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드] ‘10년마다 소멸’되는 항공 마일리지…‘복합 결제’ 도입으로 해결?

[앵커]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 마일리지는 '10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이 많아 10년 안에 쓰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에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쓰는 복합 결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는데요.

항공 마일리지 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법률센터 조지윤 변호사와 짚어봅니다.

저도 항공사 마일리지가 있어서 쓰려고 봤는데 제한이 너무 많아서 쓰라고 주는 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답변]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살 수 있는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는 전체 좌석의 약 4% 남짓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비행기 한 편의 좌석이 100개라면 그중 4개만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살 수 있고요.

나머지 96개 좌석은 설사 좌석이 비어 있다 하더라도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살 수 없습니다.

이처럼 마일리지에 배정된 좌석 수가 극히 적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항공권을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항공권 구매 외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모형 비행기나 영화관람, 렌터카, 호텔 등 업체를 이용할 수 있기는 하나 그러한 곳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때에는 실제 가격보다 과한 마일리지를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마일리지 사용 비율의 약 95%가 항공권 구매나 좌석 업그레이드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미처 사용하지 못한 마일리지가 해마다 약 50%를 넘는 상황이 지속하여 왔습니다.

[앵커]

이렇게 쓰기가 어려운데 10년 후에 소멸된다는 것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신용카드 포인트나 다른 마일리지도 소멸기간이 있는데 항공사 마일리지만 소멸되는 것에 예민하다는 의견도 있거든요?

[답변]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혜택 또는 보너스로 보고 있는 입장입니다.

반면 소비자는 자신들이 대가를 내고 유상으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보고 있죠.

지난 2010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항공사에 항공권의 발급 또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재산적 가치가 긍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신용카드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일리지와 유사한 포인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그러한 포인트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그러나 유독 항공마일리지에 대해서만 이렇게 이슈가 되는 이유는 항공마일리지는 포인트와 달리 사용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포인트 같은 경우는 카드결제 대금으로 사용하거나 물건을 살 때 현금과 함께 사용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소비자는 언제든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마일리지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는데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소멸시킨다는 점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입니다.

[앵커]

소비자의 불만이 쌓이다 보니 대안으로 나온 게 복합결제 방안이죠?

[답변]

현재는 마일리지로 항공기 좌석을 사려면 현금과 더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마일리지로만 가능했고 항공사가 지정한 마일리지용 좌석만 살 수 있었습니다.

복합결제는 이러한 마일리지 사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방식으로서, 신용카드사의 포인트처럼 마일리지를 현금과 함께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즉 기존처럼 마일리지에 일정 좌석 수를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공권을 살 때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이러한 복합결제 방식을 채택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으나, 현재 복합결제 방식 도입에 대해 국내 대형항공사와 정부기관 사이에 유의미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항공사 좌석에는 똑같은 이코노미라도 판매 등급이 있잖아요, 비싼 좌석만 복합결제가 가능하다든지 하면 별로 실효성이 없을 것 같은데요?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같은 것도, 더 비싼 등급의 좌석을 사야만 해주는 등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답변]

복합결제만 도입되더라도 마일리지 사용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복합결제 방식이 허용되더라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지나치게 제한된다면 그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소비자가 자신이 보유한 마일리지의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마일리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외 마일리지의 알뜰한 사용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비자가 마일리지 중 일부만 사용하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유효기간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과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외 마일리지 사용처가 훨씬 다양해지고, 마일리지 차감 비율도 현실적으로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앵커]

해외에선 항공 마일리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변]

외국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 운용 방식은 기본적인 틀에서는 국내 항공사와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어느 항공사들은 유효기간이 10년보다 더 짧기도 합니다.

다만 외국 항공사들은 마일리지의 사용처가 국내보다 훨씬 다양하고, 마일리지의 양도나 판매를 자유롭게 허용하거나 심지어 마일리지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그때부터 다시 유효기간이 진행되게끔 하고 있어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3년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한 번만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다시 3년이 연장되니 사실상 유효기간이 계속 연장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가족에게 양도해줄 수 있잖아요?

[답변]

국내 항공사도 가족 사이에는 마일리지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마일리지제도가 도입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가족 사이에 마일리지를 양도하려면 그 절차가 꽤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가족 사이에 마일리지 양도를 허용한다면 굳이 제삼자에 대해서도 이를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지정하는 제삼자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고, 실제 외국 항공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일리지의 자유로운 판매나 양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앵커]

올해가 20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2009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내년에 없어지는 거죠? 되찾을 방법은 없는 거죠?

[답변]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현재 10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2009년 적립된 마일리지 중 사용되지 않은 마일리지는 내년 1. 1.에 소멸합니다.

그리고 현행 제도라면 소멸한 마일리지를 다시 부활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올해 1월 1일에 소멸된 마일리지를 다시 소비자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이 제기되어 현재 진행 중입니다.

해당 소송의 결과에 따라 소멸된 마일리지에 대한 소비자의 구제책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