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출 새 역사’ LG 한선태가 전한 비선출에게 전하는 메시지

입력 2019.12.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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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그맣게 장식한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선발돼 1군 데뷔라는 꿈을 이룬 한선태(LG)다. 다른 일반적인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중고교 시절 야구부에서 정식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인' 출신으로 사회인 야구를 거쳐 프로의 꿈을 이룬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동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야구공 설명서에 쓰여있는 그립 법을 보고 변화구를 익혔다는 한선태는 이제 어엿한 LG트윈스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보다 뜻깊은 연말을 보내고 있는 한선태를 KBS 스튜디오에 초대해 만났다. 다음은 한선태와의 일문일답.

Q: 야구를 어떻게 배웠는지 궁금한데요?
제가 동네에서 야구할 때는 유튜브가 없었을 시절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슬라이드 던지는 법을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그립을 배우기도 했고, 대형 마트에서 파는 공에는 그립이 적혀 있어요. 그립 법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던지면 슬라이더라고. (웃음)

Q: 인터넷에서 영상으로는 안 배웠나요?
그립 같은 것보다는 선수들의 폼을 좀 많이 봤죠. 제가 사이드암으로 던져서 정대현이나 김대우, 한현희 선수 등의 영상을 많이 봤습니다.

Q: 프로야구 선수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임창용 선배님 봤을 때는 '가서 한마디라도 붙여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났습니다. LG 지명 받고 그때는 (신)정락이 형밖에 사이드암이 없어서, 정락이 형 만나면 마구 같은 커브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2군에서 용기 내 말을 걸어서 실제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정락이 형 느낌을 따라 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던지기 쉬운 방법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Q: 사회인 야구 시절도 궁금한데 너무 잘해서 괴로웠을 듯?
제가 비선수 출신인데 공이 빠르니까 여러 팀에서 한 게임만 뛰어달라, 유니폼 다 해주겠다면서 많이 불러줬죠. (시속 140km 이상 던진 적도 있었나?) 있었어요. 고척돔에서 경기했는데 142km 찍었어요. 거의 동호인들은 못 쳤죠. 근데 그 경기에서는 졌답니다. 볼이 하도 많이 나와서. (웃음)

Q: 어떻게 한선태라는 이름이 잘 알려지게 됐나요?
하드 챌린저스 독립 야구단에서 프로팀들이랑 연습게임을 많이 했어요. 계속 프로팀과 연습 경기하면서 제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보여드렸죠. 한선태라는 선수가 이렇다는 것을 매 경기 조금씩 공이 빨라지고 좋아지는 걸 보여드리고 저라는 존재를 알려드렸어요.

Q: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서러웠던(?) 적은 없었는지?
별로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맨 처음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비선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형들은 제가 누군지 잘 몰랐으니까요. 저에 대한 검증이 안 되어 있잖아요. 처음에 구속 몇 km 나왔냐 물어보는데 146km까지 던졌다 하니까 거짓말이라고 안 믿다가, 실제 시합에서 140 넘으니까 인정해주더라고요.

Q: 혹시 올 시즌 도중 (기쁘건 슬프건) 운 적이 있나?
없어요. 기쁨의 눈물이건 슬픔이건, 원래 눈물은 좀 없는 것 같아요. 1이닝 무실점 데뷔 때도 안 울었어요.

Q: SK와 데뷔전 당시 잠실구장 떠올리면?
1군 계약 첫날부터 나갈 줄은 몰랐죠. 점수 차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클리닝 타임 때 형들이 '오늘 던질 수도 있겠다'고 해서 그냥 받아넘겼죠. 그러다 갑자기 점수가 더 벌어지면서 올라가게 된 거죠. 갑자기 소름이 끼치더니 폼을 다 까먹게 되더라고요. 첫 타자 (이)재원이형한테 안타 맞고 두 번째 상현이 병살 잡고 세 번째 타자한테 데드볼이 나왔어요. 거기서 당연히 세게 던졌죠. 투아웃 잡고 한 타자만 잡으면 되니까. 세게 던졌고 손에서 조금 빠져나갔던 것 같아요. 딱 맞지는 않고 스치는... 맞힌 건 죄송하지만 그렇게 세게는 안 맞아서 걱정은 크게 안 했습니다.

