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예고 없이 ‘쾅’ 뉴질랜드 화산…백두산도 혹시?

입력 2019.12.11 (17:04) 수정 2019.12.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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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의 규모는 뉴질랜드를 파괴할 정도입니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들의 비탄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며 망연자실해 있습니다."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현지시간 9일 일어난 뉴질랜드 화이트섬 화산 폭발 희생자가 또 늘었습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상자 한 명이 10일 밤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이번 재난의 희생자는 6명으로 늘었습니다. 8명이 실종상태인데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100%라고 말할 순 없지만, 화이트 섬에서 생존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생존자 31명 중 27명은 신체의 30% 이상에 화상을 입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분출 시 나온 이산화황, 메탄 등을 마셔 폐와 흡입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람도 상당수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화산 폭발 직전 분화구 투어 중이던 관광객들화산 폭발 직전 분화구 투어 중이던 관광객들

관광객 무리 휩쓴 예고 없는 화산 폭발.. "생존자 없을 것"

피해자 상당수는 예고 없이 일어난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습니다. 화산 분화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고, 폭발도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뉴질랜드 지질 활동 관측기구 지오넷은 "순간적이고 짧은 폭발이 분화구 바닥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가스와 화산재가 분출했을 당시에도 분화구 근처에서는 관광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뉴질랜드텔레비전(TVNZ) 방송 1 뉴스는 화산이 분출하기 직전 분화구 근처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찍힌 사진을 입수했다고 전했습니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여행사 측도 재난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셈입니다.

생존자인 마이클 쉐드는 "분화구 관광을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룹 투어 규모를 평소보다 줄이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현지시간 9일 전했습니다. 쉐드는 자신이 분화 30분 전까지 분화구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증기 폭발 화산 모형수증기 폭발 화산 모형

화산 아래 지하수가 폭발 원인.. 물 부피 1,700배 초음속 팽창

화이트섬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큰 폭발을 일으킨 원인은 뭘까요? 범인은 지하수입니다.

화이트섬 화산 아래, 마그마와 가까운 곳에는 지하수가 고여 있었습니다. 지하수와 화산의 뜨거운열·가스가 만나며 화산 밑에는 활발한 열수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땅 밑 바위 사이에 꽁꽁 갇힌 과열된 지하수는 과장을 좀 보태면 손을 '톡' 대면 '뻥'하고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태입니다. 지진이나 가스 유입, 심지어 호수 수위의 변화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섬세하게 유지됐던 열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집니다.

어마어마한 열을 품고 있던 지하수 주변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지하수의 압력은 빠르게 밖으로 방출됩니다. 이 때 물은 수증기로 변해 1,700배까지 부피가 커집니다. 그 속도는 초음속에 비견될 정도로 빠릅니다. 대폭발이 일어나는 거죠.

이 폭발 에너지는 단단한 암석을 산산조각내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잔해를 배출할 정도로 강합니다. 바로 이번 화이트섬 재해와 같은 '열수 폭발(hydrothermal eruption)', '수증기 폭발(phreatic eruption)' 유형입니다.

화산 폭발 생존자 ‘마이클 쉐드’ 트위터화산 폭발 생존자 ‘마이클 쉐드’ 트위터

예측할 수 없는 열수·수증기 폭발.. "몇 초·몇 분 만에 '쾅'"

열수·수증기 폭발이 특히 위험한 점은 이번처럼 발생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화이트섬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화산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레이 카스 모나쉬대학 지구대기환경학 교수는 "그 화산이 중요했던 점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경보 수준이 2단계로 낮을 때도 이처럼 예상치 못한 폭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셰인 크로닌 오클랜드 대학교 지구과학 교수도 "화산 폭발 과정이 진행되면, 경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몇 초에서 몇 분 정도일 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전조에서 폭발로 이어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분화가 마그마가 아닌 증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추적하기 어렵다"면서 "재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열수 시스템에서 증기와 액체의 잠재적 압력을 추적해야 하지만 따를 수 있는 간단한 규칙이 없을 뿐더러 각 열수 시스템도 성격이 다르다"고 재해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2014년 일본 온타케산 분화 모습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2014년 일본 온타케산 분화 모습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백두산도 수증기 폭발 위험".. 천지 물 + 마그마 = 대형 폭발

