다. 국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엄마'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이 엄마들은 기뻐하는 한편으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면서 서로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대체 국회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엄마들이 크레파스로 쓴 '필리버스킹' 일주일

국회 앞에서 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필리버스킹'이라는 큰 글씨가 쓰였습니다. 장하나 활동가는 오늘 오전 "감기에 걸린 상태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때까지 필리버스킹을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리버스킹이 머냐고요? '필리버스터'와 '버스킹(거리공연)'을 합쳐 만든 신조어입니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일주일째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 벌여온 집회의 이름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29일 벌어진 자유한국당의 '199개 법안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지난 3일부터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7시간을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온다는 '삼한사미' 날씨에 회원들이 3~4시간씩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등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어린이집 급·간식비 증액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 엄마들의 '필리버스킹'이 오늘 오후 2시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철회' 발표와 함께 종료된 겁니다.


일주일간 마이크 들었던 엄마들의 요구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회에 내세운 요구안은 3가지입니다. ①어린이생명안전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 ②유치원 3법 처리 ③어린이 급간식비 예산 912억 원 증액입니다.

어린이생명 안전법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을 말합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및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고, 법 위반자에게 가중처벌을 하자는 '민식이법', 주차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자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유치원이 정부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자는 법인데, 이 법에 대해선 아직 여야가 합의돼 있지는 않습니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요구도 볼까요. 현재 온종일 영유아 1명에게 주는 급식과 간식비로 편성해야 하는 최소기준은 0~2세 1,745원, 3~5세 2,000원입니다. 놀랍게도 모두 22년째 그대로인 금액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 측에 따르면 이 금액은 예결특위에서 1,900원으로 합의돼가고 있다고 합니다만, 지켜볼 일입니다. 사정이 나은 국회 어린이집에선 급·간식비 기준이 3,800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서울시 초등학교의 올해 무상급식 단가 중 식재료비도 2,612~3,189원입니다. 어린이집과 차이가 큽니다.

김정덕 활동가는 "엄마들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거리에 나서기 쉽지 않았지만, 대구와 울산에서도 회원들이 필리버스킹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면서 "어린이를 위한 정치가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표가 없잖아요"

아이들을 위한 법안에 엄마들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지난주까지 무소속 이용호 의원실에서 비서관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한계를 이겨내려다, 다시 시민단체로 돌아온 조성실 활동가의 말입니다. 조 활동가는 국회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조 활동가는 "국회 밖과 안은 정말 다르다"면서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발 벗고 나서주는 국회의원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관련 법안은 겉으로는 다 동의한다고 하지만, 수면 아래서 이해관계가 걸쳐 있는 법안도 반대가 심하다"면서 "최근에야 아이들을 위한 법에 관심이 생긴 것이고, 지난 총선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라고도 말했습니다.

내년 4월이면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또 어떤 어린이 관련 공약을 내세울지, 그 공약은 다음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스럽다는 게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추운 날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필리버스킹'은 마쳤지만, 엄마들의 마음 한쪽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휴”…한국당 ‘필리버스터 철회’에 한숨 돌린 엄마들이 있다?
    • 입력 2019-12-09 17:10:07
    취재K
"저희가 될 사람들인가 봐요"

오늘(9일) 오후 2시쯤 국회 앞 거리로 속보 한 통이 날아든 뒤 나온 말입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힌 직후입니다. 국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엄마'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이 엄마들은 기뻐하는 한편으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면서 서로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대체 국회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엄마들이 크레파스로 쓴 '필리버스킹' 일주일

국회 앞에서 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필리버스킹'이라는 큰 글씨가 쓰였습니다. 장하나 활동가는 오늘 오전 "감기에 걸린 상태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때까지 필리버스킹을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리버스킹이 머냐고요? '필리버스터'와 '버스킹(거리공연)'을 합쳐 만든 신조어입니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일주일째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 벌여온 집회의 이름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29일 벌어진 자유한국당의 '199개 법안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지난 3일부터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7시간을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온다는 '삼한사미' 날씨에 회원들이 3~4시간씩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등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어린이집 급·간식비 증액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 엄마들의 '필리버스킹'이 오늘 오후 2시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철회' 발표와 함께 종료된 겁니다.


일주일간 마이크 들었던 엄마들의 요구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회에 내세운 요구안은 3가지입니다. ①어린이생명안전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 ②유치원 3법 처리 ③어린이 급간식비 예산 912억 원 증액입니다.

어린이생명 안전법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을 말합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및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고, 법 위반자에게 가중처벌을 하자는 '민식이법', 주차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자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유치원이 정부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자는 법인데, 이 법에 대해선 아직 여야가 합의돼 있지는 않습니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요구도 볼까요. 현재 온종일 영유아 1명에게 주는 급식과 간식비로 편성해야 하는 최소기준은 0~2세 1,745원, 3~5세 2,000원입니다. 놀랍게도 모두 22년째 그대로인 금액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 측에 따르면 이 금액은 예결특위에서 1,900원으로 합의돼가고 있다고 합니다만, 지켜볼 일입니다. 사정이 나은 국회 어린이집에선 급·간식비 기준이 3,800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서울시 초등학교의 올해 무상급식 단가 중 식재료비도 2,612~3,189원입니다. 어린이집과 차이가 큽니다.

김정덕 활동가는 "엄마들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거리에 나서기 쉽지 않았지만, 대구와 울산에서도 회원들이 필리버스킹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면서 "어린이를 위한 정치가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표가 없잖아요"

아이들을 위한 법안에 엄마들이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지난주까지 무소속 이용호 의원실에서 비서관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한계를 이겨내려다, 다시 시민단체로 돌아온 조성실 활동가의 말입니다. 조 활동가는 국회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조 활동가는 "국회 밖과 안은 정말 다르다"면서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발 벗고 나서주는 국회의원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관련 법안은 겉으로는 다 동의한다고 하지만, 수면 아래서 이해관계가 걸쳐 있는 법안도 반대가 심하다"면서 "최근에야 아이들을 위한 법에 관심이 생긴 것이고, 지난 총선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라고도 말했습니다.

내년 4월이면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또 어떤 어린이 관련 공약을 내세울지, 그 공약은 다음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스럽다는 게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추운 날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필리버스킹'은 마쳤지만, 엄마들의 마음 한쪽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