Q: 인생 첫 병살타는 어떻게?
직구로 잡았어요. 그리고 첫 삼진은 체인지업인 것도 기억해요. 체인지업으로 삼진 두 개를 잡았습니다.

Q: LG 류중일 감독은 무슨 말을 해주시던가요?
사실 저랑 따로 만나 얘기한 적은 없었어요. 입단 당시 '오 사이드암 투수. 야구 안 배웠다며. 열심히 해봐' 이 정도?

Q: 올 시즌 고마웠던 분들?
투수조 형들이 정말 잘해줬습니다. 왜냐면 제가 2군에서 처음 있었을 때도 형들이 주도해서 분위기 녹아들 수 있게 해줬고 1군에서는 1군 형님들이 잘 도와줬습니다. 차우찬 형, 이우찬 형 등 1군에 있던 모든 형이 다 잘해주셨어요.

Q: 2020년 목표가 궁금한데.
올해보다 좋은 성적 낼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단합해서 좋은 성적 유지하다 보면 기회가 되면 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 단장님께서 열심히 구상하고 있어서, 선수들도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내년 신인왕 자격을 얻는데?
저는 내년 시즌 목표를 첫 승하는 것과 첫 홀드, 첫 세이브로 소박하지만 크게 잡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신인왕까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해요.

Q: 150km 이상 던져보겠다는 목표는?
스피드에 욕심은 그렇게 없는데 150km 던져서 몸이 아프면 안 되니까 일단 안 아픈 몸을 만들고 스피드는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던지면 좋겠죠.

Q: 끝으로 비선수 출신들에게 한 마디?
작년에 뽑혀 올해 처음 뛰었지만, 내년에 더 준비 잘해서 좋은 활약 한다면 비선수 출신들에게 길이 더 열리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저 또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준비하는 분들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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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선출 새 역사’ LG 한선태가 전한 비선출에게 전하는 메시지
    • 입력 2019-12-11 19:39:06
    스포츠K
2019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그맣게 장식한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선발돼 1군 데뷔라는 꿈을 이룬 한선태(LG)다. 다른 일반적인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중고교 시절 야구부에서 정식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인' 출신으로 사회인 야구를 거쳐 프로의 꿈을 이룬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동네 대형 마트에서 파는 야구공 설명서에 쓰여있는 그립 법을 보고 변화구를 익혔다는 한선태는 이제 어엿한 LG트윈스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보다 뜻깊은 연말을 보내고 있는 한선태를 KBS 스튜디오에 초대해 만났다. 다음은 한선태와의 일문일답.

Q: 야구를 어떻게 배웠는지 궁금한데요?
제가 동네에서 야구할 때는 유튜브가 없었을 시절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슬라이드 던지는 법을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그립을 배우기도 했고, 대형 마트에서 파는 공에는 그립이 적혀 있어요. 그립 법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던지면 슬라이더라고. (웃음)

Q: 인터넷에서 영상으로는 안 배웠나요?
그립 같은 것보다는 선수들의 폼을 좀 많이 봤죠. 제가 사이드암으로 던져서 정대현이나 김대우, 한현희 선수 등의 영상을 많이 봤습니다.

Q: 프로야구 선수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임창용 선배님 봤을 때는 '가서 한마디라도 붙여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났습니다. LG 지명 받고 그때는 (신)정락이 형밖에 사이드암이 없어서, 정락이 형 만나면 마구 같은 커브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2군에서 용기 내 말을 걸어서 실제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정락이 형 느낌을 따라 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던지기 쉬운 방법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Q: 사회인 야구 시절도 궁금한데 너무 잘해서 괴로웠을 듯?
제가 비선수 출신인데 공이 빠르니까 여러 팀에서 한 게임만 뛰어달라, 유니폼 다 해주겠다면서 많이 불러줬죠. (시속 140km 이상 던진 적도 있었나?) 있었어요. 고척돔에서 경기했는데 142km 찍었어요. 거의 동호인들은 못 쳤죠. 근데 그 경기에서는 졌답니다. 볼이 하도 많이 나와서. (웃음)