예측하기 어려운 열수·수증기 화산 폭발이 큰 희생을 불러온 사례는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4년 일어난 일본 온타케산 분화입니다.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 경계에 있는 온타케산은 2014년 9월 27일 정오쯤 갑자기 분화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별다른 징후가 없어 일본 기상청은 경계 레벨을 올리지 않았고, 등산객들이 폭발에 휩쓸려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한반도에도 '수증기 폭발' 위험성이 큰 화산이 하나 있습니다. 네, 백두산입니다. 단 이 경우 지하수 때문이 아닌 천지에 담긴 막대한 양의 물이 폭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대형 칼데라호인 천지에는 무려 20억 톤 정도의 물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천지 아래쪽에서 마그마가 활동 중이라는 겁니다. 호수에서 5~10km 아래에 서울시 면적의 2배의 마그마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마그마가 점점 위쪽으로 상승하다 천지의 막대한 물과 만나면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난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남북 분단에 막혀 백두산에 관한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 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데요. 뉴질랜드의 재난이 한반도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남북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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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1 17:04:37
    • 수정2019-12-11 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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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의 규모는 뉴질랜드를 파괴할 정도입니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들의 비탄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며 망연자실해 있습니다."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현지시간 9일 일어난 뉴질랜드 화이트섬 화산 폭발 희생자가 또 늘었습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상자 한 명이 10일 밤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이번 재난의 희생자는 6명으로 늘었습니다. 8명이 실종상태인데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100%라고 말할 순 없지만, 화이트 섬에서 생존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생존자 31명 중 27명은 신체의 30% 이상에 화상을 입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분출 시 나온 이산화황, 메탄 등을 마셔 폐와 흡입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람도 상당수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화산 폭발 직전 분화구 투어 중이던 관광객들
관광객 무리 휩쓴 예고 없는 화산 폭발.. "생존자 없을 것"

피해자 상당수는 예고 없이 일어난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습니다. 화산 분화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고, 폭발도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뉴질랜드 지질 활동 관측기구 지오넷은 "순간적이고 짧은 폭발이 분화구 바닥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가스와 화산재가 분출했을 당시에도 분화구 근처에서는 관광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뉴질랜드텔레비전(TVNZ) 방송 1 뉴스는 화산이 분출하기 직전 분화구 근처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찍힌 사진을 입수했다고 전했습니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여행사 측도 재난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셈입니다.

생존자인 마이클 쉐드는 "분화구 관광을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룹 투어 규모를 평소보다 줄이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현지시간 9일 전했습니다. 쉐드는 자신이 분화 30분 전까지 분화구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증기 폭발 화산 모형
화산 아래 지하수가 폭발 원인.. 물 부피 1,700배 초음속 팽창

화이트섬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큰 폭발을 일으킨 원인은 뭘까요? 범인은 지하수입니다.

화이트섬 화산 아래, 마그마와 가까운 곳에는 지하수가 고여 있었습니다. 지하수와 화산의 뜨거운열·가스가 만나며 화산 밑에는 활발한 열수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땅 밑 바위 사이에 꽁꽁 갇힌 과열된 지하수는 과장을 좀 보태면 손을 '톡' 대면 '뻥'하고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태입니다. 지진이나 가스 유입, 심지어 호수 수위의 변화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섬세하게 유지됐던 열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집니다.

어마어마한 열을 품고 있던 지하수 주변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지하수의 압력은 빠르게 밖으로 방출됩니다. 이 때 물은 수증기로 변해 1,700배까지 부피가 커집니다. 그 속도는 초음속에 비견될 정도로 빠릅니다. 대폭발이 일어나는 거죠.

이 폭발 에너지는 단단한 암석을 산산조각내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잔해를 배출할 정도로 강합니다. 바로 이번 화이트섬 재해와 같은 '열수 폭발(hydrothermal eruption)', '수증기 폭발(phreatic eruption)' 유형입니다.

화산 폭발 생존자 ‘마이클 쉐드’ 트위터
예측할 수 없는 열수·수증기 폭발.. "몇 초·몇 분 만에 '쾅'"

열수·수증기 폭발이 특히 위험한 점은 이번처럼 발생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화이트섬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화산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레이 카스 모나쉬대학 지구대기환경학 교수는 "그 화산이 중요했던 점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경보 수준이 2단계로 낮을 때도 이처럼 예상치 못한 폭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셰인 크로닌 오클랜드 대학교 지구과학 교수도 "화산 폭발 과정이 진행되면, 경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몇 초에서 몇 분 정도일 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전조에서 폭발로 이어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분화가 마그마가 아닌 증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추적하기 어렵다"면서 "재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열수 시스템에서 증기와 액체의 잠재적 압력을 추적해야 하지만 따를 수 있는 간단한 규칙이 없을 뿐더러 각 열수 시스템도 성격이 다르다"고 재해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2014년 일본 온타케산 분화 모습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백두산도 수증기 폭발 위험".. 천지 물 + 마그마 = 대형 폭발

예측하기 어려운 열수·수증기 화산 폭발이 큰 희생을 불러온 사례는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4년 일어난 일본 온타케산 분화입니다.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 경계에 있는 온타케산은 2014년 9월 27일 정오쯤 갑자기 분화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별다른 징후가 없어 일본 기상청은 경계 레벨을 올리지 않았고, 등산객들이 폭발에 휩쓸려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한반도에도 '수증기 폭발' 위험성이 큰 화산이 하나 있습니다. 네, 백두산입니다. 단 이 경우 지하수 때문이 아닌 천지에 담긴 막대한 양의 물이 폭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대형 칼데라호인 천지에는 무려 20억 톤 정도의 물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천지 아래쪽에서 마그마가 활동 중이라는 겁니다. 호수에서 5~10km 아래에 서울시 면적의 2배의 마그마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마그마가 점점 위쪽으로 상승하다 천지의 막대한 물과 만나면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난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남북 분단에 막혀 백두산에 관한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 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데요. 뉴질랜드의 재난이 한반도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남북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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