Q: 어떻게 한선태라는 이름이 잘 알려지게 됐나요?
하드 챌린저스 독립 야구단에서 프로팀들이랑 연습게임을 많이 했어요. 계속 프로팀과 연습 경기하면서 제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보여드렸죠. 한선태라는 선수가 이렇다는 것을 매 경기 조금씩 공이 빨라지고 좋아지는 걸 보여드리고 저라는 존재를 알려드렸어요.

Q: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서러웠던(?) 적은 없었는지?
별로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맨 처음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비선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형들은 제가 누군지 잘 몰랐으니까요. 저에 대한 검증이 안 되어 있잖아요. 처음에 구속 몇 km 나왔냐 물어보는데 146km까지 던졌다 하니까 거짓말이라고 안 믿다가, 실제 시합에서 140 넘으니까 인정해주더라고요.

Q: 혹시 올 시즌 도중 (기쁘건 슬프건) 운 적이 있나?
없어요. 기쁨의 눈물이건 슬픔이건, 원래 눈물은 좀 없는 것 같아요. 1이닝 무실점 데뷔 때도 안 울었어요.

Q: SK와 데뷔전 당시 잠실구장 떠올리면?
1군 계약 첫날부터 나갈 줄은 몰랐죠. 점수 차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클리닝 타임 때 형들이 '오늘 던질 수도 있겠다'고 해서 그냥 받아넘겼죠. 그러다 갑자기 점수가 더 벌어지면서 올라가게 된 거죠. 갑자기 소름이 끼치더니 폼을 다 까먹게 되더라고요. 첫 타자 (이)재원이형한테 안타 맞고 두 번째 상현이 병살 잡고 세 번째 타자한테 데드볼이 나왔어요. 거기서 당연히 세게 던졌죠. 투아웃 잡고 한 타자만 잡으면 되니까. 세게 던졌고 손에서 조금 빠져나갔던 것 같아요. 딱 맞지는 않고 스치는... 맞힌 건 죄송하지만 그렇게 세게는 안 맞아서 걱정은 크게 안 했습니다.

Q: 인생 첫 병살타는 어떻게?
직구로 잡았어요. 그리고 첫 삼진은 체인지업인 것도 기억해요. 체인지업으로 삼진 두 개를 잡았습니다.

Q: LG 류중일 감독은 무슨 말을 해주시던가요?
사실 저랑 따로 만나 얘기한 적은 없었어요. 입단 당시 '오 사이드암 투수. 야구 안 배웠다며. 열심히 해봐' 이 정도?

Q: 올 시즌 고마웠던 분들?
투수조 형들이 정말 잘해줬습니다. 왜냐면 제가 2군에서 처음 있었을 때도 형들이 주도해서 분위기 녹아들 수 있게 해줬고 1군에서는 1군 형님들이 잘 도와줬습니다. 차우찬 형, 이우찬 형 등 1군에 있던 모든 형이 다 잘해주셨어요.

Q: 2020년 목표가 궁금한데.
올해보다 좋은 성적 낼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단합해서 좋은 성적 유지하다 보면 기회가 되면 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 단장님께서 열심히 구상하고 있어서, 선수들도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내년 신인왕 자격을 얻는데?
저는 내년 시즌 목표를 첫 승하는 것과 첫 홀드, 첫 세이브로 소박하지만 크게 잡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신인왕까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해요.

Q: 150km 이상 던져보겠다는 목표는?
스피드에 욕심은 그렇게 없는데 150km 던져서 몸이 아프면 안 되니까 일단 안 아픈 몸을 만들고 스피드는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던지면 좋겠죠.

Q: 끝으로 비선수 출신들에게 한 마디?
작년에 뽑혀 올해 처음 뛰었지만, 내년에 더 준비 잘해서 좋은 활약 한다면 비선수 출신들에게 길이 더 열리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저 또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준비하는 분들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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